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피해자 단체, 시행령 두고 화해가능(?)
지난 27일 통일부 주관으로 개최하려던 납북피해자지원법 시행령 공청회 무산과 관련해 주최측인 통일부는 물론 피해자가족 단체간에도 불협화음이 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피해자단체들은 이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은 무리하게 공청회를 추진한 통일부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27일 오전 서울 정동 배재빌딩에서 납북피해자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공청회를 가졌다. 그러나 공청회 시작 전 피해자 가족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가운데 일방적이고 형식적으로 마련된 시행령으로는 정상적인 공청회가 될 수 없다며 반대에 나선 납북피해자가족모임 회원들의 제지로 공청회는 무산되었다. 이 날 공청회를 계기로 납북피해자의 양대 단체인 납북자가족모임(대표 최성용)과 납북자가족협의회(대표 이옥철) 간 골이 더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납북피해 가족들에게 지급할 피해위로금 최고액을 4천500만원으로 정한 '전후 납북피해자 보상지원법' 시행령 안에 대한 공청회가 가족들의 반발로 무산된 것은 예상됐던 일이다.
통일부가 "위로금을 더 많이 주고 싶었지만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음에도 납북자 가족들은 "연좌제로 인한 피해 보상금이 어처구니없는 수준으로 정부가 최소한의 성의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반발해 왔기 때문이다.
납북자 가족 단체들은 지난 12일 통일부가 시행령안을 발표한 직후부터 회원 의견을 수렴하며 통일부와 기획예산처에 항의성 입장을 전달하는 등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31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먼저 통일부의 행태에 대해 분통을 터트렸다.
최 대표는 "납북자가족모임은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주무부처인 통일부에 가족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해달라는 의사를 끊임없이 전달하였다. 그런데도 통일부는 의견수렴 요구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공청회를 강행했다" 면서 "현재와 같은 시행령으로 공청회를 하게되면 결국은 그대로 시행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공청회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다"고 말했다.
즉 현행대로 공청회를 갖게되면 보상기준이 최고 4천5백만원에서 1천만원 수준으로 확정되고 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해서 최 대표는 "정 그러면 시행령을 다음 정권으로 넘기라" 는 요구도 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또 통일부가 얘기한 사단법인화 문제도 거론하면서 중요한 것은 관계도 없는 이 사람 저 사람을 포함시키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 중심으로 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일부가 납북자 문제를 처리함에 있어 제일 큰 문제는 장관이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려 하지 않는 점"이라고 말하고, 이재정 통일부장관이 지난 달 8일 서울 외신기자클럽에서 '납북자'를 '월북자'로 표현한데 대해 "어떻게 장관이 그런 표현을 할 수 있는가? 수차례 면담을 요청했지만 관계자들은 만나게 해주겠다고 하면서 결국 말로만 하고 말았다"고 목청을 높였다.
납북자가족모임 회원들은 27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납북자를 월북자로 표현 한데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앞서 이 장관은 서울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납북자 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본인 의지로 간 경우나 의지에 관계없이 이뤄진 경우 등 복합적 요인이 있다'고 말한바 있다.
최 대표는 또 공청회 석상에서 통일부 관계자가 거친 욕설과 함께 납북피해자 가족들을 비하한 발언에 대해서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8월 1일 성명을 통해 상세한 내용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날 공청회에 참석했던 납북자가족협의회(회장 이옥철)는 31일 자체 홈페이지에 납북자가족모임으로부터 "속수무책으로 폭행을 당했다"며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게재했다.
납북자가족협의회는 이 성명에서 "어떤 연유에서건 폭력적인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은 지양해야한다"며 "납북자가족협의회는 통일부에서 제시한 시행령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가족들의 의견을 더 반영해 납득할 수 있는 시행령을 만들어야한다는 주장을 펴기 위해 공청회에 나갔던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같은 납북자가족으로서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이해해주지는 못할망정 그와 같은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며 "폭행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중한 사과와 우리 단체, 대표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을 중지하고 사과할 것을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31일 오후 지방출장중인 이옥철 대표는 기자와 통화에서 "공청회에서의 폭행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면서 "적어도 그런 자리에서 소란을 떨 필요도, 또 어떤 상태에서도 물리력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도 통일부의 현재의 시행령은 분명히 반대하고, 반대의견을 분명히 (납북자가족모임에) 말했다"고 말하고 두 단체간 제기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대표는 또 "회장직에 결코 연연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기꺼이 물러날 용의가 있다" 면서 납북자가족모임과 협력할 것은 협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통일부가 마련한 보상지원법 시행령안에 따르면 부모나 형제.자매가 북한으로 피랍된 지 10년이 넘은 남한 내 가족은 정부로부터 피해위로금과 특별위로금을 합쳐 총 4천5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납북자 가족 단체들은 "정부가 사촌, 육촌형제들, 심지어 사돈에게까지 실질적으로 끼쳤던 연좌제의 피해를 묵과했다"며 4천500만원이 아닌 3억원을 정부가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Konas)
이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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