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하는 美北 BDA·核협상 - 진단과 전망
부시행정부가 이라크 軍 증파(增派) 문제로 딜레마에 봉착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의 단독 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 의회는 최근 이라크 증파에 반대하는 결의문을 채택했으며, 27일 수만 명의 반전 시위가 워싱턴에서 일어났다. 더욱이 이날 이라크에서는 미군 7명이 또 목숨을 잃었다. 이라크의 혼미 사태를 이용, 이란은 핵 개발을 위한 원심 분리기 설치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시행정부는 종래 견지해 오던 ‘양자거부/6자 틀 고수’라는 대북 핵협상 전략을 마침내 변경하여, 미·북 간 직접협상에 돌입했다. 그리고 북한을 압박하는 기폭제가 된 BDA자금의 일부를 해제해 줄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 물론 그 대신 북한의 핵동결과 사찰 수용을 요구한다는 전략이다.
이달 30일 미·북 양측은 그동안 신경전을 벌여온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북한계좌 문제 해결을 위한 2차 실무회담을 베이징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북핵 6자회담도 2월 초 순차적으로 개최키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BDA문제에 관해 유보적 입장을 보이던 미 재무부도 베이징의 BDA 실무회담 개최를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회담이 순조롭게 이루어질지, 또 그 결과 6자회담의 개최로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현재 미·북 양측은 모두 대결보다는 화해와 협상을 원하고 있다. 미국은 상기 언급한 이라크-이란 문제로 인해 일종의 ‘시간벌기’를 원하고 있다. 북한은 나름대로 미국과의 협상 타결을 바라고 있다. BDA자금 해제를 통한 ‘현금 조달’이 가장 큰 이유이고, 대남전략 차원에서도 6자회담 결렬을 원하지 않고 있다. 6자회담 성공 모습을 매스컴으로 중계한 후 남한 정권과의 2단계 화해제스쳐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 핵 협상 전략은 분명히 바뀌고 있다. 이 변화는 지난해 부시의 ‘종전 선언’에서 시작됐다. 대체로 미국의 대북 전략은 (i)北에 대한 자금 압박을 통한 北체제 옥죄기 (ii)미북 직접협상을 통해 北의도를 알아내어, 그에 입각 ①‘진정한 의미에서’ 北과의 거래를 추진할 것인지 ②시간벌기와 충분한 명분 쌓기 후 향후 대북 군사 제재를 추진할 것인지 결정하려는 태도다.
북한 상황 역시 만만치 않다. 북한은 작년 핵실험을 감행한 후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고 ‘핵보유’의 ‘위용(?)’을 만천하에 과시하는데는 성공했으나, 내부 상황이 전례 없는 역경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제재로 현금 사정이 악화되어 김정일의 ‘선물 정치’에 제동이 걸렸으며, 사회 곳곳에 치안과 질서의 동요 내지 붕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년 봄이 최악의‘고난기’로 점쳐지는 가운데, 북한 주민들의 대거 탈북도 예상된다.
다만, 미국이 시도하는 美北 ‘直거래 전략’이 김정일의 요구대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까지 건드리게 된다면, 북한은 대남 전략상 중요한 ‘전환점’을 포착, 상황을 역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할지 모른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에서 대북 전략에 관한 현실주의 논리가 등장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27일 워싱턴포스트 紙는 “북한이 정말로 원하는 것(What North Korea Really Wants)”이라는 제하에 두 한반도 전문가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이들은 기고문에서 “북한이 미국과 진정으로 상호 공존을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기고문에서 북한이 미국에 대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공존·공생'이라고 주장했다. 두 교수는 “북한과 협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의 대북 강경파들은 잘못됐다”면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공존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북한 체제와 지도부를 수용하며, 동북아시아의 미래와 관련해 북한에게 활동 공간을 남겨두겠다는 것을 북한에게 확신시키면, 핵협상이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미국이 북한의 페이스대로 움직일 때 핵협상이 성공할 수 있다’는 논리로서, 한반도의 현실에 입각하지도 않고 북한의 의도를 왜곡한, 일종의 ‘양보 논리’로 들린다. 과거 월남전 당시 파리 협상을 연상시킨다. 만약 지금 방식대로 ‘핵개발 동결’이라는 명분하에 금융제재 해제가 이뤄지고, 우려되는 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이슈가 양측 간 다루어지게 되면, 이는 김정일 정권을 보장하는 발판이 되고 북한 페이스대로 협상이 진행됨을 의미한다.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 대사는 1월 18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은 올해 한국 대선에서 집권 여당의 승리를 지원하고 한국 내 광범위한 반미감정을 조장, 한미 간의 분열을 추구할 것”이며 “김정일의 서울 방문 가능성도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현 단계에서 북한 문제의 핵심 현안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북한 내부 상황도 점차 악화되어, 붕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북핵 저지가 실패하거나, 미북 협상이 미국의 ‘양보’와 ‘유화’ 위주로 진행될 경우, 한국의 국가안보가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상호 모순되는 방향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과연 어느 것이 먼저 실현될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첫째 시나리오가 먼저 실현되어, 대한민국의 위기가 해결되기를 간절히 바란다.(Konas)
홍관희(안보전략연구소장)
- 관련기사보기
-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