한국호의 새로운 비상을 위해
요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8000 달러로 증가 2만 달러에 다가섰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계속된 저성장에도 원화의 가치절상이 달러표시 국민소득을 크게 증가시켰기 때문입니다. 국내시장에 넘쳐나는 달러가 국민소득을 끌어올린 것입니다. 이는 달러의 국내유입을 가져오는 수출이 호조이고, 국내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국제 투자가들이 많다는 긍정적인 사실을 반영합니다. 이를 한국경제를 이끄는 산업과 기업의 동력이 아직 건재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 통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그다지 곱지 않습니다. 한국은 1995년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넘어선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소득 2만 달러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다른 국가들의 경우 이 기간은 평균 9.2년이며, 아시아 국가로 싱가포르는 5년 일본과 홍콩은 6년에 불과했습니다. 뒤쳐진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최근 삼성경제 연구소에서 발간한 “국민소득 2만 불로 가는 길”이란 보고서는 우리경제가 당면한 도전을 제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보고서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에 진입하는데 가장 시급한 법제도의 정비와 그 엄정한 집행을 부각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자명했기 때문일까요?
재산권을 비롯한 각종 법제도가 정비된 국가일수록 경제성장이 더 빠르다는 사실은 경제학에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개인의 경제활동이 자유롭고 그 결실에 대한 소유권이 보장될 때 창조적인 경제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자본주의 발전이 재산권이 확립된 국가를 중심으로 발전되었다는 사실로 입증되고 있습니다. 법제도의 정비라는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준법정신과 법의 엄정한 집행이라는 소프트웨어도 중요합니다. 법의 공정한 집행 없이는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근절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법제도의 개선과 법의 엄정한 집행이라는 두 측면에서 개선이 시급합니다. 우리들은 정권교체 시 전직 대통령들과 그 친인척 혹은 참모들이 구속되었다 사면되고, 선거 때마다 유명 정치인들이 수감되었다 복권되는 일을 흔히 보아왔습니다. 법 집행의 엄정성과 중립성을 크게 훼손시킨 파렴치한 행태들입니다. 이는 정치가는 법을 위반해도 곧 풀려나고 정권을 잡으면 어떤 죄도 용서된다는 생각을 시민들에게 심어주었습니다. 지도층이 국가를 법대로 다스릴 근거인 도덕성을 스스로 포기한 셈입니다. 법을 어기더라도 이익을 취해야 한다는 그릇된 사고방식을 가르친 것입니다. 그 결과 각종 이익집단들이 집단 이익을 위해 무분별한 행동을 스스럼없이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거친 행동에 속절없이 당하는 공권력과 이를 수수방관하는 사법당국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국가가 개인의 재산권을 보호해줄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정도입니다. 불법을 자행할수록 혼란을 일으킬수록 더 큰 이익을 받아내곤 해 집단행동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집단행동이 의사, 교사, 공무원, 교수 등 공익기능을 수행하는 기득권층에서도 부끄럼 없이 행해질 정도로 병이 심각한 상태입니다. 그 결과 국가기능이 마비되어 국민 전체와 국가 장래에 이익이 되는 정책의 시행이 불가능할 지경입니다.
대한민국의 번영은 해이해진 법질서를 바로 잡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국가 지도자들과 고위층들이 법을 준수하고 법을 어길 경우 형벌을 감수하는 모범을 보임으로써 가능할 것입니다. 이러한 전제 하에서야 정부는 공정한 시각으로 국민 전체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민들의 준법정신은 자연스러운 경제활동에 불편을 주는 무분별한 규제나 부적절한 법과 정책의 남발 때문에도 해이해집니다. 기업의 활동을 제한하는 각종 행정규제들과 인허가제도는 기업 활동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저해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논의가 분분한 대규모기업집단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들여다볼까요. 이 제도는 자산 6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의 계열사가 다른 기업들에 출자할 수 있는 금액을 순자산의 1/4 이내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찬성론자들은 이 제도가 대기업들의 순환출자를 통해 무분별하게 기업 확장과 낮은 소유지분을 가진 재벌일가들이 그룹 경영권에 대한 전권을 행사하는 폐해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이 제도가 국내투자를 제한함으로써 국내 경기 활성화를 막고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이 제도는 국내 우량기업들을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 에 노출시켰으며,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의 증가로 인한 국부의 해외유출을 가져왔음을 지적합니다.
