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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 조정관'을 설치하자

Written by. 제성호   입력 : 2007-02-17 오전 1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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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서 ‘재검토(review)’라는 말을 곧잘 듣는다. 부시 행정부는 2001년 초 집권한 직후 대략 6개월간에 걸쳐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1기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장관을 지냈던 윌리엄 페리는 2기에는 ‘대북정책 조정관’에 임명돼 북핵, 미사일 문제 등을 포함한 기존의 대북정책을 재검토한 끝에 ‘페리 프로세스’로 불리는 3단계 대북 접근법을 입안하기도 했다.

 전자의 경우가 이전 정부의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서 그에 대한 개선안을 강구하기 위한 재검토였다면, 후자는 여야의 입장 차이를 조정해서 가능한 공동의 대응책을 마련하는 차원의 재검토였다고 할 수 있다. 어느 경우든 보다 더 적절하고 실효적인 정책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착수된 것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10월17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7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날 발효한 국방수권법 제1211조에서는 법 발효 후 60일 이내에 대통령이 ‘대북정책 조정관’을 임명토록 하고 있다. 이 조정관은 안보와 인권 문제를 포함한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전면적이고 완벽한 부처간 재검토,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기타 안보 문제에 대한 대북 협상정책의 방향 제시, 북핵 6자회담에서 미국의 지도력 제공 등의 임무를 수행하게 돼 있다. 대통령 특사로도 활동하는 대북정책 조정관은 특히 임명 후 90일 내에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작성,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하도록 법률은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대북정책 조정관을 남의 나라 제도 정도로만 여겨왔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아닌가 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전격적인 핵실험, 그리고 유엔 안보리 제재 등 한반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노무현 정부는 여전히 평화번영 정책만 붙들고 있다. 정책 ‘재검토’나 수정은 아예 검토조차 하지 않는다는 심사인 것 같다. 그럴 필요를 느끼는지도 의문이다.

 노 정부는 출범 초기에 대북정책 추진과 관련해 국민적 합의와 초당적 협력을 공언했었다. 김대중 정부도 햇볕정책의 기조로 안보와 화해·협력의 병행 등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기조가 잘 지켜졌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정권이 아닌 국가 차원의 접근, 초당적 협력, 정략적 이용의 배제, 국민적 합의, 투명성 확보, 특정인 주도가 아닌 시스템에 의한 정책 추진 등은 민족 성원의 삶의 공간과 존재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대북정책 추진시 반드시 준수되어야 할 중요한 가치요 원칙들이다. 어쩌면 그동안 이같은 원칙들이 무시되었기 때문에 남남갈등, 보혁갈등이 계속 증폭되고 확산되어 왔는지도 모른다.

 이런 점을 감안해 이제라도 여야간, 정부 부처간은 물론 보혁간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입장 차이와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한국판 페리 프로세스를 만들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강온 양면 전략에 근거해 당면한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 정착 문제, 그리고 6자회담 구상 등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국회가 장관급 대북정책 조정관 설치를 내용으로 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 대북정책 조정관은 여야간의 합의를 통해 대통령이 임명토록 하되, 보다 자유로운 입장에서 정부의 대북정책을 주기적으로 재검토하고 개선책을 제시하며, 보고서를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토록 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은 이 같은 대북정책 조정관제의 신설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해 대선 공약으로 제시, 공론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konas)

 제성호 / 중앙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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