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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좌파사상의 기원

Written by. 이창하   입력 : 2007-01-03 오전 8: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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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 당파 중에 ‘서인’이라는 세력이 있었다. 이들은 인조반정(1623)으로 조선왕조를 이끌어 가는 주도세력으로 등장하였다. 집권 후 명나라와의 의리를 내세운 그들의 외교정책은 청나라를 자극하여 병자호란을 발생시켰고, 결국 인조가 삼전도의 치욕을 당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송시열(1607~1689)은 서인의 대표적인 정치인으로서 자신이 주자학의 정통계승자임을 자부하면서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을 사문난적(斯文亂賊, 이단)으로 규정하고 공격하여 조선 당쟁을 서로 죽고 죽이는 목숨을 건 싸움으로 변질시켰다.

 또 정조(正祖) 이후에 서인들(노론 벽파)은 조선의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자신들의 정치적·철학적 입장을 반대하는 세력들을 모두 제거하여 조선을 망국의 길로 이끌었다. 서인이었던 정순왕후는 천주교도라는 죄목으로 반대파 100여명을 죽이고 400여명을 귀향 보냈다.

 이들의 정치성향은 대체로 보수적이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에 피폐해진 민생을 돕기 위해서 소유한 땅의 넓이에 따라 세금을 부여하자는 대동법에 대해서 송시열을 중심으로 한 산당(山黨)은 반대하였다.

 그런데 이들이 변화에 반대한 명분이 “인위적인 개혁은 불가능하다. 도학적(道學的) 질서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주장은 자유주의자들이 ‘정부의 시장 개입을 반대하고 자본주의의 질서를 따르자’고 하는 주장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서인들이 말한 ‘도학적 질서’라는 것이 ‘자본주의적 질서’와는 의미가 명백히 다르다. 도학적 질서란 왕이 덕을 쌓아 기르면 백성들도 저절로 덕을 쌓게 된다는 ‘자연적 질서’를 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를 통해서 그들은 조선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원인을 왕의 부덕(不德)에서 찾고자 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氣만 움직일 수 있다고 하는 기일원론(氣一原論)을 통해서 신하들인 자신들(氣)만이 정치적 힘을 발휘할 수 있고 왕(理)은 단지 상징적인 의미만을 가질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즉 왕에게 문제 해결의 책임을 지우하면서도 왕의 권한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모순적인 주장을 하였다. 

 이들의 이러한 정치적 입장은 오늘날 좌파사상가들의 입장과 유사한 면이 있다. 좌파는 민중의 힘(氣)에 의한 지배를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들이 氣의 움직임만을 중요시하여 신하들의 힘을 중요시 하였지만, 그것은 언제까지나 자신들에게만 적용되었고, 그 당시 백성들에게는 적용되지는 않았다.)

 또한 서인들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선한 자연적 본성을 이(理)라고 규정하였다. 이러한 자연적 본성을 만나기 위해서 그들은 무념무상의 정적(靜的) 상태를 취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들은 인간과 동물의 본성을 동일하다고 보았고 인간의 선한 자연적 본성을 종교적으로 숭배하였다.

 이러한 서인들의 사상은 좌파 사상의 기원이 되었던 루소의 사상과 유사한 면이 있다.

 루소는 인간이 거짓된 삶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 안에서 타락하지 않은 자연적 본성을 발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를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구호로 표현하였다. 또한 그는 혼자 있는 시간들 중에서 순간 개인적 특이성과 무아경의 상승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러한 순간을 내면의 자연적 본성을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서 의미를 부여하였다.

 루소와 서인들의 인간관, 자연관, 정치관은 오늘날 우리나라에 있는 진보적 지식인들의 사상과 맥을 같이 한다. 그들은 대체로 인간 문명에 의한 자연 정복을 부정적으로 본다. 그리고 인간의 자연적 본성이 선하다고 보며, 오늘날 인류가 타락한 것은 문명 발달의 결과라고 본다.

 서인들은 후기 조선 사회를 지배하면서 대체로 좋지 않은 역사적 결과를 가져왔다. 이들은 몇몇 진보적 지식인들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오늘날 우리 사회의 자유주의 사상가들의 기원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의 사고방식은 오늘날 좌파 사상의 기원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서인이 지배한 역사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좌파 사상의 영향력이 사회 전 분야에서 강력할 수 있는 배경일 수 있다.

 그리고 조선시대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진정 모든 변화에 반대하는 ‘보수기득권 세력’은 자유주의 사상가들이 아니라 진보좌파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konas)

  이창하(자유기업원 시민논객)
  출처:자유기업원 http://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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