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평가
드디어 한미 FTA가 타결됐다. 한국은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에 더욱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미국 또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쌍무적 자유무역협정(bilateral FTA) 시대를 열게 되었다. 경제적 측면에서 금번 협정은 양측의 큰 이해를 상호 맞교환한 모습을 띠고 있다. 미국의 가장 큰 관심 분야는 역시 한국의 금융 및 서비스 시장이었고, 반면 한국의 최대 이해 분야는 미국의 공산품 시장이었다. 결국 협정을 통해 이 두 가지가 상호 교환된 것이다.
이 분야의 협상은 조기에 사실상 타결되었음으로 협정이 무산될 큰 이유는 애초 없었다. 그러나 양측 모두 여론을 의식하고 국회의 비준을 염두에 두어야 했음으로 시한까지 연장하는 그럴듯한 모습을 연출하며 극적인 협상 드라마를 양국 국민에게 선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동원되어 득실을 정확히 계산했고, 이를 정교한 틀을 통해 맞교환했음으로 경제적 실익은 장기적으로 보아 양측 모두에게 등가에 가까운 호혜적인 것이라고 추론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므로 특정 분야의 실익을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그것보다는 국제관계라는 큰 틀에 기초, 전체적으로 어떠한 파급효과가 있겠는가를 짚어 보는 것이 금번 협정의 의미 있는 평가가 될 것이다.
자유무역협정은 유럽의 예에서 보듯이 경제적 호혜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협정을 통해 정치경제적 영향권이 형성된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배타적인 블록이 형성되면 역외 국가들을 당연히 차별하게 됨으로 끼리끼리 식의 영향권 형성은 피할 수 없다. 유럽이 경제적으로 통합된 후 국제무대에서 과거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경우 그러한 효과는 배가될 가능성이 높은데, 군사동맹에 사실상의 경제동맹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전략적으로 미국의 이익은 심대하다.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하여 미국이 늘 염두에 두었던 사항은 한중일 삼국만의 FTA 체결이었다. 과거 동아시아경제협력안(EAEC)을 미국이 반대한 사실에서 엿볼 수 있듯이 세계적인 경제 강국인 이들 세 나라만의 협정이 체결되는 경우 미국은 방대한 동아시아 경제권에서 어느 정도 배제된다. 바로 그 한가운데 한국이 존재함으로 한국과 협정을 조기에 맺음으로써 상기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제일 수출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 한국이 기우는 것을 균형 잡아 주는 데도 협정은 한몫을 할 것이다. 쌍무적 수준에서는 한국의 금융 및 서비스 시장을 더욱 파고들 수 있게 되었음으로 양국의 이른바 상호의존은 양적인 것에서 질적인 것으로 한 단계 도약하며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지정 및 지경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함은 물론 그것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틀이 마련된 셈이다.
한국의 경우도 이익은 클 수밖에 없다. 누가 뭐라 해도 현대 첨단 기술의 원천은 미국이다. 그리고 미국 수입시장은 세계 최대이며, 가장 자유롭고, 경쟁력 또한 세계 최고이다. 다른 어느 국가도 흉내 낼 수 없는 첨단의 금융기법을 통해 운영되는 최대의 금융시장 역시 미국에 존재한다. 바로 이런 국가와 경제 국경을 허물며 교류한다는 것은 한국의 대외경쟁력을 키우는데 더없이 좋은 기회가 제공되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적으로도 상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는데, 이웃이며 강력한 경제력으로 무장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 어디에도 타의적으로 기울지 않는 균형추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이점은 미국이 가장 바라는 바이지만 그것 못지않게 한국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한국의 경제성장사가 사실상 개방의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개방이 스스로의 의지보다는 타인(주로 미국)에 의행 강요된 측면이 많았음으로 한국 국민이 개방 자체의 실익에 대해 현재까지도 둔감한 것이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금번 협정이 한국경제를 다시 추진하는 동력으로 간주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서 발견된다. 대규모의 개방을 단행할 때마다 단기적인 혼란은 있었으나 장기적으로 한국경제가 한 단계 도약한 과거 40년의 경제발전사는 한미 FTA가 함의하는 개방의 의미를 확실히 해주고 있다. 특히 금융 서비스 분야의 개방 확대를 통해 얻게 될 이 분야의 국제경쟁력은 한국이 얻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중국과 일본의 샌드위치 신세를 벋어나는 열쇠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면 지금까지의 추세 혹은 국민성 등을 미루어 보아 두 인접 강국이 다이내믹하고 신속한 행동 그리고 기민한 머리를 요하는 금융 서비스 분야의 강자가 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konas)
김기수(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kskim@sejong.org)
출처:세종연구소 '세종논평 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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