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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권에 진입한 주한미군

Written by. 조선일보 유용원   입력 : 2003-11-23 오후 11: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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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참석을 위해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은 피했다. 그러나 답변에는 일관된 흐름이 있었다.


“군사력은 숫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치명적 군사능력을 융통성 있게 투입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숫자는 무의미하며, 예를 들어 전함이 5척이었다가 3척으로 되면 척수는 줄겠지만 전함의 전투능력을 향상시킨다면 실제로 전함이 줄었다고 볼 수 없다.”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 등 다른 미군 수뇌부도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해 즉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주한미군 재편이나 재배치는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증강시키는 쪽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이들의 언급대로 지난 수개월 동안 주한미군 전력과 한반도 유사시 시나리오에는 몇 가지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미측은 지난 5월 향후 4년간 110억달러의 주한미군 전력증강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뒤 최신형 PAC-3 패트리엇 미사일, 정찰용 무인항공기(UAV) 등 신형 무기를 주한미군에 배치했다. 고속수송선(HSV)을 투입, 미 해병대가 오키나와에서 한반도에 긴급투입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종전 2~3일에서 하루로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해병 원정군 1개 여단 장비를 실은 대형선박을 진해에 보내 하역훈련을 하기도 했다.



미측의 발언과 움직임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한국민들이여! 주한미군 숫자가 줄어들거나 재편되더라도 놀라거나 오해하지 말라.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공약은 확고하며 주한미군 전력은 오히려 증강되고 있다.”

럼즈펠드가 밝힌 것처럼 미국은 2년여 전부터 전 세계 미군 재편을 검토해왔고 이제 그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 2001년 말 ‘4개년 주기 국방보고서(QDR)’를 통해 주한·주일 미군이 동북아·중동 등 세계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분쟁이나 대테러전에도 투입될 수 있음을 밝혔다.



아울러 예상보다 훨씬 적은 병력으로 승리를 거뒀던 아프간전과 이라크전에 힘입어 수많은 병력과 장비를 투입했던 종전의 전쟁개념에서 탈피, ‘보다 적은 병사로 더 빨리 승리한다’는 개념 아래 한반도 유사시 한·미 연합작전계획 5027 등 각종 전쟁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발했을 때는 90일 이내에 병력 69만명, 5개 항공모함 전단(戰團) 등 함정 160여척, 항공기 2500여대를 한반도에 투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럼즈펠드 눈에는 이것이 너무 많은 병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비효율적이고 전근대적인’ 계획으로 보일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한미군 감축을 비롯한 변화가 현재의 남북 대치상황에서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할 수 있고 대규모 지상군이 맞붙는 재래식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한반도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반대하고 미국에 매달린다고 해서 한국에 주둔한 미군만 이런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1945년 주한미군이 이 땅에 첫발을 디딘 이래 지금까지 대규모 철수를 한 것은 다섯 차례. 모두 한국측의 문제제기가 아닌, 미국 자체의 필요에 의한 것이었으며, 미측 자체 판단과 필요에 의해 중단된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한국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됐다.



이제 주한미군에는 감축과 재편, 이라크전 등 대테러전 투입과 동북아·태평양지역 분쟁 투입이라는 엄청난 변화의 태풍이 몰려오고 있다. 미국측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거나 호들갑 떨지 말고 의연하게, 그러나 심각하고 진지한 자세로 중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몰려올 태풍에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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