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사태 초점, 美 아닌 탈레반에 맞춰야"
리처드 바우쳐 미 차관보 밝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한 한국인 인질사태 해결 기미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좌파단체를 비롯한 일부세력들에 의해 '미국의 책임론'이 부각되자 미국은 그러나 남한 인질 사태의 초점이 미국의 역할이 아니라 인질범들에 맞춰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21명의 인질들을 붙잡고 있는 탈레반 무장세력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수감하고 있는 탈레반 포로들을 한국인 인질과 맞바꾸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인질과 수감자 맞 교환은 또 다른 납치 사건을 부추길 뿐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도 테러범들에게 양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20년 넘게 지켜온 만큼 이번에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일 범여권 대권예비주자들을 비롯해서 좌파 시민단체 일각에서 미국이 인질을 석방시키는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미국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오자 미국은 남한 인질 사태의 초점이 미국의 역할에 맞춰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미 국무부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담당하고 있는 리처드 바우쳐 차관보가 2일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이 날자 바우쳐 차관보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도하면서 바우쳐 차관보가 "인질 사태가 아프가니스탄 영토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합시다. 그리고 이번 사태는 미국이나 남한, 아프가니스탄이 일으킨 것이 아니고 탈레반이 일으켰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인질 석방을 위한 모든 압력은 탈레반에 가해져야 합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03년까지 미국 국무부 정보분석국에서 아프가니스탄을 담당했던 마빈 와인봄 (Marvin Weinbaum) 박사도 인질석방을 간절히 바라는 남한 사람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미국을 직접 압박하는 것은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 덧붙였다.
와인봄 박사는“탈레반과 인질 수감자 맞교환을 할 지에 관한 결정은 궁극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정부도 전에 맞교환을 했다가 엄청난 비판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남한 인질 사태를 일반적인 인질 사태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절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결국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믿습니다”고 말했다.
만약 인질사태가 파국으로 치달아 아프가니스탄을 지원하고 있는 남한군이 철수한다면, 아프가니스탄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탈레반 입장에서도 자원봉사를 나간 여자 인질들을 살해할 경우 엄청난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와인봄 박사는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번 인질사태로 한미 동맹의 훼손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이번 일로 인한 한미 동맹의 훼손을 막기 위해선 한국 국민들은 테러범들에게 양보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오랜 원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미 브루킹스 연구소의 마이클 오헨런 박사가 주장했다.
오헨런 박사는 "사태가 진정되거나 악화될 됐을 때, 남한 국민들도 이번 인질 사건에 대해 미국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점을 이해할 것입니다. 이 모든 비극은 미국이 아니라 탈레반이 저지른 일이라는 것입니다"고 밝혔다.(Konas)
정미란 기자 sori@kona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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