외환위기 이후 이 논쟁은 학계에서도 활발히 전개되었습니다. 소유권 집중 혹은 소유-지배 격차와 기업가치의 관련성을 분석하려는 시도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일부 학자들은 소유와 경영이 동일한 대주주에 의한 한국 기업의 일반적인 지배구조를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지적합니다. 이들은 전문 경영인에 의한 기업경영을 근간으로 하는 영?미식 소유지배구조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부도 대주주 경영자에 대한 기업 내외부의 감시강화 및 소액주주의 권리보호를 위해 영?미식 기업 지배구조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학자들은 기업 지배구조는 각국의 고유한 제도와 관습에서 형성된 독자성을 가지며 이상적인 소유지배 구조에 관한 이론적인 합의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국내 현실에 맞지 않는 다른 소유지배 구조를 무비판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또 기업 소유지배구조는 경영성과에 의해 실용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논쟁은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지향하는 소유권집중의 경제적인 실용성은 검정되지 않았음을 잘 보여줍니다. 또 폐지론자들이 지적한 이 제도의 폐해는 명백합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소액주주의 권한보호는 현재 시행 중인 다양한 직접적인 소액주주 보호장치와 기업 감시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입니다. 그리고 대주주의 불법적인 경영행위는 법의 엄정한 적용에 의해 차단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시민의 준법정신과 도덕정신을 시험하는 잘못된 법과 행정절차들이 도처에 널려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러한 예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행정절차를 살펴볼까요. 쓰레기를 수거할 봉투를 판매하는 방안은 쓰레기 생산량을 줄이고 국토 환경을 개선하는 손쉬운 방법으로 시행되었을 것입니다. 이는 시민들이 쓰레기를 길거리에 버리지 않고 집이나 가게 주변의 쓰레기를 스스로 청소한다는 가정에서 성립할 것입니다. 시민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쓰레기를 길가에 몰래 버림으로써 발생하는 시민정신의 훼손이라는 정신적인 비용과 도시의 오염과 이를 치우는 청소비용 등 금전적인 비용을 모두 고려할 경우 이 정책이 효율적으로 잘 고안된 법률인지 의문이 듭니다. 이 경우 쓰레기 발생 억제와 재활용을 강조하는 캠페인이 도덕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더 나은 정책일 수 있습니다.
운행차량의 정비를 의무화한 자동차 검사 제도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정책은 모든 운행 차량의 안전 및 오염배출 상태를 정기적으로 검사함으로써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환경오염을 방지한다는데 그 취지가 있습니다. 자동차를 운행하는 시민들이라면 모두 자기 차의 안전에 매우 높은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차가 문제가 생길 경우 서고를 막기 위해 정비소에 들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때문에 시민들은 자동차를 정해진 정비소에서 정기적으로 검사해야 하는 것을 번거롭게 생각할 것입니다. 시민들에게는 귀찮은 요식행위일 따름입니다. 안전을 이유로 일정한 자격을 갖춘 성인들에게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자기들의 안전을 담보로 위험한 차량을 운행하는 일부 운전자들 때문에 이 제도가 계속 시행되어야 할까요. 자기 안전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그리고 정기검사는 그들을 추려낼 수 있을 정도로 효율적일까요. 이 작은 가능성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사고 보상제도가 잘 정비된다면 정비 안 된 차량의 운행자가 자동차 사고의 책임을 물고 또 사고의 손해배상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손쉬운 법의 정비가 국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제도를 대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는 각종 행정규제들과 인허가제도는 기업 활동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불필요한 법을 정비하는 하드웨어의 개선을 의미합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규제개혁을 천명했으나 그 실행 정도는 매우 저조한 실정입니다.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규제와 법률을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할 것입니다. 큰 정부와 공무원의 증대는 규제 확대와 불필요한 정책의 확장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집단은 새로운 규제와 각종 정책의 확장을 통해 집단의 존재 근거를 창출하려는 강한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못하다는 이야기가 결코 아닙니다. 단지 경제학자들이 오래전에 갈파한 집단 의사결정의 원리를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법과 규제의 정비는 작은 정부가 필요한 이유를 제시합니다. (konas) (출처: 자유기업원 http://cfe.org)
김상호 (호남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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