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이라크 사태해결 나서라
국제여론 한 목소리… 美도 유엔에 요청
아난“정치적 역할만… 군사활동은 NO”
미국이 이라크 주권의 조기 이양 방침을 천명한 가운데 이라크 사태 해결을 위해선 유엔이 나서서 정치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쪽으로 국제사회 여론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과 과도통치위(委)의 요청=코피 아난(Anan) 유엔 사무총장은 17일 미국과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양측으로부터 이라크 주권 이양 과정에서 유엔이 중요한 정치적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받았다면서 이에 대한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아난 총장은 지난 주말 콜린 파월(Powell) 미국 국무장관, 잘랄 탈라바니(Talabani) 이라크 과도통치위 의장 등과 대화를 가졌다면서 “파월 장관과 향후 유엔의 역할 확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나는 그가 유엔의 역할을 지지할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특히 탈라바니 의장은 “주권 조기 이양을 위해선 유엔의 도움과 자문이 필수적”이라면서 유엔의 능동적 역할을 부탁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아난 총장은 그러나 코소보나 동(東)티모르 경우와 같은 유엔의 군사적 역할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범위한 기반을 가진 이라크 과도정부 구성을 위한 유엔의 독립적인 정치적 역할만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 유엔의 한 관리는 이와 관련, 2년 전 독일의 본에서 아프가니스탄 과도정부 수립과 국제적 합법성 부여를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했듯이 이라크 사태 해결을 위한 제3국에서의 국제회의를 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25인(人)으로 구성된 이라크 과도통치위는 다음달 15일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토록 돼 있는 향후 정치일정 계획안을 빠르면 이번주 중 제시할 것으로 보이며,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은 이를 보증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AP·AFP통신은 전했다.
◆국제사회의 여론=유럽연합(EU)도 내년 6월까지 이라크 과도정부 출범, 2005년 말까지 헌법 제정 및 총선 실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미국의 이라크 주권 조기 이양 계획에 환영의 뜻을 표시하고, 향후 유엔의 ‘중추적 역할’을 강조했다. EU 외무장관들은 17일 발표한 성명에서 유엔을 돕기 위해 이라크의 경제적 재건뿐 아니라 정치적 재건에도 기여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자크 시라크(Chirac) 프랑스 대통령과 프랑스를 방문 중인 타보 음베키(Mbeki)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도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은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었다”고 상기시키고, “이라크인들에 대한 신속한 주권 이양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이에는 유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연합군임시기구(CPA)의 마르코 칼라마이(Calamai) 이탈리아 대표는 17일 미국 주도의 CPA와는 의견이 맞지 않는다면서 사임을 발표하고, “유엔이 나서서 유럽에 보다 많은 역할을 맡기는 새로운 국제적 계획을 세워야만 이라크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16일자 사설을 통해 “미국이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라크의 헌법제정 등 국가 형성(Nation Building) 작업을 이 분야에 경험이 많고 중립적이며 신망있는 유엔에 맡기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비에르 솔라나(Solana) EU 외교정책담당 대표는 16일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치욕스러운 실패를 피하기 위해 이라크 주둔군의 통제권을 국제사회로 신속히 이관하는 데 동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디펜던트는 이와 관련, 미군·영국군 중심의 이라크 주둔군 통제권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 관련기사보기
-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