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 타결과 앞으로의 과제
들어가며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된 이후 10일이 넘은 현재에도 “KORUS FTA”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9일 국회 정치 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는 민주당의 한 의원이 “지금이라도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를 중단할 생각은 없는가?”라고 한덕수 총리에게 질의하며 협상 자체를 없던 것으로 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한ㆍ미 FTA 협정에 관한 이러한 상식 밖의 주장은 협정의 내용이 앞당겨져 상세히 공개될 다음 주를 지나, 대통령이 협정을 정식으로 체결하고 비준하는 6월을 넘어,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는 시점, 정식으로 국회에 비준동의를 요청하고 농촌 피해보상액과 피해보상에 관한 법률안을 논의하게 될 9월의 정기국회를 지나, 올해 12월까지의 대선시기 내내 계속 공방과 협정 철회요구로 이어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예상되는 국회의 비준동의 시기까지도 계속될 수도 있습니다.
농촌의 피해가 포도를 중심으로 한 소수의 농작물에 그쳤던 한-칠레 FTA가 협상이 타결된 이후 국회 비준까지 1년 4개월이 넘게 걸려 사회적 비용이 적지 않았던 것을 회고한다면, 반미감정과 섞여 “괴담의 수준까지” 비난의 수준이 높아진 이번 한ㆍ미 FTA는 협상 타결 직후 노무현 대통령이 적절히 표현대로 국회의 비준동의까지 갈 길도 멀고, “산 넘어 산”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아니 앞으로의 정치 일정으로 보아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연내 한ㆍ미 FTA 비준동의 처리는 어려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왜냐하면 올해 9월의 정기국회에서 국회의 비준동의가 처리되지 못한다면, 12월 대선기간을 지나 내년 4월 18대 총선 이후의 새로운 국회로 넘겨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현 정부가 국민과 반대 시민단체를 설득하고, 보완대책을 마련하고, 국회에 비준동의를 요청하고, 국회의원들을 설득하여 연내에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내지 못한다면, 비준동의라는 부담은 차기 정부와 차기의 국회에 넘기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여 한ㆍ미 FTA 협상 타결은 타결의 내용만으로도 대단한 성공이기도 하지만, 계속 환호하고만 있을 일이 절대 아니고,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기 위하여, 그리고 한국경제의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하여, 국회 비준동의의 성사라는 어려운 과업을 새로이 시작해야 합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한ㆍ미 FTA 협상 타결 이후 수행해야할 정부와 정치권의 과제를 국회 비준동의를 중심으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ㆍ미 FTA를 보는 시각과 정치적 계산
한ㆍ미 FTA를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시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한ㆍ미 FTA 재앙론의 시각입니다. 한ㆍ미 FTA가 되면 농업이 무너지고, 축산업이 무너지고, 영화산업이 무너지고, 약값이 오르고, 사회가 양극화 되고, 경제가 무너지고, 결국 우리는 쪽박을 차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한마디로 한ㆍ미 FTA 하지 말자는 논리입니다. 이들이 내세우고 있는 것은 농업이 무너진다는 경제논리와 사회양극화 논리이지만 실제는 미국이 싫어서 또는 반미가 그 핵심 이유입니다. 얼핏 보기에도 한ㆍ미 FTA가 가져올 경제재앙의 예측은 과장되고, 근거도 부족하고, 지나치게 부정적인 관측들뿐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범여권 일부 대선주자들과 의원들까지 관련된 한ㆍ미 FTA 반대에는 전체 국민을 위한다거나 구체적 실익과는 관계없이 자신들이 권력의 기반으로 삼고 있는 단체나 시민사회 단체들과의 정치적 수혜관계와 이념적 이유가 개입되어 있습니다. 민주당이나 농촌지역구 출신 의원들의 경우는 내년 4월에 있을 18대 총선을 고려하여 반대해 놓고 보자일 것입니다. 