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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둘러싼 美 中의 전략 게임

Written by. 이춘근   입력 : 2007-07-26 오전 11: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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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문제는 핵폭탄의 문제를 훨씬 뛰어 넘는 것이다. 정말 솔직히 말 한다면 ‘북한 핵의 폐기’라는 것은 지구적 전략차원(global strategic level)에서 북한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궁극적 목표도 아니다. 북한이 중국의 충실한 동맹국, 우호국으로 남아 있는 한, 중국은 북한의 핵을 폐기해야 할 이유가 없다. 마찬가지로 북한이 미국편이 될 수 있다면 미국은 애써서 자기편이 된 북한의 핵폭탄을 해체 시킬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북한이 미국 편이 될 수 있다는 가정을 황당무계한 발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북한은 결코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저버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야말로 냉전적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냉전시대 적과 친구의 판단 기준은 ‘신봉하는 이데올로기가 같은가?’ 였다. 냉전이 한창일 당시 우리는 폴란드는 적국, 이란은 우방이라고 생각했었다. 폴란드는 소련진영에 속한 공산 국가였고 이란은 서방진영에 속한 자본주의 국가였기 때문이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본다면 말이 되지 않는 기준이었다. 마찬가지로 북한과 중국도 공산주의를 신봉한다는 이유 때문에 우방국 이었다. 이데올로기는 한 때 지정학적 안보 이익도 초월 할 정도의 강력한 국제정치적 기준이었다. 탈냉전 시대란 이데올로기가 더 이상 국제관계의 기준이 되지 않는 시대를 의미한다.

 이데올로기가 더 이상 국제관계의 기준이 아니라면 무엇이 그 기준을 대체 했는가? 탈냉전 시대의 국제정치 기준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지정학에 근거한 국가안보 및 경제 이익이다.

 2.13 합의 이후 북한의 태도와 미국의 대 북한 접근에 우려를 표시하는 중국학자들이 글이 자주 눈에 띤다. 냉전이 끝난 오늘 중국-북한 국제 관계의 본질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내용들이다.

 베이징대 조선경제연구소 주임인 차오위즈(喬禹智)는 최근 칼럼에서 다음과 같은 놀라운 언급을 하고 있다.

 “내 계산으로는 (2.13 6자회담 합의에서) 누구보다도 제일 큰 손해를 본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무엇보다도 북 핵 게임에서 동북아시아에서 유일한 핵 보유국이라는 전략적 우위를 상실할 위기에 처하면서, 동시에 북한이 미국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실책을 했다. .... 중국은 (북한에게) 핵개발의 명분을 주는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중국은 그렇게 해서 동북아 유일의 핵 보유국이라는 전략적 우위도 동시에 상실하면서, 북한 인근의 랴오닝(遼寧)·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성 등 동북 3개 성에 사는 3억 인구를 북한 핵무기의 위험 아래 놓이게 만들고 말았다.”(조선일보 2007년 7월 21일자)

 그동안 중국은 북한을 자신의 영구적인 동맹처럼 생각하고 북한의 핵무기가 중국에게는 별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북한 핵문제의 해결에 미적 거렸다. 그러나 차오위즈의 글에서 보이듯 중국은 이제 북한의 핵무기를 자신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 본질적인 이유는 북한이 점차 미국 편으로 기울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최고 전략은 북한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일이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염두에 두고 있는 미국에게 핵을 보유한 북한이 미국편이 되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다. 21세기 세계 패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이 반드시 장악해야 할 전략적 요충이 바로 북한이며 미국은 2.13 이후 본격적으로 이 같은 전략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적과 친구가 더 이상 이데올로기로 구분되지 않는 오늘, 북한 역시 자신의 국가안보에 진정 가장 큰 위협은 중국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강대국이 가장 위험한 나라라는 것은 국제정치의 원칙이다. 그래서 대부분 나라들은 인접국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먼 곳에 있는 나라와 동맹을 맺는 것이다.(遠交近攻 원교근공의 진리). 동북공정이란 다른 말로 하면 ‘북한은 없다’ 혹은 ‘북한은 중국 것’ 이라는 말이다.

 국가로서의 북한은 미국의 힘을 빌려 중국의 위협에 대처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딜레마에 봉착하고 있다. 중국을 믿기 어렵게 되었지만 지난 50년 이상 ‘반미주의’를 국가의 기본 철학으로 삼았던 북한 정권이 미국과 거래한다는 것은 자신을 부정하는 위태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북한을 놓고 본격적인 전략게임을 벌이기 시작했다. 허물어져가는 북한이 세계 패권을 놓고 벌이는 미 중 경쟁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 ‘평화비전’ ‘평화체제’ ‘종전선언’ 등과 같은 뜬금없는 개념이나 만들어내고 있는 한국의 정치가들이 답답하다. (konas)

 이춘근 (자유기업원 부원장, 국제정치학 박사)
 출처: http://www.cfe.org/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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