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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脣亡齒寒'―故事를 통해 본 外交의 수사(修辭)와 실제

Written by. 홍관희   입력 : 2007-05-10 오후 3: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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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망치한(脣亡齒寒)’은 ‘입술이 상하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중국 춘추시대 진(晉)헌공 때 생겨난 말이다. 오늘(5월 10일) 아침 국제평화안보포럼(이사장: 김현욱)에서 항산(恒山) 김유혁 님이 그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춘추시대 때 진헌공은 괵(虢)나라가 자주 출몰하여 변방을 괴롭히므로, 괵나라를 정벌하고자 하였다. 이에 한 중신이 “괵나라와 그 인근의 오나라는 이와 잇몸의 관계에 있으므로, 괵나라를 토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오나라에게 괵을 토벌하려 하니 길을 빌려달라고 하여, 먼저 괵를 멸한 다음 오나라를 공격함이 타당합니다”라고 진언하였다.

 그러나 오나라가 선뜻 진의 요구를 들어줄리 만무하였으므로, 진헌공은 신하의 의견에 따라 천금에 해당하는 뇌물을 주어 오왕의 허락을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오나라 현신(賢臣) 궁지기(宮之奇)는 ‘순망치한’의 비유를 들어 “입술에 해당하는 괵나라가 무너지면 오나라도 위험해지니 길을 빌려 달라는 진헌공의 요구를 들어주면 안 된다”고 간언하였다.

 그러나 오왕은 뇌물에 눈이 어두워 이를 듣지 않았고, 이에 진헌공은 괵을 멸망시키고 돌아가는 길에 오나라를 쉽게 정벌하였다. 뿐만 아니라 길 빌리는 대가로 오나라에 주었던 뇌물을 모두 회수할 수 있었다.

 “길을 빌려 달라”는 말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임진왜란 때 일본 전국을 통일한 풍신수길(豊臣秀吉)은 조선에게 “명나라를 칠 터이니 길을 빌려 달라”고 하며 침략해 온 적이 있다. 타국의 군대를 자국 영토 내로 진입하게 하여 통과시킨다는 것은 침략을 허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길을 빌려 달라”는 것은 침략을 호도하기 위한 외교 수사(修辭)에 불과할 뿐이다.

 국제정치사를 보면 어떤 침략자도 ‘침략’을 공언하고 침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어떤 형태로든 침략행위를 정당화하고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한다. 6·25 때 남침한 북한은 이후 ‘남한에 의한 북침론’을 주장하기도 했고, 남한이 먼저 공격하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응전으로 남하했다고 거짓 선전하기도 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남침인지 북침인지 분간을 못하는 혼란이 생겨나고 있고, 일부 친북 세력은 6·25 남침이 ‘내전(內戰)의 하나’ 또는 ‘통일전쟁의 하나’였다고 주장하여, 북한의 남침 사실을 은폐하려 한다. 이들은 사실을 알면서도 가치판단을 흐리게 하는 경우이고, 일부 청년들의 경우는 국제정치에서 외교적 수사와 실제행동을 구분 못해 혼란을 겪기도 한다.

 예컨대, 소련군은 해방 직후 북한에 진주하면서 포고문을 통해 “조선민중을 해방하러 왔다”고 선전했으나, 미국은 남한에 진주하면서 남한 내 제 정치활동의 중단을 요구하는 조치를 취했으므로, 소련군이 해방군(解放軍)이고 미군은 점령군(占領軍)이라는 식의 주장이다. 그러나 소련군이 북한주민과 시설을 무자비하게 억압하고 수탈한 것은 훗날 역사가 보여주는 진실이다. 미군은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남한에 자유민주주의를 이식(移植), 자유 대한민국의 건국과 이후 큰 발전을 도와주고 가능하게 했다. ‘말을 믿지 말고 행동을 보라’는 경구(警句)는 人間事 뿐만 아니라 국제정치에도 똑같이 적용됨을 알 수 있다.

 대체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선언된 외교적 수사(修辭)와 외교 행동이 일치하나, 공산국가나 독재 국가의 경우엔 표명된 외교 수사 내지 선언 등이 실제 행동을 은폐하기 위한 경우가 많다. 부시의 ‘자유민주주의 확산’ 외교 기조 선언은 오랜 전통의 美 외교적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지금 공화당 대통령 후보 중의 하나인 존 매케인은 2003년 이라크 전쟁 발발 직후, “미국은 이라크에서 결코 ‘제국주의적(imperial)’이어서는 안 되고, 진심으로 이라크의 민주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연설했다. 그가 속한 미 보수파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자주와 남북대화, 평화통일을 지지한다고 말하나, 실제로 중국의 의도는 북한체제 지탱을 통한 한반도 분단의 ‘현상 유지(status quo)’이며,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는데 숨은 뜻이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수많은 탈북민을 사지(死地)인 북한으로 되돌려 보내는 중국 당국의 만행(蠻行)에서 중국 외교의 본질을 알 수 있다. 공교롭게도 오나라의 충신이 언급한 ‘순망치한’은 현재 중국이 인식하는 북한의 위상 곧 중국에 있어 북한이 차지하는 전략적 요충이라는 의미를 가리키는 말이 되고 있다.(konas)

 홍관희(안보전략연구소장/재향군인회 안보교수)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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