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우 재판 방청기]"검사님, 質問 의도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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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가 해당 문건에서 표현한 '우리', '지각변동'은 무엇을 뜻하는 것입니까"(검사)
"검사님께서 다시 한번 관련 내용을 잘 탐독해 보십시오"(피고인)
"검사는 지금 공소 사실과 관련 없는 내용을 질문하고 있습니다"(변호사)
"주관적 의사지만 어느 정도 간접사실을 물어보는 것으로 확인하겠습니다"(판사)
조용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공판이었지만 그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과 날 선 공방이 벌어지고 있었다.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 대법정(417호) 192개 좌석 중 거의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방청석은 만원사례였다.
장마 뒤끝에 본격적으로 후텁지근한 날씨가 시작된 26일 오후, 6·25한국전쟁의 최 첨단현장인 비무장지대(DMZ)와 미군의 기밀사항을 비롯한 군사기지 등을 대상으로 글(문건)을 쓰고 사진촬영 하다 지난 4월 국가보안법 위반(제5조 : 반 국가단체 자진 지원)으로 서울 지법에 구속된 사진작가 이시우(40, 통일뉴스 기자)씨에 대한 공판이 열렸다. 7월 4일에 이어 세 번째 공판이었다.
첫 번째 공판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연대' 회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검사의 심문에 대응했던 그는 두 번째 공판에서도 문리, 철학, 문학 등 학문적 경계를 넘나들며 언어적 수사를 동원한 채 법정을 대학 강단 화(?)했다해서 회자되었다.
그는 이 날도 예의 수사(修辭)력과 풍부한 지적소유를 과시하기라도 하듯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예화를 곁들이며 검사의 질문에 일반적 사항에 대해서는 시인과 다소 예민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니다' 와 '인정' '답변 생략' '확인 후에 하겠다' 등으로 의연(?)한 자세를 견지해 나갔다.
그러면서도 민감하다 판단되는 질문에는 다시 되 질문을 하면서 고사(故事)와 성경구절을 인용, 젊은 검사 영감을 한 수 가르치려는 자세도 보여 10여 년 전 전국을 누비며 자신을 '준비된 대통령 후보' 라고 용맹정진, 국민을 현혹시켰던 그분처럼 그도 그렇게 자랑스러운 준비된 피고인의 자세를 보이는 듯했다.
오후 2시 재판장을 위시한 관계자들이 자리한 가운데 푸른 수의에 덥수룩한 턱수염, 다소 초췌한 모습에 생수 병 하나를 들고 법정에 들어선 그는 먼저 재판장에게 목례를 보내고 이어 방청석으로 눈길을 주었다.
역시 이 날 방청석 맨 앞좌석에도 예의 하얀 수염을 기른 관련 단체 통일운동꾼(?) 수뇌진과 절대다수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그의 동지들이 동시에 눈을 맞추며 손을 들어 서로가 눈웃음을 보내는 하이파이브의 장을 연출(비록 부딪히지는 못했어도)했다. 순간적으로 아! 하는 가벼운 탄식 음도 나왔다. 손뼉을 마주치지 못하는 안타까움의 표현인 듯 했다. 금년 상반기에 진행된 일심회 간첩 사건 당시의 법정소란행위가 상기되었음일까, 그걸로 해후의 기쁨은 일단락 되었다.
이 날 방청석에는 6·25참전 용사를 비롯한 해당 지역 거주 향군회원도 다수가 자리해 검사의 심문과 그의 답변을 예의 주시하는 상황이었지만 방청석 태반을 차지하는 응원(?)그룹에는 미치지 못해 보였다. 혹여 마찰이라도 발생하지 않을까, 본능적인 기대감도 일었지만 지켜보는 내내 큰소리는 발생되지 않았다. 다만 진행되는 도중 서너 번 금지된 휴대폰 음이 정적을 흔들어 재판장의 근엄한 훈시와 따가운 눈총 속에 연로하신 한 분이 퇴정해야 하는 촌극만이 있었을 뿐.
기자가 법정을 스케치하는 내내 이씨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했다. 3명의 변호인 또한 조금이라도 검사의 질문이 궤도를 벗어났다고 판단하면 즉각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며 재판장의 동의를 구하곤 해 커다란 원군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검사의 심문은 지난 2002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피고가 인터넷 매체인 통일뉴스에 올린 친북 반미 성향 기고문에 대한 본인의 글이 확실한가, 또한 친북적인 활동과 관련해 관련자들과 가진 전화통화 내용 유무 확인 및 내용이 무엇을 뜻하는가를 확인하는 식으로 지루하게 진행되면서 검사·피고·변호인간의 주의주장이 각을 세우고 순간 순간 재판장의 제동이 긴박감을 더해주기도 했다.
이씨는 검사가 "방북 시 김일성·김정일 정권을 찬양하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는 주체사상탑을 방문한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시장에 신발을 사러 갔다가 끈을 놔두고 왔다' 는 내용의 중국 고사 한 대목을 설명하고는 "모든 가치를 과거의 기준으로 보고 질문하는 것은 아닙니까? (검사의) 질문이 결여된 것은 아닌가 생각되어집니다" 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에 검사가 "내 질문에 분석하지 말고 답변만 하라" 고 강조하자 이번에는 판사가 "끝까지 듣고 확인하라" 며 제재하는 장면도 보였다.
또 '한미동맹과 유엔사 해체'와 관련된 내용, '유엔사 문제에 대한 정세분석의 관점' 이나 '평화를 원하거든 평화를 준비하라' 등과 같은 내용의 문건을 기준으로 '상대방' 이나 '우리', '결정적인 무엇'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느냐 는 등의 질문에는 "포괄적 측면의 내용" 이라며 "잘 탐독해 보시라" 고 유연하게 조언(?)하기도 했다.
이어 '비무장지대가 유엔사와 민족간의 대립된 장소로 보느냐' 는 질문이나 '민·군 갈등 증폭', '전쟁발발 시 부산항 하역장 근로자의 파업유도' 등과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변호인심문"이나 "다시 확인해보겠다" 고 피해나갔다.
이 날 심문에서 그는 또 검사의 동일한 유형의 질문이 이어질 때면 '무슨 취지로 질문을 하는가? 북한 지하당원이나 노동당원을 지칭하는 것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인격을 모독하는 것 같아 듣고 있다보니 슬프고 창피한 생각이 든다' 는 내용의 말도 쏟았다.
변호인은 검사의 공소 사실이외의 질문에 대해서는 계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해 판사의 중재를 받는 등 시종 팽팽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피고의 모습은 방청석에서 보기에도 자신감이 팽만해 보여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최근 그의 구속 수감이후 인터넷을 비롯한 좌파매체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창하는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이 더욱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전국 30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연대'는 25일 서울 종로구 옥인동 보안수사대를 비롯해 전국 35개 보안수사대 앞에서 '보안수사대 즉각 추방'을 주장하며 집회와 1인 시위, 기자회견 등을 벌였다. 주기적으로 공동행동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씨의 변호인들은“이씨가 촬영한 강화도 고려산의 미군 통신시설 등 미군부대는 이미 언론보도 등을 통해 공개된 것이라 기밀성이 없는 창작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속 직후부터 “국가보안법을 끌어안고 죽겠다”며 단식도 벌였다고 한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이들 단체는 후반기 각 당의 대선 후보자가 선정되면 후보들로 하여금 보안법 폐지를 정식공약으로 제시토록 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래저래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전통적 가치관이 바람 앞의 촛불 같은 위태로움 속에 시련을 당하는 중대국면 시점이라 아니 할 수 없겠다.(Konas)
이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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