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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꼬리 3년 묻어도 黃毛가 안 된다"

Written by. 이동복   입력 : 2007-03-22 오후 1: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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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베이징으로부터 들려오는 6자회담 얘기는 “개 꼬리 3년을 묻어도 황모(黃毛)가 되지 않는다”는 우리의 속담을 새삼 상기시켜 준다. <2.13 합의>에 의거하여 베이징에서 19일부터 열리게 되어 있는 제6차 6자회담이 마카오 소재 방코 델타 아시아 (BDA) 은행에서 18개월 만에 동결이 해제된 북한측 계좌의 예금 2천5백만 달러 문제로 연 사흘째 회의를 열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은 새삼스럽게 2000년6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당시)의 평양방문을 앞두고 일어났던 일을 회상하게 만든다.
 
 그때 김대중 씨의 평양방문은 남의 박지원과 북의 송호경 사이에 중국에서 남 몰래 진행되었던 ‘밀실(密室) 거래’를 통해 남이 4억5천만 달러(또는 그 이상)의 ‘검은 돈’을 뇌물로 북에 건네주는 ‘검은 흥정’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렇게 이루어진 거래에 따라 김대중 씨가 원래 평양으로 떠나기로 한 날은 6월12일이었다. 그러나, 김 씨는 6월12일 평양방문 길에 오르지 못했다. 북한 쪽에서 이를 가로막은 것이다. 뒤에 알려진 그 이유가 황당한 것이었다.
 
 무슨 이유였든지 분명치는 않지만 남이 약속한 4억5천만 달러의 일부(액수 미상)가 아직 북에 전달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북이 그 잔금이 건네질 때까지 김대중 씨의 평양 방문 출발을 가로막은 것이다. 김대중 씨 쪽에서는 6월12일 국가정보기관이 나서서, 특정 재벌의 돈을 강탈하다시피 해서, 부랴부랴 문제의 ‘검은 돈’ 가운데 나머지 잔금(?)을 마카오 소재 (아마도 이번에 문제가 된 BDA) 은행에 개설된 김정일(金正日)의 비자금 계좌로 송금을 하고서야 다음 날 김대중 씨의 평양방문 등정(登程)을 실현시킬 수 있었다. 
 
 지금 베이징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황당할 정도로 그때 일이 재연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2.13 합의>에 탈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북한을 상대로 명백한 ‘검은 흥정’을 이루어냈다. 동결되었던 BDA 은행 북한측 계좌의 북한측 예금 2천5백만 달러를 전액 풀어주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동결이 해제된 2천5백만 달러의 행방과 관련하여 지금 엉뚱한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사흘이 지나도록 미국과 북한이 이 돈을 이체시키기로 합의했던 베이징 소재 ‘중국은행’의 ‘조선무역은행’ 계좌로 입금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베이징에서는, 19일 열리는 것으로 되어 있던 제6차 6자회담에 참가하기 위하여 남북한과 미국ㆍ중국ㆍ일본ㆍ러시아 등 6개국 대표단들이 모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김계관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이 문제의 2천5백만 달러가 ‘중국은행’ 북한측 계좌에 입금된 사실이 확인될 때까지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호텔 방에서 ‘농성(?)’을 벌이는 바람에 연 사흘째 회의를 열지 못하는 가운데 나머지 5개국 대표단이 하는 일 없이 우왕좌왕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더욱이 황당한 것은 문제의 2천5백만 달러의 문제의 ‘중국은행’에의 입금이 지연되고 있는 사유다. 베이징으로부터 전해지고 있는 소식에 의하면 문제의 2천5백만 달러는 이 돈이 북한으로 넘겨지는 과정에서 중간 기착지로 이용하기로 미국과 북한이 합의한 ‘중국은행’ 쪽에서 “‘불법성 자금’인 문제의 돈을 처리하는 데 간여할 경우 국제 금융가에서 ‘중국은행’의 신용도 하락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문제의 돈을 경유시키는 통로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돈의 입금을 허용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중국은행의 입장은, 물론 북한은 입을 다물고 있지만 미국 재무부가 공식으로 발표한 내용에 따른다면, 미국과 북한이 문제의 2천5백만 달러가 ‘불법성 자금’이라는 사실을 사실상 확인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데이비드 글레이저 미 재무부 차관보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미국 정부 공식 발표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담겨져 있다. “별개로 애국법 311조에 따라 재무부가 BDA 은행에 대해 내린 최종 결정은 유효하다. 지난 18개월간의 활동은 세계금융체제에서 이루어진 불법 활동을 우리가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기 확산, 테러 금융, 마약 밀수와 그 외 다른 불법 금융활동을 추진한 금융기관은 그들이 직면할 중대한 결과에 대해 인식해야한다.” 
 
