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 합의' 어디로 가고 있나
Written by. 박용옥
입력 : 2007-05-16 오후 5:51:41
올해 2월 13일 5차 6자회담 결과로 발표된 '2.13 북핵 합의'는 북핵 문제 해결의 촉진제일까, 아니면 방해물일까. 이 물음에 대해 "안 한 것보다는 낫다"(better than nothing)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안 한 것만 못하다"(worse than nothing)는 사람도 있다.
현 시점에서는 '2.13 합의'가 좋은 합의인지 나쁜 합의인지 분별할 수가 없다. 합의이행 여부도 불투명하고 또 합의이행이 완전한 북핵 폐기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2.13 북핵 합의는 국가안보전략 측면에서 그 파급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근본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 당국의 확고한 입장정립이 필요하다.
우선 북한 핵실험 및 핵무장의 본질적 의미에 관한 문제다. 북한의 핵실험은 분명히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대한 정면 도전이며, 한국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군사도발이다.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일방적으로 전면 파기하는 안하무인의 불법행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우리 정부 당국이 북한의 핵실험이나 핵무장을 "방어목적이다" "대남용이 아니다"는 식으로 조금이라도 북한을 두둔하는 입장이라면 2.13 북핵 합의는 분명히 그 동기부터 잘못된 것이다. 북핵 폐기 의지가 결여돼 있는 합의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6자회담 목표의 우선순위에 관한 것이다. 즉 북핵 폐기가 먼저냐, 대북관계 개선이 먼저냐 하는 문제다. 6자회담이 산출한 2005년 9.19 합의와 2007년 2.13 합의는 모두 북핵 폐기를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핵의 완전폐기인지 부분폐기인지가 분명하지 않고, 합의 이행 시 보상은 분명하나 합의 불이행 시의 처벌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볼 때 합의이행에 따른 보상만을 기대하면 되고, 불이행에 따른 처벌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북한은 핵 폐기를 서두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6자회담은 북한 의도대로 진행돼 왔고 우리 정부 당국은 중국과 함께 북핵 폐기보다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더 큰 비중을 두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2.13 북핵 합의는 차라리 "안 한 것만 못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반도의 비핵화 협의를 위한 대화상대로서 북한의 신뢰성에 관한 문제다. 한.미 양측이 그간 가장 큰 거리를 두어 온 것도 바로 대북인식의 차이 때문이다. 북한을 신뢰할 수 있는 협상 상대로 보는 한국의 경우에는 채찍보다는 당근에, 그 반대인 미국의 경우에는 당근보다는 채찍에 의존하게 된다. 당근과 채찍의 병행은 외교적 수사로 머물기 일쑤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자세도 변했다. 악의 축이라는 말이 사라졌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유엔안보리의 제재보다는 6자회담 틀 내에서의 보상에 더 비중을 두는 입장이 됐다. 2.13 북핵 합의가 미국의 이런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면, 그리고 앞으로도 같은 입장이라면 북한이 핵 폐기를 서두를 가능성도 그만큼 멀어졌다고 볼 수 있다.
현재 2005년 9.19 합의의 초기단계 이행에 불과한 2007년 2.13 합의조차 순조롭게 이행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 후속단계의 이행은 더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처럼 북핵 문제가 결코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면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민족공조를 내세우며 북한의 핵위협 하에서나마 굽실거리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북핵 제거를 최우선의 국가안보 과제로 삼고 모든 수단을 다 강구할 것인가를 선택할 때가 됐다.(konas)
박용옥 (한림국제대학원 대학교 부총장, 전 국방부 차관)
출처: 중앙일보 '시론'(2007,5,16)
현 시점에서는 '2.13 합의'가 좋은 합의인지 나쁜 합의인지 분별할 수가 없다. 합의이행 여부도 불투명하고 또 합의이행이 완전한 북핵 폐기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2.13 북핵 합의는 국가안보전략 측면에서 그 파급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근본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 당국의 확고한 입장정립이 필요하다.
우선 북한 핵실험 및 핵무장의 본질적 의미에 관한 문제다. 북한의 핵실험은 분명히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대한 정면 도전이며, 한국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군사도발이다.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일방적으로 전면 파기하는 안하무인의 불법행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우리 정부 당국이 북한의 핵실험이나 핵무장을 "방어목적이다" "대남용이 아니다"는 식으로 조금이라도 북한을 두둔하는 입장이라면 2.13 북핵 합의는 분명히 그 동기부터 잘못된 것이다. 북핵 폐기 의지가 결여돼 있는 합의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6자회담 목표의 우선순위에 관한 것이다. 즉 북핵 폐기가 먼저냐, 대북관계 개선이 먼저냐 하는 문제다. 6자회담이 산출한 2005년 9.19 합의와 2007년 2.13 합의는 모두 북핵 폐기를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핵의 완전폐기인지 부분폐기인지가 분명하지 않고, 합의 이행 시 보상은 분명하나 합의 불이행 시의 처벌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볼 때 합의이행에 따른 보상만을 기대하면 되고, 불이행에 따른 처벌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북한은 핵 폐기를 서두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6자회담은 북한 의도대로 진행돼 왔고 우리 정부 당국은 중국과 함께 북핵 폐기보다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더 큰 비중을 두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2.13 북핵 합의는 차라리 "안 한 것만 못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반도의 비핵화 협의를 위한 대화상대로서 북한의 신뢰성에 관한 문제다. 한.미 양측이 그간 가장 큰 거리를 두어 온 것도 바로 대북인식의 차이 때문이다. 북한을 신뢰할 수 있는 협상 상대로 보는 한국의 경우에는 채찍보다는 당근에, 그 반대인 미국의 경우에는 당근보다는 채찍에 의존하게 된다. 당근과 채찍의 병행은 외교적 수사로 머물기 일쑤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자세도 변했다. 악의 축이라는 말이 사라졌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유엔안보리의 제재보다는 6자회담 틀 내에서의 보상에 더 비중을 두는 입장이 됐다. 2.13 북핵 합의가 미국의 이런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면, 그리고 앞으로도 같은 입장이라면 북한이 핵 폐기를 서두를 가능성도 그만큼 멀어졌다고 볼 수 있다.
현재 2005년 9.19 합의의 초기단계 이행에 불과한 2007년 2.13 합의조차 순조롭게 이행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 후속단계의 이행은 더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처럼 북핵 문제가 결코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면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민족공조를 내세우며 북한의 핵위협 하에서나마 굽실거리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북핵 제거를 최우선의 국가안보 과제로 삼고 모든 수단을 다 강구할 것인가를 선택할 때가 됐다.(konas)
박용옥 (한림국제대학원 대학교 부총장, 전 국방부 차관)
출처: 중앙일보 '시론'(2007,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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