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 제안한「한국전쟁 종료 선언」성사되나?
유엔이 휴전협정 당사자
2006년 11월18일, 부시 美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 경제 정상회담(APEC)」에 참석한 盧武鉉 대통령과 회담한 후 이런 설명을 했다.
『북한이 核무기와 核 야망을 포기하면 북한의 안전보장과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에 대한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는 것을 북한 지도자들이 알기를 바란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이 核을 포기할 경우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여러 방안 중에는 한국戰의 종료를 선언하고 경제협력과 문화·교육 등 분야의 유대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언론들은 「북한이 核을 포기할 경우 미국이 한국전쟁의 종료를 선언할 수 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어 크게 보도했다. 그리고 「미국 측의 태도가 과거와는 상당히 달라진 것」이라고 해석하고, 그 이유를 부시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데서 찾았다. 미국 언론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이 북한에 核 폐기의 代價로 제시한 「한국전쟁 종료 선언」은 무슨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북한은 과연 미국의 「한국전쟁 종료 선언」과 자신들의 核무기를 맞바꿀 수 있는 것일까?
「북한이 核을 폐기하는 代價로 한국전쟁의 종료를 선언하겠다」는 미국 측의 제안은 우선 法的측면에서 보았을 때 타당한 언급이 아니다.
「한국전쟁이 완전히 종료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法的 근거는 한국전쟁이 「休戰」 혹은 「停戰」 중이라는 法的 현상에 있다. 1953년 7월27일 交戰 당사자들이 맺은 것은 終戰조약이 아니라 「전쟁을 일단 쉬자」는, 혹은 「잠시 정지하자」는 休戰 약속이었다.
미국이 「終戰을 선언하겠다」는 것은 法的으로 타당하지 않다. 休戰의 당사자가 미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휴전협정에 조인한 마크 W 클라크 大將은 美軍 장성이기는 하지만, 유엔군사령관 자격으로 서명했다. 휴전에 반대했던 한국은 휴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았다.
휴전협정에 의하면, 한국전쟁의 당사자는 유엔·중국인민지원군·북한 등 3者다. 중국은 북한에 派兵하면서 공식 파견한 군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가리기 위해 「중국인민해방군」이 아닌 「중국인민지원군」이라는 이름으로 보냈다. 한국戰에 참전한 중공군은 法的으로 엄밀히 따진다면 중국정부가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공식으로 파병한 군대는 아니었다.
한국전쟁 종료 선언=韓美동맹의 해체
물론 국제정치와 法的 현상은 차이가 있다. 실질적인 상황이 바뀌지 않았는데 아무리 그럴듯한 선언이나 조약이 있다 해도 평화가 도래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북한 관계의 기본적인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終戰 선언이든, 평화 선언이든 별 의미가 없다.
19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를 읽어 본 사람은 누구라도 「이렇게 좋은 약속을 한 남북한 관계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그럴듯한 선언·조약이라 할지라도 실질적인 국제관계의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면 그것은 종이에 불과할 뿐이다.
미국이 진정으로 「한국전쟁이 끝났다」는 형식적 선언을 실제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駐韓美軍을 1950년 6월 25일 수준으로 완전 철수시켜야 하고. 韓美상호방위조약을 철폐해야 한다. 현재의 韓美동맹 및 군사관계는 거의 전적으로 한국전쟁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미국이 「북한이 核을 폐기하는 代價로 한국전쟁의 종료 선언」을 제의한 사실을 환영한다는 한국 측 인사들을 이해할 수 없다. 진정한 「한국전쟁 종료 선언」은 韓美 안보장치의 해체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전쟁으로 인해 성립된 韓美 양국 간의 안전보장 장치, 즉 「韓美동맹과 駐韓미군」은 그대로 놔둔 채 북한에 「核을 폐기하는 代價로 한국전쟁의 종료를 선언해 주겠다」고 말한다면, 북한의 전략가들은 그것이야말로 「조크」라고 넘겨 버릴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核 폐기 代價로 제기한 한국전쟁 종료 선언만 가지고 북한이 核을 폐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미국이 제시한 한국전쟁 종료 선언이라는 「당근」은 「북한이 核을 먼저 폐기」하는 경우에 주겠다는 것이지, 「먼저 줄 테니 核을 폐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核을 폐기하지 않는다
만일 미국이 한국전쟁 종료를 먼저 선언하는 경우 북한은 核을 폐기할 수 있을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그럴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북한이 核폭탄을 제조하는 이유는 現 부시 美 행정부의 위협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북한이 核을 만든 이유는 현재 미국의 부시 정권 때문만이 아니다. 북한은 1950년대 중반부터 核무기 보유를 위해 노력해 왔다. 이미 1960년대에 金日成은 『미국이 核을 사용하면 북한도 核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호언했다.
