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파업이 반복되는 이유
몇 달 전 노사정 합의로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가 연기된 때였습니다. 신문을 읽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현대의 경우 노조전임자 212명에 116억 원을 지출하고 있어서 부담이 된다는 것입니다. 노조 전임자 일인당으로 계산하여 보았더니 5,470만원이 넘는 돈이었습니다. 그래서 2005년의 현대자동차 사업보고서를 살펴보았습니다. 5만 4천명이 넘는 직원들의 일인당 평균 급여액이 5,500만 원가량 되었습니다. 노조전임자들이 평균 근속년수 14년가량 되는 직원들과 동일한 급여를 회사로부터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현대자동차의 평균급여를 삼성전자와 비교하여 보았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8만 명이 넘는 직원들의 평균급여가 5천만 원이 약간 넘었습니다. 회사들 간의 급여를 직접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현대자동차의 급여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의 파업은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습니다. 왜 현대자동차의 파업은 매년 되풀이 되는 것일까요? 파업으로 인해 근로자들은 피해를 거의 보지 않는 반면 회사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입니다.
노동법상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인 파업은 근로자에게 특별하게 주어진 권리입니다. 보통의 계약에서 공급자가 계약기간 중에 납품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며 공급을 거절하면 구매자는 협상을 하거나 합의를 보지 못하면 다른 공급자를 찾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계약을 위반한데 따른 손해배상 책임까지 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노동법 하에서는 노조가 임금을 올려달라고 하면, 사용자는 노조와 성실하게 협상을 하여야 합니다. 합의를 보지 못하여 노조가 파업을 하며 노동공급을 중단하더라도 다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법절차에 따라 파업을 할 경우 이로 인한 피해는 기업과 관련 당사자들이 고스란히 부담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조합에 특권을 부여한 것은 노사간의 고용계약에서 근로자가 불리한 처지에 있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법제정의 취지에 따르면 근로조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에 취업한 근로자가 더 보호받아야 하고,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누리고 있는 대기업 고용 근로자는 덜 보호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대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으로 발생한 원가 상승이 중소기업의 납품가 하락을 초래하여 중소기업근로자의 임금을 누르고 있습니다. 성별 학력별 임금차이는 줄어들고 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현대자동차의 노조는 노조가 설립된 87년 이후 94년 단 한차례를 빼고 20년째 파업을 벌려오고 있습니다. 작년 6월에도 한 달 넘게 파업을 하였습니다. 파업의 결과 회사는 1조 3천억 원이 넘는 매출의 손실을 보았습니다. 2005년 매출에 대한 영업이익률이 5% 가량 되는 것을 고려하면 약 650억원의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입니다. 5만 4천명의 현대자동차 직원들에 대한 급여총액이 3조 원 가량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 직원의 급여를 2% 이상 올릴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파업의 결과 근로자들이 손해를 본 것은 거의 없습니다. 최종 노사합의안에 따르면 회사는 임금협상 체결 즉시 근로자들에게 급여의 1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하고, 생산목표달성 때 추가적으로 성과급을 150% 지급하기로 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이 근로자들에게 거의 피해를 주지 않고 회사가 고스란히 피해를 부담한다고 해서 파업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파업으로 노사 모두에 동일한 크기의 손실이 발생한다면 파업을 피하고자 하는 인센티브도 클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파업의 발생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나 파업으로 인한 기업의 손실이 지나치게 크고, 근로자는 거의 손실을 입지 않더라도 노조가 파업이라는 위협을 사용하였을 때 파업이 실제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다. 그것은 기업이 파업의 위협에 직면하여 쉽게 양보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파업을 감수하기보다 공장의 해외 이전 등을 선택할 것입니다.
노사간에 힘이 불균형일 때 파업이 발생하는 것은 노조가 경제적 이익과 무관한 명분으로 파업을 하거나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협상안을 제시할 때 입니다. 예를 들어 노조가 경제적 목적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으로 파업을 하거나 기업의 경영권이나 투자와 관련된 사항을 요구할 때입니다. 작년의 파업은 최고 경영진의 구속에 따른 경영 공백이 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고 할 수 있지만 경영공백은 거의 매년 파업을 벌려온 것을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추측해 볼 수 있는 것은 그 당시 언론에 보도되었듯이 산별 노조 전환 투표를 앞두고 조합원을 독려한다는 의미에서 또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투쟁을 위해 노동계의 단결이 필요해서 노조가 파업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노조는 경제적 이익을 떠나 회사가 양보할 수 없는 수준의 요구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되면 협상 가능한 수준으로 양보하여 경제적 실리도 동시에 챙기게 된다.
이러한 반복적인 파업이 경제적으로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반복적인 파업과 인건비 상승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 기업은 고용을 줄이거나 비조직 노동자 또는 수입노동자로 대체하게 됩니다. 비조직 노동자와의 경쟁에 직면한 노동조합은 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비조직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러면 기업은 마지막 방법으로 해외로 이전하게 됩니다. 사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고 있거나 이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노조는 국내 기업의 해외이전이나 구조조정을 막기 위하여 경영참여를 요구하게 되고, 실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면 경제는 망가지고 실업의 증가는 필연적인 것이 됩니다. 실업자가 증가하면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은 복지관련 예산을 증가시키게 됩니다. 최근 들어 늘어나는 사회복지비의 급격한 증가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노사간에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불균형한 상태에서 노조가 경제적 이익이 아닌 다른 목적을 추구하면, 파업은 반복되고 장기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반복적인 파업을 줄이려면 노조가 근로자의 경제적 요구에 충실하도록 하게 하거나 파업으로 인한 손실의 불균형을 해소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노조가 경제적 이익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손실의 불균형에서 나타난 것입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는 노사간의 손실의 균형을 회복하여야 합니다.
파업으로 인한 손실의 균형을 위해서는 파업으로 기업이 부담하는 손실을 줄이고 근로자 역시 손실을 입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불법파업은 말할 것도 없고, 합법적인 파업이라고 하더라도 필요할 경우 부분적으로 일시적인 대체노동의 고용을 허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파업을 회피하고자 하는 기업의 인센티브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기업이 일시적인 대체노동을 고용할 수 있더라도 생산성의 저하에 따른 손실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로자에게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철저히 지켜져야 합니다. 그러면 파업으로 인해 급여의 손실을 보는 근로자는 파업의 선택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konas)
정기화(전남대 경제학부)
출처:자유기업원(http://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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