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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파병문제- 과연 일단락 난 것일까

Written by. 정준   입력 : 2003-11-19 오후 5: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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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은 우리에게 과연 어떤 존재인가. 북한의 대남 도발억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감당해온 가장 큰 공(功)을 미 제2사단에 돌려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유독 우리 '국군의 존재'가 두려워 남침을 자제해왔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남북대치의 첨예한 상황 속에서도 그들은 한미동맹의 정신에 따라 지난 50년간 최전방을 지켜왔다.


주한미군의 존재

해외 주둔 미군병력은 순환배치가 원칙인데도 미 제2사단만은 '예외적으로' 한반도에만 장기 주둔해왔다. 주한미군 3만7천명의 숫자는 미국 내에 배치되어있는 미군 정규군 2만8천600명보다도 8,400명(35%)이 더 많은 인원이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경계가 어느 정도인가를 잘 말해준다. 우리는 이들 주한미군에 대한 고마움을 잊은 채 살아오고 있다. 

고(故) 유봉영(劉鳳榮)선생의 사료(史料)에 의하면 고려시대에는 평균 1.09년에 한번, 조선시대에는 1.44년에 한 번 꼴로 대륙(중국)과 해양(왜구)으로부터 피침 당해왔다. 따라서  1953년 휴전 이후 50년간은 우리 역사상 초유의 평화로운 시기가 된다. 우리는 바로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지난 반세기동안 북한의 남침 위협과 쉼 없이 이어져온 내부 갈등 속에서도 이만큼이나마 정치발전과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거의 전적으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전쟁 억지력 덕분인 것이다. 상황이 그러한데도 3만7000명의 미군 주둔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이라크 파병은 '한없이 부당한 것'으로 인식하는 전후세대가 적지 않다. 

우리의 안보환경은 우리 스스로 국가안보를 지켜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예컨대 미 제2사단이 운용하는 영상정보(위성사진)와 신호정보(통신감청)를 포착하여 북한의 도발 움직임을 감시하는 디지털장비시스템을 운용하자면 우리의 현 국방예산을 5배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주한미군의 주둔비용 분담에 대해 별다른 이해가 없었다.


한미동맹으로서의 미국

그 뿐이 아니다. 주한미군의 존재가 한반도 위기의 주범(主犯)인 양, 통일을 저해하는 장애물인 양 억지논리를 전개해온 북한의 공작에 놀아난 식자층과 젊은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야말로 엄청난 배은망덕(背恩忘德)인 것이다. 주한미군의 존재는 미국에게 좋은 것이기에 앞서 '우리에게 좋은 것'이었는데도 우리는 그들에게 올바른 대접을 하지 않았다.

일부 친북(親北)단체들은 미국의 이라크에서의 반(反)테러전을 '제국주의적 침공'으로 규정하고서 우리의 이라크 파병을 '미국의 하수인 노릇을 자청하는 일'이라고 매도했지만, 미국은 이제까지 '영토확장을 위한 전쟁'을 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미국을 일컬어 '제국주의 국가'라 함은 어불성설이다.

우리는 자체적인 힘이 충분히 비축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엇이 진정 국익인가'를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 한미관계의 훼손이 미국의 일방주의를 자극하여 미국이 주한미군의 일부를 이라크로 투입한다 해도 '강 건너 불 보듯' 해야하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간 이라크 추가파병을 두고 국론이 양분되다시피 할 정도로 진통을 겪어왔다. 우리는 그간 아쉬울 때만 한미동맹을 강조해왔을 뿐, 미국이 어려운 국면을 맞아 우리에게 제의한 협조요청을 외면한다는 것은 동맹국가로서의 도리가 아닌 것이다.

'부시의 애완견'이라는 야유를 듣고있는 토니 블레어 영국수상이나 태평양전쟁의 패전당사국인 고이즈미 일본 수상이 미국과의 유대강화를 위해 이라크전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것은 모두가 미래지향적인 장기적 안목에서 [국익]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주둔 미군은 현재 미군 전체 병력의 20%에 해당하는 총 16만1천500명이다. 정규군 14만명 외에 주 방위군 8천명과 예비군 1만2천여명이 포함되어있다. 주(州)방위군 동원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라크 이외에도 아프가니스탄에 미군 9천600명이 주둔하고 있으며 발칸 지역에도 5천100명이 배치되어 있다.  


미국의 일방주의 자극 우려

그러나 대규모 병력 투입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의 치안을 확보하고 이라크 시민사회를 재건하는 데는 최소한 현 수준의 2배 이상(약 30∼40만명)의 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미국은 이처럼 어려운 국면을 맞아 우리에게 파병을 요청해왔던 것이다.

참고로 6·25 한국전쟁 당시 기록을 살펴보면 항시 60만명의 미군이 한국에 상주(연인원 178만9천명 투입)하여 전쟁을 치렀고, 45,126명(전사자 36,940명)이 목숨을 잃었거나 실종됐으며, 부상자는 92,134명에 달했다. 우리가 이라크에 파병하는 연인원 3,700명은 당시 미군 전사자 규모의 1/10에 지나지 않는다. 

럼즈펠드 미 국방은 취임 초부터 '전 세계 미군의 전면 재배치'를 시사해온 미국 내 대표적인 신(新)보수주의자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럼즈펠드로서는 이번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한국정부로부터 미국정부가 만족할 수준의 '의미 있는 파병' 언질을 받아내지 못했지만, 주한미군 감축과 한강 이남으로의 재배치문제를 미국 페이스대로 요리할 수 있는 명분 쌓기를 성취한 것이 된다.  

우리는 미국이 '우리의 이라크 파병 3,700명선 제의'를 수용했다고 반길 것이 아니라, 지난 50년간 큰 무리 없이 견지해온 한미동맹이 '본의 아니게' 새로운 갈림길에 들어서고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미국의 '우리 제안 수용'은 주한미군병력의 감축과 재배치를 그들 나름대로 강행할 수 있는 '명분 쌓기와 수순(手順)밟기'의 시작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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