북한이 본격적으로 核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말이다. 소련-東歐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중국이 개혁·개방을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체제유지를 위해 核폭탄을 보유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1993년 중국이 한국과 修交하자 북한은 『이제 믿을 것이라고는 核무기밖에 없다』며 核무기 제조 일꾼들을 독려했다.
그 결과 야기된 것이 1980년대 말엽부터 1994년까지 지속된 제1차 북한 核 위기였다. 제1차 북한 核위기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제네바 합의에 의해 미봉 되었다. 제네바 합의는 北核의 「폐기」가 아니라 「동결」이었다.
2001년 9·11 사태 이후 미국은 북한의 核폭탄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되었다. 클린턴 시절에는 「북한의 核폭탄이 中東 국가에 수출될 수도 있다」는 「核확산」 문제였다면, 이제는 「核폭탄이 테러리즘에 사용될 수도 있다」는 차원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미국은 이제 북한의 核폭탄을 단 한 발이라도 허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기회 있을 때마다 「核폐기」를 강조하는 것이다.
북한 체제와 동격이 된 북한의 核폭탄
북한은 「强盛大國」을 내세우며 국방과 군사를 모든 것에 우선하는 「先軍主義」의 나라가 되었다. 核폭탄이 없는 强盛大國·先軍主義란 있을 수 없다. 북한의 核폭탄은 그 자체가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본질이 된 것이다.
북한은 核보유를 「半만년 민족사와 세계정치사에 特記할 만한 역사적 事變」이라고 주민들에게 선전하고 있다. 그것을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는 미국의 「한국전쟁 종료 선언」과 맞바꿀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국제정치를 규정하는 것은 「형식」이 아니라 「실제」다. 북한 金正日 정권과 미국의 現 정권 혹은 앞으로 다가올 정권이 모종의 약속(즉 형식적 조치)을 통해 북한-미국 관계의 실제를 바꾸어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국제정치의 본질을 모르는 천진난만한 일이다.
미국이 북한을 문제 삼는 것은 核폭탄 그 자체라기보다는 북한 정권이 테러를 지원할 수 있는 정권이라는 사실에 있다.
이 세상에 核폭탄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은 많다.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이 核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 나라들의 核은 문제 삼지 않는다.
미국이 문제 삼는 것은 보유하고 있는지조차 불확실했던, 그러나 없는 것으로 판명된 이라크, 만들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이란의 核, 그리고 겨우 몇 발 있다고 생각되는 북한의 核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미국은 核폭탄 그 자체가 아니라, 해당 국가의 「現 정권」을 문제의 근원으로 보는 것이다.
북한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2006년 12월1일자 논설에서 核무장을 포기한 나라들의 例를 들면서 『제국주의자들이 내 흔드는 사탕발림 원조 미끼에 홀리면 파멸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현재의 북한 정권과 主體思想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核폭탄과 反美主義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미국의 「한국전쟁 종결 선언」이 북한에 좋은 「당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이다.(konas)
이춘근 자유기업원 부원장·政博
출처:월간조선 2007년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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