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用之物이 된 6자회담‥正答은 金正日정권의 붕괴다
12월18일부터 22일까지 베이징에서 진행된 13개월 만에 속개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제2단계 제5차 6자회담의 전말(顚末)은 필자가 평소 생각해 온 대로 6자회담에서는 결코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명백한 사실을 거듭 확인해 주었다. 이번 회담의 경과는 북한은 북핵 문제 해결과는 상관없는 3개의 목적을 가지고 회담에 참가했음을 보여주었다. 첫째로는 핵무기를 포기함이 없이 무한정 시간을 벌겠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10월15일자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 제1718호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며, 셋째로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6자회담의 명맥(命脈)을 이어가려 하는 중국의 체면(体面)을 세워 주겠다는 것이었다. 이번 회담의 결산표(決算表)는 회담에서 북한이 그 같은 목적을 달성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한 합리적인 절충안으로 북한을 달래는 방식을 다시 한 번 시도했다. 북한의 핵 폐기를 위한 ‘초기 이행조치’를 단계적으로 구분하고 이에 대한 ‘상응조치’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타협안’을 제시한 것이다. 미국이 제시한 절충안은 북한에게 ①영변의 5MW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등 핵시설의 가동을 ‘동결’하고, ②가동중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하며, ③핵무기와 핵물질을 포함한 모든 핵 관련 프로그램을 성실하게 ‘신고’하고, ④핵 실험장을 ‘폐쇄’할 것 등을 ‘초기단계 이행조치’로 요구하고 북한이 이를 수용할 경우에는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대로 에너지 및 경제지원을 제공하고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북한의 대응은 ‘동문서답(東問西答)’이었다. 이번 베이징 6자회담은 두 갈래로 진행된 복선(複線) 회담이었다. 북핵 문제를 다루기 위한 6자회담 본회담과 함께 마카오 소재 BDA(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을 상대로 한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해제 문제를 다루기 위한 ‘미-북 BDA 실무회의’가 별도로 진행되었다. 북한은 6자회담 본회담에서의 북핵 문제에 관한 논의는 기조발언 수준에서 동결시켜 버렸다. “‘미-북 BDA 실무회의’가 타결되지 않는 한 다른 문제는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이 북한의 완강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미-북 BDA 실무회의’의 경과는 ‘난항(難航)’이었고 결국 내년 초 뉴욕에서 회의를 속개한다는 합의만을 도출한 채 종결되었다. 이렇게 되자 6자회담 본회담도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문제의 제2단계 제5차 6자회담은 22일 다음 회담 날짜도 잡지 못한 채 종결되었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측 수석대표는 이 같은 결과에 ‘실망’하면서 “회담이 수 주 내에 속개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그 같은 ‘희망’은 공허(空虛)한 것이었다. 미국이 BDA 은행 북한 계좌의 예금 잔고 2천4백만 달러에 대한 동결을 해제하지 않는 한 6자회담이 열리더라도 북핵 문제에 대한 실질 논의에 응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입장이 완강하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북한이 미국이 제시한 북핵 포기를 위한 ‘초기단계 이행조치’에 구체적으로 호응한다면” 문제의 동결된 북한 자금 중 절반가량(1천2백만 달러)은 성의의 표시로 해제해 줄 생각이었던 것 같다. 문제의 2천4백만 달러 가운데 1천2백만 달러는 위조지폐나 마약대금 등 ‘불법자금’이 아니라 “한국의 현대그룹이 북한에 보낸 돈인 것 같다”는 보도가 계속 흘러나온 것이 그 가능성을 뒷받침해 주었다. 중국과 한국이 미국에게 그 같은 ‘주고받기’ 식 흥정을 부추겼었다.
그러나, 북한이 바라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북한의 요구는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를 “전면적으로 철회”하고 BDA의 묶여 있는 돈도 “2천4백만 달러 전액을 해제하라”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해제하더라도 이에 대한 북한의 ‘반대급부(反對給付)’는 6자회담의 ‘개최’에 호응해 주는데 까지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중국과 한국이 “핵문제와 BDA 문제는 별개의 문제”라면서 “BDA 문제가 미-북 쌍무회담에서 논의되는 동안 6자회담에서는 핵문제를 논의하자”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BDA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6자회담에서 핵문제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에 더하여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분명히 한 점이 있다. 김계관은 BDA 문제가 ‘미국의 양보’로 해결되더라도 그 때문에 핵문제에 관하여 북한이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6자회담에서 핵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BDA 문제와는 별도로, 미국이 “핵문제 논의에 응하는 데 대한 대가”와 “북한의 핵 프로그람을 포기하는 데 대한 대가”를 별개로 요구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전자(前者)의 경우에 대한 ‘대가’는 미국이 “①대북 적대적인 법률적ㆍ제도적 장치를 철폐하고 ②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1718호에 입각한 대북 제재를 해제하라”는 것이었다. 후자(後者)의 경우에 대한 ‘대가’는 미국이 북한에게 “①경수로를 제공하고 ②대체 에너지를 공급하라”는 것이었다. 이 가운데 특히 미국에 대한 “대북 적대적인 법률적ㆍ제도적 장치 제거” 주장은 1970년대 초 남북적십자회담에서 북한측이 한국에 대해 제시했던 “법률적ㆍ사회적 조건ㆍ환경 조성” 요구를 연상시키는 것이었다. “합의할 수 없는 요구”로 협상의 진전을 불가능하게 만들면서 협상 상대방 진영의 분열과 이간을 획책하는 전형적인 협상기법의 하나다.
