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체제 전환문제, 정공법으로 대처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2.13 북핵합의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워킹그룹회의 진전에 고무되어, 작금 남북정상회담, 4년 연임제 개헌, 평화체제 논의 등 파상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 앞으로 북미 등 관련 당사국간에 초기이행조치가 실시되면, 평화체제 논의를 앞당길 것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어제 평화체제에 관한 세미나가 열려 언론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 자유민주진영은 어떠한 입장(stance)을 가져야 할까. 정부여권이 하자는 대로 지켜볼 것인가, 아니면 평화체제 논의에 반대해야 할 것인가. 일견 어려운 것처럼 보이지만, 생각해 보면 답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본다.
평화체제는 언젠가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6.25 한국전쟁이 정지된지 54년째가 되는 지금, 그간 한반도의 현상형태를 규정했던 정전체제만으로 공고한 평화가 달성될 수 없음이 이미 객관적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평화체제 협상을 시작해 평화체제에 관한 합의를 만들어야 하는 것인가? 물론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평화는 문서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케 하는 당사자간의 (평화)의지, 조건과 장치가 마련되어야 이룩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평화의 의지 혹은 평화공존의지가 존재해야 한다. 북한이 대남적화혁명노선을 견지하는 한 남과 북간에 평화의지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호시탐탐 우리 뒤통수를 때릴 것을 기도하는 상황이라면, 평화는 튼튼한 안보 위에서만 존재할 수는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라든가 섣부른 평화 논의는 안보불감증만 확산시킬 공산이 크다.
또한 북한의 핵무기가 버티고 있는 한 진정한 평화를 꿈꿀 수는 없다. 북한 핵의 인질이 되는 상황을 평화라고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이야기하는 평화는 핵이 없는 평화이며, 북한의 대남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뀐 상황에서 조심스럽게 공존의 조건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지금 당장 평화체제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현단계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조만간 불어닥칠지도 모를 평화무드에 편승해 친북좌파들의 평화협상 주도권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그러러면 평화체제 협의와 구축을 위한 착실한 로드맵을 만들고, 특히 단계별 이행과정에서 필요한 조건을 설정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단계별 이행조건, 곧 평화의 조건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다.
다른 한편 평화체제를 논의함에 있어서 항시 유념할 것은 우리가 말하는 평화와 북한이 말하는 평화가 다르다는 점이다. 북한이 말하는 평화는 '주한미군'이라는 외세가 없는 상태이며, 연방제 통일을 가능케 하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핵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그와는 거리가 먼 상태, 우리의 안보구조와 한반도 평화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평화체제 전환문제에 있어 정공법으로 나가야 한다. 수세적인 입장에 계속 처할 경우 저들에 의해 자유민주의 애국우파진영이 전쟁세력, 정전체제 유지세력, 반통일세력이란 불합리한 낙인이 찍히게 될 것이다.(konas)
제성호(중앙대 법대 교수)
**이 글은 정치웹진 '프리존'(http://www.freezone.co.kr)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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