 이 발표문의 인용된 대목이 함축하는 의미는, 요컨대, 이번에 풀리는 2천5백만 달러는 ‘불법성 자금’이라는 것이다. 외신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미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의 ‘군색한’ 변명 거리를 장만하여 이 ‘불법성 자금’을 북한에 돌려주는 데 동의했다. 그 하나는 “불법행위 혐의자에게 직접 예금을 반환해 주지 않는다”는 ‘원칙(?)’에 입각하여 이 돈을 직접 북한에게 돌려주지 않고 ‘중국은행’이라는 ‘선의의 제3자(?)’로 하여금 실질적인 ‘돈 세탁’을 해 주게 하는 ‘군색한’ 편법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북한으로부터 돌려받는 돈은 “인도적이고 교육적인 목적을 포함, 북한 인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는데 국한하여 사용하겠다”는 누가 들어도 곧이듣지 않을 공허한 ‘약속’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결국, ‘떳떳하지 못한’ ‘검은 돈’을 ‘떳떳하지 않은’ 방법으로 북한에게 돌려주는 ‘떳떳하지 않은’ 거래에 ‘중국은행’을 ‘하수인’으로 이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불똥은 엉뚱하게 ‘중국은행’에게로 떨어졌다. ‘중국은행’이 눈을 뜬 채로 명백한 ‘불법성 자금’을 넘겨받아서 이것을 ‘합법성 자금’으로 ‘세탁’을 해서 북한으로 넘겨주는 악역(惡役)을 감당하게 된 것이다. ‘중국은행’이 이 같은 또 하나의 ‘범죄행위’에 연루되는 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경위로 BDA 은행에서 풀린 2천5백만 달러가 ‘중국은행’으로 이체되는 길이, 최소한 당분간은, 막히게 되었고 돈을 돌려받는 것만이 급한 사정인 북한은 이 돈의 이체(移替) 지연을 문제 삼아 6자회담을 보이콧하는 악순환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2000년 남의 김대중 정권이 실정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면서 ‘잔금’을 마카오 소재 은행의 김정일 비자금 계좌로 송금해 주고 김대중 씨의 평양방문을 실현시켰던 것처럼 이번에는 미국이 어떻게든 중국과 정부 대 정부 차원의 협상을 통해 ‘중국은행’의 ‘이유 있는 저항’을 찍어 누르고 문제의 2천5백만 달러의 ‘중국은행’ 이체 입금을 실현시킴으로써 6자회담의 정상화(?)를 꾀하게 될 것으로 보아 틀림없다. 
 
 이 같은 상황은 과거에도 무수하게 반복되고 있는 북한의 협상행태가 전형적인 ‘앵벌이’ 수법임을 보여준다. 지금 노무현 정권과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어떻게 해서든지 북한에 대한 ‘퍼주기’를 통해 “신뢰를 조성”(?)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옳은 표현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국제사회가 그 동안 ‘벼랑 끝 외교’라고 근사하게 명명해 준, 문제의 ‘앵벌이’ 행태를 중지시켜 보겠다는 ‘백일몽(白日夢)’에 매달리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김정일(金正日)의 북한은 이미 ‘앵벌이’의 다음 단계 수순으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거해 주지 않으면 다른 것은 할 수 없다”고 나설 채비임을 보여 주고 있다.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은 당연히 <2.13 합의>에 위배되는 것이다. <2.13 합의>에 의하면, 60일 간의 소위 ‘초기조치 이행 기간’ 중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쇄ㆍ봉인”하고 “필요한 감시와 검증을 위해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요원을 북한에 복귀”시킬 것을 약속한 데 대한 반대급부 가운데 하나로 미국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는 과정을 개시”하고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종료시키는 과정을 진전”시킨다고 약속했다는 사실을 명기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그러한 합의서의 문면은 아랑곳함이 없이, “테러지원국 지정의 해제 없이는 다른 어떠한 일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떼쓰기’를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라운드의 ‘앵벌이’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북한이 사실은 2005년 제4차 6자회담에서 타결된 ‘9.19 공동성명’ 발표 후에 보여주었던 북한 특유의 협상(?) 행태로 복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때 ‘9.19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조속한 시일’ 안에 NPT(핵확산금지조약) 및 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하고 미국 등 다른 5개 참가국들은 “‘적절한 시일’ 안에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데 동의”했었다. 문면으로 볼 때 두 행동 간의 선후관계는 명백하다. 북한이 해야 할 일이 먼저고 다른 나라들이 하기로 한 것은 그 다음임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경수로를 먼저 주지 않으면 (북한이) 약속한 일을 할 수 없다”고 생떼를 쓰기 시작하여 6자회담을 교착시키기 시작했었다. 마카오 BDA 은행의 북한 예금 2천5백만 달러 동결 문제가 6자회담의 장애 요인으로 등장한 것은 그 다음의 일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6자회담에서도, 북한은 1950년대 초 판문점에서 있었던 6.25 전쟁 휴전협상 이래 북한이 남한을 비롯하여 외부세계를 상대로 하여 벌였던 모든 협상을 통하여 일관되게, 변함없이, 되풀이 하여 보여주었던 상투적인 협상기법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것은 모든 협상을 3개의 단계로 나누어 진행시키는 것이다. 
 
