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 한나라당 新대북정책에 '실망'
한나라당 평화통일특위가 대선을 앞두고 내놓은 신(新)대북정책 '한반도 평화비전'에 대해 우파 인사들을 비롯한 보수성향의 시민단체, 북한관련 단체들은 "당혹" "실망" 등의 반응을 보였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5일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조갑제닷컴'에 올린 칼럼에서 “한나라당이 또 다시 기회주의적 웰빙정당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고 전제하고 “자신의 무능과 비겁함과 게으름을 덮기 위하여 그동안 너무 강경한 대북정책을 폈으므로 좀더 부드럽게 나가야 한다고 자신을 먼저 속이려 드는 한나라당의 가증한 모습은 악랄한 친북좌파보다도 더 부도덕하다”고 지적했다.
조 전 대표는 “뜻있는 한국인이라면 이런 한나라당을 대체할 진정한 반공(反共)민주정당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며 “이런 한나라당과 이런 후보들이라면 집권해도 대한민국은 계속해서 외로움을 탈 것”이라고 주장, 우파 신당 출범 가능성을 시사했다.
안보전략연구소장인 홍관희 박사도 6일 <코나스>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한나라당의 새 대북정책은 김정일 폭정을 새삼 인정하고 이를 도와주어, 북한 주민의 고통을 연장하고, 자유통일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이제 대북정책에 관한 한 한나라당과 집권 친북세력과의 근본적 차이는 사라졌기에 이제 대한민국의 정치 정세는 새로운 단계를 맞게 됐고, 자유민주통일을 추진하며, 한미동맹 복원을 지향하는 세력의 정치적 결집이 피할 수 없는 대세로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일연구원의 김영윤 선임연구위원은 "한나라당의 신 대북정책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지 등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며 "향후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북한 핵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앞으로 돌뿌리도 있고 바윗돌도 있을텐데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며 "북측이 남측을 미더워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신 대북정책은 섣부른 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평화체제 구축이나 종전선언 등은 너무 많이 나아갔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대선 후보들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고, 검증과정을 거칠 수도 있는 만큼 한반도 평화비전을 당면한 정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남 교수는 "한 방향이었던 한나라당 대북정책의 변화에 보수단체들이 반발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집토끼 뿐만 아니라 산토끼도 잡아 외형을 넓히자는 중도·실용주의를 겨냥한 대선전략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성향의 시민단체와 탈북자 단체들도 일제히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의 신대북정책을 비판했다.
‘국민행동본부’(대표 서정갑)는 6일 성명서를 내고 “한나라당은 북한의 핵무기 폐기가 없어도 남북정상회담과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지적하고 “핵개발은 물론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무력시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추진되는 정상회담-종전선언-평화협정과 저들의 대남적화전술이 다를 바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국민행동본부는 “나라를 사랑하는 우리 자유애국시민들은 소위 수구, 꼴통, 극우 등 온갖 비난을 들으면서도 한나라당에 끝없이 기회를 부여해왔으나 모든 노력이 임계점에 이르렀다”며 “한나라당이 이 망국적 대북정책을 즉각 철회하지 않는다면, 자유애국시민들은 한나라당 및 이명박·박근혜 후보에 대한 비판적 지지입장을 철회하고, 새로운 대안(代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의 이경찬 이사도 이 날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표 얻기에 급급해 대북정책을 섣불리 변경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는 대한민국 이념의 존립이 걸린 문제"라며 "정책은 수단이지 목표가 아닌데 이를 혼동하는 것은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선언적 의미이기는 하겠지만, 종전선언의 수용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부분도 이해되지 않는다"며 "자국민 구출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일본의 대북정책과 비교할 때 한나라당의 신 대북정책은 납북자 등 전쟁이 남긴 미해결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탈북자 단체들도 이 날 "선거를 앞두고 내놨겠지만 어떻게 한 순간에 방향 전환을 하는 것인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탈북자동지회의 이해영 사무국장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든, 안 하든 이전 정부와 현 정부가 '퍼주기'를 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한나라당이 내놓은 정책이라고 믿기 어려우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인데 그렇게 할지도 의문"이라고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 "북한이 협박한다고 해서 한나라당까지 끌려가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끌려가기 때문에 북한이 계속 협박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앞서 5일 탈북자 단체 20개로 구성된 북한민주화위원회(위원장 황장엽)도 논평을 내고 "햇볕정책은 김정일의 핵무기를 만들어냈고, 햇볕이 말하는 평화는 사기라는 것이 밝혀졌는데도, 그것을 답습한다는 것은 위선"이라며 "표에 눈이 멀어 남북한 인민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퍼주기를 같이 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007 북한인권백서'를 발표했던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윤여상 소장은 "한나라당도 시대적 상황을 피해갈 수 없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조금 시기상조인 면이 있다"며 "종전선언 등을 비롯해 몇가지 부분은 호흡조절을 해야 하며 외부 논의와 검증 절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은 적극적이고 유연한 정책으로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어내겠다는 당의 정강.정책을 재확인한 것”이라면서 대북정책 수정과 관련된 당론을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konas)
정미란 기자 sori@kona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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