실제로 지금 진행되고 있는 6자회담의 정황(情況)은 BDA 문제가 해소되고 그에 더하여 이번 회담에서 김계관이 내놓은 위와 같은 ‘전제조건’들을 미국이 수용한다 하더라도 회담의 본래 목적인 북한 핵문제 해결은 요원(遼遠)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는 사실이 간과(看過)되어서는 안 된다. 북한은 6자회담의 앞길에 북한이 비타협적인 태도를 고수할 때는 결코 극복될 수 없는 6중(重)의 ‘지뢰 밭’을 매설(埋設)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지뢰 밭’은 북한의 ‘경수로 우선 제공’ 요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문제다. 두 번째 ‘지뢰 밭’은 북한이 9.19 ‘공동성명’에서 ‘포기’하기로 ‘약속’한 “모든 ‘핵 프로그람’과 ‘핵무기’”를 어떻게 특정(特定)하느냐는 문제다. 세 번째 ‘지뢰 밭’은 입으로는 ‘비핵화’를 말하면서 실제로는 ‘비핵지대화’를 논의할 것을 고집하는 북한의 이중성(二重性)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문제다. 네 번째 ‘지뢰 밭’은 앞으로 있을 대북 핵 ‘사찰’의 ‘주체’와 ‘방법’을 어떻게 합의하느냐는 문제다. 다섯 번째 ‘지뢰 밭’은 북한이 요구하는 ‘평화협정’의 ‘주체’와 ‘내용’을 어떻게 합의하느냐는 문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지뢰 밭’은 “핵실험에 성공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상대하라”는 북한의 요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문제다.
이 여섯 개의 ‘지뢰 밭’ 중의 압권은 여섯 번째의 ‘지뢰 밭’, 곧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요구다. 왜냐 하면, 북한의 이 주장을 수용하면 지금 진행 중인 6자회담은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해 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핵보유국’인 북한은 지금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른 ‘핵보유국’들 가운데 한 나라가 된다. 이 경우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다른 ‘핵보유국’들의 문제는 거론함이 없이 북한의 핵문제만을 거론하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이 같은 북한의 주장은 북한의 핵문제를 6자회담이 아니라 ‘국제적 핵군축회담’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된다. 결국, 북한의 주장은 입으로는 ‘비핵화’를 운운하지만 실제로는 ‘비핵지대화’의 문제로 북한의 핵문제를 다루라는 요구가 된다. 실질적으로 6자회담을 무력화시키는 주장인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주 공격 대상은 BDA 문제였고 핵문제는 첫 날 회담의 기본발언에서 다루어지는데 그쳤기 때문에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데는 이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계관은 ‘맛보기’ 예고편(豫告篇)의 차원에서 이 같은 북한의 입장을 의문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분명하게 거론했다. 그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종식되어 신뢰가 보장되고 조선이 그 어떤 핵위협도 느끼지 않게 될 때까지는 (6자회담)에서 핵무기 문제를 논의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면서 “현 단계에서 핵무기 문제를 논의 대상으로 삼으려고 시도한다면 부득불 핵군축회담이나 핵군비통제회담을 진행할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관하여 노무현 대통령의 한국정부는 심지어 BDA 문제를 “(미국정부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까지 극언(12월21일 민주평화통일정책회의 상임위원회에서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연설)하면서 오히려 ‘미국의 양보’를 집요하게 종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6자회담의 파국(破局)은 ‘친북ㆍ좌파’ 정권의 종식 및 ‘보수ㆍ우파’ 정권의 권토중래(捲土重來) 여부가 걸려 있는 내년 12월의 운명적인 제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현 좌파정권의 재창출을 위하여 현 집권세력이 구상하고 있는 정국 운영, 그 가운데서도 내년 4-5-6월을 목표로 삼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의 성사(成事)를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6자회담의 파국을 막는데 혈안(血眼)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제2단계 제5차 6자회담의 결과로 6자회담은 사실상 무용지물(無用之物)의 존재임이 확인되었다. 보도에 의하면 한국의 천영우(千英宇) 수석대표는 ‘6자회담 무용론(無用論)’의 대두를 부정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이 같은 주장은 국제사회의 흐름과는 괴리(乖離)된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번 회담을 고비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핵문제에 관한 북한의 비협조적 입장과 태도를 더 이상 용납해야 하느냐의 여부를 놓고 양단간(兩端間) 결단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岐路)에 더욱 다가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일본정부는 이미 대북제재를 보다 강화하기 위한 조치에 착수하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18일 첫 회담에서 김계관 북한 대표단장의 기조발언을 들은 뒤에 있었던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의 기자회견 발언이 주목할 만 하다. 그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우리의 인내가 한계를 넘어섰다”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른 길’로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여기서 그가 언급한 ‘다른 길’이 무엇이 될 것인지를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은 정권 차원에서 김정일(金正日) 정권의 붕괴 없이 북핵 문제의 해결을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와 같은 것임을 말해 준다. 정권 차원에서의 북한의 변화로 이르는 길도 여러 개가 있을 수 있다. 현 단계에서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아예 단념할 필요는 없지만 이와 동시에 가장 위험이 적은 방법으로 북한의 정권변화를 추구하는 방안을 찾는 노력도 등한히 할 일이 아니다. [끝]
李東馥(명지대 초빙교수/ 前 국회의원/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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