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FTA 선도국 자리바꿈
우리나라 통상 역사상 중요한 획을 그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마침내 타결됐다. 지난해 5월 협상을 개시한 이래 우리나라와 미국은 8차례의 실무급 협상과 고위급 협상 등을 통해 서로 상대방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얻어내고 자국 산업에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에서는 개방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밀고 당기는 실랑이를 벌였다.
쇠고기·자동차·섬유 등과 같은 핵심 쟁점 사항에서는 양국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지만 막판에 서로가 유연성을 발휘함으로써 절충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만큼 양국 모두 FTA가 서로에게 득이 된다는 신념을 갖고 협상에 임했기에 타결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동아시아에서 일본·중국·대만 등을 제치고 미국과 최초로 FTA를 체결하는 국가가 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시장을 안정적으로 선점하고 시장 확대를 통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미국시장에서 하락 추세가 멈추지 않던 우리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다시 회복시키며,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기회를 포착하게 됐다.
이러한 경제적 이득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외교·전략적 측면에서 미국과 동반자적 관계를 굳건히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미국으로서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존재로 한국을 파트너로 확보하게 된 셈이어서 한국과의 관계를 더욱 긴밀히 해 나갈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효과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한국과 미국 두 나라 국회의 협정문에 대한 비준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협정이 발효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02년 10월 칠레와의 FTA협상 타결 이후 비준에 이르기까지 1년 6개월의 시일이 소요됐던 것을 돌이켜 볼 때 이번에도 비준 지연 사태가 재현되지 않을까 솔직히 염려된다.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표만을 의식할 게 아니라 진정으로 국익을 생각해 조속히 비준해야 한다. 농민과 시민단체 등 지금까지 FTA에 반대해 왔던 집단들도 더 이상 소모적인 저항을 지속해서는 곤란하다. 농업을 비롯해 서비스업, 중소기업, 자영업 등 시장 개방에 취약한 산업의 경우 체질강화가 시급하다.
개방에 민감한 분야에서는 기간을 설정해 단계적인 개방을 하기로 한 만큼 완전 개방 때까지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우는 데 매진해야 한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 가격 이상으로 품질과 안전성, 친환경성 등이 경쟁력 요소로서 중요해진 만큼 수입품을 능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FTA체결로 피해를 입는 기업이나 근로자에 대한 지원대책을 다각도로 강구해야 한다. 이미 지난해 제정된 ‘제조업 무역조정지원법’을 합리적으로 적용해 기업회생과 업종전환, 피해 기업 종사자들의 전직이나 재취업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지원자금의 사용 실태를 제대로 따지지도 않고 무턱대고 지원해서는 곤란하다.
한미 FTA체결로 세계 FTA체결 경쟁에서 지진아로 평가받았던 한국은 FTA 선도국으로 자리바꿈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캐나다·유럽연합(EU)·인도 등과의 협상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함은 물론 여타 국가들과의 협정도 새롭게 추진해야 한다. 이것이 통상중심국가로서의 한국 위상을 강화하고 대외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우리 경제의 활로를 모색하는 길이다.(Konas)
온기운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출처 : http://kookbang.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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