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전술을 포기한 한국의 대북 정책
지난 2월 13일 북경 6자 회담에서 북한이 비록 초보적이며 시간을 두고 봐야 하겠지만 단계적으로 핵을 폐기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북한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개발한 핵을 폐기한다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며 최근 나타나는 낙관적 분위기는 언제라도 반전 되어 남북한 관계는 물론 미-북 관계 더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전체에 위기를 초래할 개연성도 배제 할 수 없는 일이다. 한반도의 상황은 아직도 불확실성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이를 잘 조종해 나가기 위해서는 정교한 전략과 전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보여지는 한국 정부의 북한에 대한 접근 방식은 ‘전략', ‘전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작년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 그리고 작년 10월 9일 북한의 핵실험은 남북한 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갔다. 북한의 핵보유는 햇볕정책의 파탄을 의미하며 이제 한국은 핵보유국이 된 북한 앞에 압도적으로 불리한 전략적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강압외교 덕분에 북한은 마지못해 6자회담에 참석했고, 5국은 북한의 행동에 따라 단계별로 북한의 행동을 보상하는 해결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정부의 대북 정책은 마치 북한의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기나 한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서 장관급 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후 자청한 기자 회견에서 장관급 회의를 한 이후 배포한 공동 보도문에는 없던 내용의 지원 즉 ‘북한에 쌀 40만 톤과 비료 30만 톤 을 지원하는데 원칙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2월 13일 합의에 따르면 우리의 행동은 북한의 핵 폐기 이행 결과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원할 쌀과 비료의 규모까지 말하는 것을 보고 대북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 의혹이 발단 되었다. 이면 합의 논란은 정부의 대북 정책이 전혀 전략적, 전술적인 기반위에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야기되는 논란이다.
이번 2월 13일 북경 합의는 단계적 성격을 특징으로 한다. 절박한 북한에게 마구 퍼줌으로서 북한이 핵 폐기를 위한 다음 단계를 이행하지 않을까 염려한 결과 나온 실행 방안이다. 사실 2월 13일 합의 이후 후진타오 주석에게 전화를 건 부시대통령은 중국에게 더욱 강력하게 유엔 결의안 1718호를 지켜 달라고 요청했다. 유엔 결의안 1718호는 북한 핵의 폐기를 위한 북한에 대한 전 방위적 압박을 골자로 하는 것이다. 2월 13일 이후에도 미국은 아시아에 배치한 군사력을 계속 증강시키고 있으며 유엔개발계획(UNDP)은 북한의 불투명성 때문에 북한에 대한 지원을 중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북한에 대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략 전술적 수단에는 군사적인 것과 경제적인 것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수단이 있다. 그러나 현 한국 정부는 이미 군사적인 수단은 아예 수단으로 고려하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 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서는 ‘아무리 퍼주어도 남는 장사’라고 말함으로서 우리가 가진 경제적 수단의 전략, 전술을 스스로 뭉개 버렸다. 경제적 수단이 가지는 지렛대 효과를 대통령이 스스로 부인 한 것이다. 이처럼 말함으로서 우리의 대북 경제 지원이 투명해야 하며, 계획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대북경제 지원정책의 기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되어 버렸다.
더 나아가 이처럼 비 전략적인 언급은 북한 핵을 폐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 정신에도 배치된다. 핵을 폐기하는 초기 대가로 생각 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면 북한은 다음 단계를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고 시간을 질질 끌 수도 있다.
게다가 한국의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서는 아무리 퍼주어도 남는 장사라고 말했으니 북한은 한국을 더 이상 전략의 대상으로 삼지 않아도 된다. 달라는 대로 다 퍼 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동안 비 전략적으로 북한을 대했기 때문에 북한이 자기들 핵폭탄이 남한을 지켜 주는 것이라는 망발을 하는 것을 보고도 아직 대북 전략에 수정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답답한 일이다.
이처럼 비전략적, 무전략적인 대북 정책이 지속되는 한 우리는 북한에 돈을 대주고도 북한을 변화시키는데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을 뿐 만 아니라 오히려 북한으로부터 비하 당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더 곤란한 일은 우리의 비 전략적 대북 지원 행동은 우리나라를 모처럼 형성된 국제공조체제 및 국제사회로부터 일탈 시킬지도 모를 우려가 있는 일이라는 점이다.(Konas)
이춘근(자유기업원부원장·政博)
출처 : http://www.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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