반대가 클수록 보상도 커지는 예산배정의 법칙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한ㆍ미 FTA 축복론의 시각입니다. 추격해 오는 중국과 앞서가는 일본의 중간에 끼여 방향을 찾지 못한 채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하고 있던 한국경제에 그나마 희망의 빛이 보이는 계기가 한ㆍ미 FTA 체결이며, 이를 기회로 삼아 동북아의 수출ㆍ경제중심으로 다시 부상하겠다는 의도를 가집니다. 한마디로 정부를 밀어주고 이번 한ㆍ미 FTA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물론 지난 4년 재임 기간 내내 균형발전이다, 행정수도 이전이다라는 호들갑으로 전국 땅 값만 올려놓고, 버블세븐 때려잡겠다고 세금폭탄 퍼부은 부동산 정책 덕택에 집값 상승의 광풍만을 가져온 참여정부의 죽 쑤고 있는 경제실적에 그나마 잘한 일로 생각하여 노무현정부의 한ㆍ미 FTA 추진에 박수를 쳐주고 있는 것입니다. 찬성하는 대다수가 한ㆍ미 FTA가 우리 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필요하다는 확신도 있지만, 사사건건 잘하는 것 하나도 없던 정부가 한건 잘하는 것을 보니 기뻐 크게 박수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자신의 지지 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ㆍ미 FTA를 굳건히 밀어붙이는 대통령의 모습이 지도자다워 보여 반대에 굴하지 말라고 격려의 박수와 지지를 보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한ㆍ미 FTA 무관론의 시각입니다. 한ㆍ미 FTA가 한국경제에 재앙을 가져올지 축복을 가져올지 구체적으로 모르겠으니 판단을 유보하거나, 현재로는 자신과는 무관하고, 단지 하루하루를 살아가기도 힘들므로 어떻게든 자신의 생활이 나빠지지 않고 나아지면 되는 시각을 가진 우리의 이웃들입니다. 이들은 한ㆍ미 FTA가 가져올 변화에 대하여 언론과 방송의 단편적이고 과장된 뉴스 보도로부터 정보를 얻고 있고, 단지 자신과의 연관이 된 사안만 가볍게 따져보는 계층으로써 언제든지 가시적인 한ㆍ미 FTA의 결과에 따라 입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쩌면 국민의 대다수가 이 집단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설득해야할 대상입니다.
앞으로의 과제: 대국민 설득과 국회의 비준동의를 서둘러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의 한ㆍ미 FTA 비준 관련 로드맵은 종합적인 보완대책을 4-5월에 마련하고, 6월말 협정을 정식 체결ㆍ비준하고, 9월의 정기국회에 비준동의를 요청하여, 10월경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심의를 하고, 올 해 안에 국회가 비준동의를 완료하도록 하는 일정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걸림돌은 올해 12월 19일에 치러질 대선을 포함한 빠듯한 정치 일정입니다. 정기국회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원들이 소속 정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에 쫓아다니거나,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범여권 후보단일화를 위한 정치적 흥행에 휩쓸리고, 대선후보가 결정되고 나면 대통령 선거 유세에 몰려다니느라, 국회에서 제대로 법안 처리 등의 일을 처리하기 어려울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합니다. 여기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한ㆍ미 FTA 비준동의와 같은 사안은 뒤로 뒤로 미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선 주자들도 대선 판도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한ㆍ미 FTA 비준동의에 자신을 바치거나, 자신에 줄을 선 국회의원들을 비준동의로 내몰아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더욱 중요한 정치 일정은 2008년 4월에 예정된 18대 국회의원 총선입니다. 절대 다수 국민이 지지하거나 동의하지 않는 여론의 상황에서 총선을 목전에 두고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어가며 한ㆍ미 FTA 비준 동의에 앞장설 의로운 국회의원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여론 조사에서 한ㆍ미 FTA 비준동의 찬성이 60%를 넘고, 반대가 30%에 불과하지만, 언론과 방송에서 크게 부각되어 들리는 소리는 찬성보다는 반대의 목소리입니다. 