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A 해결이 북한에게 왜 그렇게 중요한가?
북미양국은 지난해 12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6자회담 제5차 2단계 회의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였던 비핵화 관련 초기이행조치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하고 휴회함으로써 큰 아쉬움을 남겼다. 그렇게 된 배경에는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즉,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고서는 ‘공식적’으로 6자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북한의 강경한 입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도대체 북한의 6자회담 전략에 있어서 BDA 문제는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어떤 성격을 띠고 있는 문제인가?
북한의 6자회담 전략은 무엇보다도 미국이 북한을 정권교체의 대상(대북 적대시정책, 즉, ‘제도전복’을 노리는 정책)에서 평화공존을 지향하는 대상(평화공존을 지향하는 '관여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확실해져야 그에 따라 비핵화과정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런 맥락에서 미국에게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면 대북 적대시정책을 포기했다는 증거를 보여 달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여 왔다. 그런데 BDA 건은, 북한의 표현에 의하면,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의 "집중적 표현", 즉 증거인 것이다.
북한은 설령 미국이 대북 ‘안전보장 조치’를 서면으로 약속한다 해도(예전의 주장에서는, 심지어 ‘불가침조약’을 서면으로 약속한다 하더라도),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의도)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러한 약속은 언제나 무시해 버릴 수 있는 "종이조각"에 불과하며, 대북 정권교체 정책을 대북 평화공존정책으로 전환했다는 증거를 보여주어야 미국과 북핵 비핵화 과정을 시작할 수 있는데, 그 가장 구체적인 증거가 바로 BDA 문제 해결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BDA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이유를 달리 설명하면, 북한은 미국이 한편으로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을 대화와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하면서 북한이 가지고 있는 최후의 카드인 핵카드를 없애는 회담을 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의 혈관인 금융을 목 졸라 북한경제를 붕괴시킴으로써 정권교체하고 체제붕괴하려는, 즉 북한을 대화의 협상의 파트너가 아니라 제거의 대상으로 삼는, 이러한 식의 ‘게임의 규칙’을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1993-94년 제1차 핵위기에서 제네바 북미기본합의가 이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 미국에 속아서 말려들었다고 주장해 왔다. 그 때 속아서 경수로를 받지 못함에 따라 에너지가 문제가 생겨 결국 북한 경제가 완전히 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번에 BDA 건으로 잘못 미국에 속아 말려들면 이번에는 경제가 아니라 ‘자신의 정권이 교체 된다’는 깊은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이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협상카드인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내세워 BDA 건을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6자회담과 BDA 실무회담을 분리하여 양 궤도로 진행하는 것을 이미 동의하였다. 이는 BDA 건의 해결이 6자회담 재개의 ‘선결’조건이라는 입장에서 어느 정도는 ‘동시 병행’적인 해결이라는 융통성을 보일 가능성을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을까? 단지 BDA 문제의 해결과정이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 해결과정보다 최소한 몇 템포 빨라야 하겠지만 말이다.
따라서 올 1월에 열기로 합의한 차기 BDA 회담에서 대북 금융제재 해제에 대해 어느 정도 진전이 있으면, BDA 건이 완전 해결이 되기 전이라 할지라도 그에 따라 6자회담에서도 문제해결의 돌파가 있을 것을 기대해 본다.(konas) (출처:세종논평 제71호)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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