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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가 베트남과 다른 세가지 이유

Written by. 요제프 요페 독일 '디 차이트' 발행   입력 : 2003-11-26 오후 2:5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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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는 미국에 제2의 베트남으로 변해가는가. 이런 의문은 2주 전 내가 탄 비행기가 바그다드 공항 위 5백m쯤 상공에 있을 때 처음 떠올랐다. 내가 탄 미 공군 C-130 수송기는 쿠웨이트로 기수를 돌리다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마그네슘 섬광 유인탄을 발사한 조종사는 내장을 쥐어짜는 듯한 급강하를 하더니 동체를 좌우로 격심하게 흔들고 기수를 위로 돌리는 회피동작을 한 끝에 미사일을 피했다. 그러나 이틀 뒤 치누크 헬리콥터로 휴가길에 나선 병사들의 운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로켓탄은 헬기에 명중했다. 16명이 사망했고 20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런 공격으로 미군을 비롯한 연합군은 매일 죽어가고 있다. '전 정권 추종파(FRL, Former-regime loyalists)'라 불리는 사담 후세인의 저항세력은 이라크전 동안엔 털끝만큼도 보여주지 못했던 정보 능력, 합동작전 능력과 감투정신을 과시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을 '베트남전-속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게 그렇지 않다는 세 가지 이유가 여기 있다.

우선 북베트남은 소련과 중국이라는 핵강국 뒤에 숨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미국은 하노이(북베트남군)에 최대의 고통을 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라크 저항세력의 이웃엔 그런 후원자가 없다. 시리아와 이란은 '미국의 적'을 지원할 엄두를 못 낸다. 터키와 사우디아라비아는 관심도 없다. 두번째 지형적 요인이다. 정글이 아니고 개활지인 이라크에서 미군의 제공권과 기동성, 위성 정보력 등이 결정적인 플러스 요인이다. 사막에선 은신.이동.산개가 극히 어렵다.

마지막으로 이라크 자체가 한 원인이다. 여러 목표물에 대한 저항세력의 '히트 앤드 런' 공격은 해방 전쟁이 아니다. 저항세력엔 두 부류가 있다. 한 부류는 옛 정권의 잔당이고 다른 부류는 유럽과 중동에서 들어온 알카에다.지하드 등 이슬람 극단의 '프리랜서'들이다. 두 집단의 관심은 다르다. 지하드는 타협 불가능한 존재다. 그들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미국을 이기고 망신주고 싶어하기 때문에 끝까지 맞서 싸워야 한다. 그러나 옛 정권의 잔당들은 좀 얘기가 다르다. 이들은 지난 수세기 동안 이라크를 지배해온 소수파인 수니파들이다.

이들이 저항하는 데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자신들이 수십년 동안 억압했던 시아파와 쿠르드족에게 권력이 넘어간 마당에 이라크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없는 것이다. 수니 삼각지대라고 불리는 바그다드.티크리트.팔루자에 저항이 집중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들은 이라크 해방이 아니라 자신들의 권력과 지위를 위해 총을 든다.

이 문제라면 군사.정치적인 대응전략이 있을 수 있다. 군사적으로 미국은 이미 방향을 바꿨다. 그동안 계속 얻어터지면서 수비만 해왔지만 이제는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측면에선 아직 확정된 게 없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라크화'가 아니다. 요점은 수니파에 믿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수니파의 안전과 정치적 지분을 보장하겠다." 혹은 "80년 동안 당신들이 해왔던 일들을,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당신에게 반복하도록 놔두지 않겠다." 이쯤 될 것이다. 이런 전략은 미래가 두려워 죽고 죽이는 대열에 기꺼이 동참하려는 이들에게 확실한 약속이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새 헌법은 실로 중요하다. 소수를 배려하고 힘의 균형이 특정 집단에 기울어서도 안 된다. 또 손에 피가 묻지 않은 바트당원들은 사면하고 일자리도 줘야 한다.

미군의 이라크 주둔을 참아내야 하며 수도와 전기 등 사회간접시설 복구를 위한 지원을 국제사회로부터 얻어내는 것도 시급하다.

이제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이 현재의 길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에 있다. 중동 전문가 푸아드 아자미는 "미국은 훌륭한 소방수일 뿐 훌륭한 경찰은 못 된다"며 냉소했다. 소방관은 불과 싸운 뒤 떠난다. 그러나 경찰은 그 지역에 머물러야 한다. (중앙일보)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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