 첫 단계는, 보통은 ‘예비회담’이 이 단계에 해당하지만, ‘합의 이전’의 단계다. 북한의 협상행태에서는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이 단계에서 북한은 주로 북한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들을 담은 ‘전제조건’을 제시하거나 아니면 북한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이미 내장된 ‘의제’를 제시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전제조건’을 수용하게 하거나 아니면 북한이 원하는 내용으로 ‘의제’를 설정함으로써 북한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가운데 달성 가능한 것은 달성하고, 불가능한 것은 포기한다. 
 
 둘째 단계는 ‘합의’의 단계다. ‘합의 이전’의 단계를 지나서 ‘합의’의 단계가 되면 협상은 ‘파먹은 김치 독’의 처지가 된다. 이 단계가 되면 북한은 ‘합의’를 생산하는 데 호응한다. 그러나, 이 때 이루어지는 ‘합의’는, 부분적으로 구체성을 띈 ‘합의사항’들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예외 없이, ‘원칙적 합의’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되면 문제의 ‘원칙적 합의’에 대해서는 쌍방 간에 반드시 ‘해석의 차이’가 발생하고 이 같은 ‘해석의 차이’ 때문에 ‘하나의 합의’가 ‘두개의 합의’로 변질되어 실천ㆍ이행이 불가능해지게 된다. 이 같이 ‘합의’의 실천ㆍ이행이 불가능해지면 등장하는 것이 북한의 장기(長技)인 선전ㆍ선동이다. ‘합의’가 이행되지 않는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다. 
 
 셋째 단계는 ‘합의 이후’의 단계다. 이 단계가 되면 북한은, 상대방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면서, 이루어진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거나 아니면 ‘해석의 차이’가 들어나서 실천ㆍ이행이 불가능해진 ‘원칙적 합의’의 ‘재해석’ 또는 ‘재합의’를 위한 ‘재협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기존의 원칙적 합의’를 대체할 ‘새로운 원칙적 합의’를 이끌어낸다. 
 
 반세기를 넘긴 그 동안의 분단사를 통해 북한이 남한과 외부세계를 상대로 벌여 온 다양한 ‘협상’ 전개 과정에서 북한이 이 같은 전형적인 3단계 협상 공식(公式)으로부터 예외를 보여 준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번의 6자회담의 전개 양상은 이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북한의 협상 행태 역시 그 같은 협상 공식에서 예외가 아님을 분명히 해 주고 있다. 김정일의 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협상행태는 “3년이 아니라 60년이 지나고도 황모가 되지 않는 개 꼬리”일 뿐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협상에 임하고 있는 한국의 노무현(盧武鉉) 정권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협상 행태는 “불을 보고도 끊임없이 달려드는 불나방이”를 연상시키고도 남음이 있다. 과연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질 것인가? 끊어진다면 그것은 과연 언제일 것인가. 아마도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지속되는 한 이 같은 악순환은 한없이 반복되어야 하는 것 같다. [끝]

 이동복 / 전 명지대 교수(http://www.dblee2000.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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