이러한 한ㆍ미 FTA에 대한 여론의 동향이 반미감정과 섞여져 대선과 총선을 지나며 어디로 방향을 잡을지도 모르고, 반미성향의 시민단체와 관련 이익집단의 지속적이고 격렬한 반대 속에서 국회의원들은 비준동의에 절대적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자신의 임기 중에는 말고(not in my term of office)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기에 대통령과 행정부를 지원해야할 열린우리당은 현재 지리멸렬(支離滅裂)한 상태이고, 한ㆍ미 FTA에 대한 국회의 비준동의가 시작될 9월에서 11월 사이에는 새로운 정당으로 뿔뿔이 흩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국회의원의 30%를 점하는 여야 농촌지역구 의원들이 집단으로 국회본회의를 세 차례나 무산시키는 행동을 한 과거 한-칠레 FTA 비준 경험에서 보듯이, 농어촌에 그때보다 더욱 커다란 영향을 미칠 한ㆍ미 FTA에 반대하는 집단행동(集團行動)을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아니 국회에서 이들의 물리적 집단행동을 예상하는 것이 옳은 관측일 것입니다. 한ㆍ미 FTA를 반대하는 집단도 이러한 정치 일정과 집단행동의 결과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반대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정부가 함께 모여 정권 차원의 결단으로 대통령의 임기 내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대국민 설득이 제1차적 과제일 것입니다. 미국에게 얻은 것은 거의 없고, 내준 것은 많다는 비판 의견에는, 협상이란 내 것은 하나도 안주고 많이 받아내는 것이 좋은 것만이 아니고, 적절한 선에서 주고-받는 균형이 제일 적절하다는 것임을 강조하며, 반론하고, 적극 여론을 설득해 나가야 합니다. 더욱 필요한 것은 김종훈 한ㆍ미 FTA 수석대표가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지적한 것처럼 국민에게 “한국은 앞으로 개방과 경쟁으로 나간다”는 점을 천명하고, 이를 위하여 한ㆍ미 FTA는 필수적인 길이며, 앞으로 한ㆍ중, 한ㆍEU, 한ㆍ일 FTA 등 새로운 FTA가 산적하게 대기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일입니다. 선진ㆍ개방화된 경쟁력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한ㆍ미 FTA는 반드시 넘어야할 산임을 알린다는 전략입니다.
필요하다면 임기 말 중립적인 국정운영을 기회로 삼아 정파를 떠나 야당의 지원을 요청하고, 자신이 즐겨 표현하는 선구자적 뚜벅이의 자세로 밀고 가야합니다. 그리고 6월에 한ㆍ미 FTA 서명이 예정 되어 있으니, 9월 정기국회를 기다리지 말고, 한두 달 앞당겨 7월쯤으로 비준요청을 서두르는 것이 좋습니다.
비준동의를 관철시키면서 대통령과 국회가 가져야할 자세는 “민주주의의 이름으로(in the name of democracy)”입니다. 2005년 우리나라 농촌 인구는 전체 인구의 7.1%이고, 전체 국민총생산의 약3%를 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수의 농촌을 위하여, 급속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농촌을 위하여 한ㆍ미 FTA 반대 투쟁과 비준 철회 투쟁을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인구 93%와 국민총생산 97%의 다수 의견은 제쳐두고 소수가 주(主)가 되려는 반민주적(反民主的) 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을 강조해야 합니다. 물론 민주주의 원칙이란 다수의 의견을 따르되 소수의 의견에 대하여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이들의 의견도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고, 경쟁에 이길 수 있는 대책도 준비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국회 비준동의를 위한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서두르지 않는다면 노무현 정부는 시작부터 국회 비준동의라는 부담은 다음 정권으로 넘길 의도로 한ㆍ미 FTA를 추진했었다고 평가절하(平價切下) 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9회말 마지막 역전 홈런을 기대합니다.(konas)
김인영 /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출처:자유기업원(http://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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