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도 이등병에게 존댓말 사용하라?
작년 말 입법예고된 '군인복무기본법안', 인터넷서 찬반 격론
국방부에서 병 상호 간의 명령, 지시 금지를 법률로 정하기로 한데 대해 네티즌들 사이에 논란이 점점 증폭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말 '군인복무기본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법안 15조에 따르면 선임병은 사수나 조교, 분대장인 경우 또는 상관에게 권한을 위임받거나 법령 등에 의한 명령지시권을 부여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후임병에게 어떤 명령이나 지시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 법안이 입법예고되었다는 것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자기의 군생활 경험을 기준으로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바로 선임병과 후임병 간의 지시·명령 금지 조항이다. 국방부는 '군 장병들의 인권향상을 위해' 이와 같은 조항을 넣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장병 인권 강조하다 기강이 무너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고 언론 또한 찬반 양쪽으로 나뉘어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같은 '병 상호간의 명령, 지시 금지' 규정은 15년 전에도 지금과 유사한 식으로 실시되었다. 다만 이번에는 법률로 정한다는 것이 다르다.
국방부의 '군인복무기본법안'에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는 언론들은 이 법안을 '선진군대로 가는 초석'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법안에 찬성하는 언론들은 기본적으로 군 내에서 병 상호간의 지시를 "계급장 하나 믿고 폭력적으로 행사되는 강압적인 언사와 가혹행위에 의해 유지되는 권위"라고 보고 있다.
이들 언론은 또한 현재 군 내에 존재하는 '동기''선·후임''짬밥''말년''신고식' 등의 개념을 '불합리한 악·폐습'으로 보고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 법안에 강력히 반대하는 언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 사회가 군대를 보는 시각은 1980년대에 멈춰있는 실정이다. 자신의 군 생활이 대한민국 군대의 전부라고 믿는 40대 이상의 남성들, 군대에 대해 별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정치권이나 언론, 또는 좌파 인권단체, 여성단체들이 보는 군대는 아직도 25년 전 군대에서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때문에 군은 지금도 '인권의 사각지대'로서 남성에게는 '가지 않을 수 있다면 안 가는 게 더 나은' 인생의 형벌과도 같은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사람들의 선입견과는 다르다. 요즘 군대에서 가장 힘든 것은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다 통제된 생활을 한다는 점과 기간만큼 사회와 떨어져 있다는 것. 과거에 비해 구타나 가혹행위에 의한 사망사건이나 극단적인 언어폭력으로 자살하는 경우는 크게 줄어들었고 병 상호 간에도 강압적 잔심부름 등은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또한 많은 부대에서는 일병 때부터 매점이용은 물론 일과시간 후에는 공부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있다. 간혹 구타나 가혹행위가 보도 되기도 하지만 과거와는 수준이 틀리다. 심지어 힘든 훈련이 있을때 소원수리가 올라갔다고 당해 훈련을 취소하는 일도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국방부와 정치권은 '아직 멀었다'며 이번 법안을 내놓았다. 앞으로 이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현재 일부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되는 '병영생활 선진화 6대 추진과제' 적용 부대의 예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따르면 ▲선후임병 간 상호 경어사용-반말, 욕설 사용시 처벌 ▲분기별로 동기 만들기-추후 병들 전체의 동기화 목표 ▲분대장 중심의 생활 패턴 실시-분대장은 입대일 순이 아니라 병장들 중 지휘관이 선임하는 방식 채택 등이 있다.
금번 입법예고된 '군인복무기본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그 시행령이 '군 장병 인권향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요구대로 만들어진다면 대한민국 예비역들이 기억하는 군생활은 사라질 것이다. 우선 장병들 간에는 '짬밥' 개념이 사라진다. 선임병도 후임병에게 존대말을 써야 한다. 반말을 하거나 욕설을 할 경우 법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 심부름은 물론이고 함부로 지시할수도 없다.
또 소위 '고참'이 사라지고 병영생활에 대한 요령을 가르치거나 배울 필요도 없어진다. 이런 생활이 몇 년간 계속되면 결국 모든 병들이 동기가 된다. 선임과 후임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내무생활 또한 철저히 개인생활이 된다. 지금처럼 선후임 간의 끈끈한 정을 통해 서로 고민을 상담해주고 신병, 후임병을 챙겨주거나 자살 등과 같은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기회도 훨씬 줄어들게 될 것이다.
지금 언론은 '군인복무기본법안'에 대해 '군 장병들의 인권을 개선한다'는 지지자의 의견과 '군기가 해이해진다'는 반대자 주장을 단순하게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의 본질은 법안의 시행령 제정을 위한 다양한 의견 수렴이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2007년 중 시행령을 만들게 된다.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군의 목소리가 빠지고 소위 '인권단체'와 정치권의 일방적인 주장만 포함된다면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앞으로 이 법안의 뜻은 살리면서도 어떻게 하면 전투력도 향상시키고 장병들도 만족할 수 있는 시행령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Konas)
전경웅 코나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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