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15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8일 의제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전격 발표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이제 국민들은 두 정상들이 과연 어떤 의제를 놓고 회담할 것이며, 어떤 내용의 합의를 도출해 낼 것인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정부 당국자의 말 대로 "정상회담의 의제는 앞으로 몇 차례의 차관급 실무접촉을 통해 조율될 것"이지만 짧은 준비기간을 감안할 때 과연 국민여망이 충분히 담긴 의제가 테이블에 올려질지는 미지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의제와 성과를 예상해 보고자 한다.
먼저 지난 2000년 6월 제1차 정상회담의 결과로 나온 6·15공동선언 내용과 실천사항들을 점검해 보자. 6·15공동선언은 5개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언에 명시된 ‘우리 민족끼리의 정신’을 쫒아 우리는 북한주민의 기아를 해소하고 개혁·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과 물자를 지원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이것을 전용하여 핵무장, 탄도탄 개발을 완료했고 이제는 한국의 생존과 국제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남북 경제협력 차원에서 금강산 관광 사업과 개성공단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기서도 막대한 현금이 북한 독재정권으로 유입되고 있다. 북한은 선군정치(先軍政治)에 따라 이 자금을 군사력 증강에 대부분 투자한다.
북한의 요구에 따라 비전향장기수 63명을 2000년 9월에 북송하였으나 국군포로와 납북자는 한 명도 데려오지 못했다. 서울을 방문하기로 한 김정일의 답방 약속은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선언문에 들어 있는 북한식 낮은단계 연방제 통일방안을 놓고 한국사회는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서 심각한 남남갈등만 겪고 있다. 이러니 한국내부에서는 북한에 의한 적화통일이 거의 완성단계에 있다는 불길한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것이다.
1차 정상회담 이후 15차례의 이산가족 상봉이 있었으나 상봉인원이 턱없이 적을 뿐만 아니라 이마저도 북한은 툭하면 정략적으로 중단해왔다. 21차례의 장관급회담이 열렸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내정간섭과 군사위협만 받았다. 군사신뢰 구축을 위해 DMZ내의 선전물 철거와 남북함정 간 통신망 구축도 북한의 꾐에 속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후회하고 있다. 군사분계선을 관통하는 도로와 철로를 전액 우리 돈으로 건설했으나 철로(경의선·동해선)는 한차례의 시운전만 실시한 상태로 운행이 중단되었다. 군사적 관점에서 보면 유사시 이 도로와 철로는 북한이 남침통로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수차례의 장성급회담이 열렸지만 북한은 서해NLL의 재설정만을 주장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서울 복귀성명에서 “이제 한반도의 전쟁위협은 완전히 해소되었다. 김정일 위원장은 통이 큰 지도자로 통일 후에도 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약속했다.”고 자신 있게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2002년 6월 서해교전을 도발해 우리 장병 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최근에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한반도에는 핵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전 관영매체를 동원해 주한미군 철수와 연합훈련 중지를 변함없이 주장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호언과는 달리 김정일의 약속은 전부 거짓임이 들어났다. 북한은 6·15공동선언 약속도 철저히 어기면서 우리를 농락했다. 결과적으로 제1차 정상회담은 완전한 실패다.
그렇다면 2차 정상회담의 의제는 과연 어떤 것이 될 것인가. 지난 8일 청와대 발표문의 개최의의에서 유추해보면 크게 북핵문제, 한반도 평화정착과 군사신뢰 구축문제, 남북경협문제, 정상회담의 제도화/정례화 등이 논의될 것 같다. 북한은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오래 전부터 '국가보안법 폐지, 서해NLL 재설정, 평화협정 체결, 유엔군사령부 해체, 주한미군 철수, 대규모 지원(현금/물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지원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5월 몽골을 방문해 동포간담회에서 “북한에 많은 것을 양보하려 한다. 제도적·물질적 지원을 조건 없이 하겠다”고 밝혔었다. 올 2월 이태리 로마를 방문했을 때도 “북한이 달라는 대로 주고 문제를 해결해도 남는 장사”라고 말한 바 있다. 얼마든지 퍼줘도 아깝지 않다는 대통령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단면이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재정경제부 임영록 차관은 지난 8일 “산업은행과 대우증권(산업은행의 자회사)을 통해 국내외에서 (대북협력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산업은행은 개성공단과 사회 간접자본(SOC) 건설 등 앞으로 남북경협에 드는 자금을 650억 달러(60조원)로 추정하고 있다.
NLL문제가 의제화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지난 10일 "서해 NLL은 기본적으로 영토의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함으로써 금번 회담에서 북한에게 우리의 바다를 양보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와함께 정부에서는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의제로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과 같이 거론되는 것을 종합하면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가 있다. 대상의제로는 북핵문제, 대규모 대북지원, 국가보안법 폐지, 서해NLL 재설정, 6·25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유엔군사령부 해체, 주한미군 철수,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이산가족 상봉확대, 김정일 답방 등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중에 이산가족 상봉과 김정일의 답방 외 합의가 가능한 것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이렇다.
북한 핵문제와 대규모 대북지원은 6자회담과 유엔결의 1718호와 연관되어 있어서 남북이 단독으로 처리할 일이 결코 아니다. 더구나 북한은 정권의 생존을 위해 핵무기 완전폐기와 대외 개방 자체를 근본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체제유지의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북 경제지원으로 핵문제 해결과 개혁·개방을 유도한다는 것은 사실상 실현이 불가하다. 지금 시행하고 있는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도 엄밀히 적용하면 유엔결의 위반이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서해NLL 재설정은 한국의 국가생존과 관련된 문제로 우리가 절대 양보할 수 없다. 특히 우리의 바다 영토를 포기하는 것은 매국적인 행위로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6·25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전격적으로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유엔군사령부가 해체되고 주한미군도 철수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로 핵무기 보유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북한이 그토록 바라는 바가 아닌가. 휴전이후 지금까지 북한의 수많은 휴전협정 위반과 한반도 적화야욕 때문에 평화협정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은 과거보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핵무기, 탄도탄 등)로 무장하여 한반도 긴장이 더 높아져 있는 상태다. 종전선언·평화협정을 논의할 시기가 전혀 아니다. 이를 합의하는 것은 바로 한반도 적화를 초대하는 일이 될 것이다. 분명한 이적행위가 된다.
국군포로와 납북자문제는 북한이 설사 수용한다고 해도 추가북송을 원하는 비전향장기수(30여명)와 맞교환 수준으로 제한될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의 확대도 합의는 가능하나 과거와 같이 북한의 비협조로 시행에 파행을 예상해야 한다.
김정일이 이번에도 통 크게 서울답방을 약속할 것이다. 그러나 실행은 두고 볼일이다.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그것의 실천은 대부분 차기정부의 몫이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합의서를 작성한다고 해도 시행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먼저 명심해야 한다. 가능한 합의사항을 줄여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노 대통령의 지난 6월 발언을 상기하면 걱정이 앞선다.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임기가) 두 달이 남았든 석 달이 남았든 내가 가서 도장 찍고 합의하면 후임 사장(대통령)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북한은 남북 간에 약속한 합의를 거의 이행하지 않았다. 1972년의 7·4공동성명, 19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의 6·15공동선언이 모두 휴지조각이 된지 오래다. 공산주의자와 회담하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행동 중에 하나라는 교훈을 북한이 증명해 보인 것이다.
이상과 같이 우리 국민은 금번 정상회담에 대해 기대할 것이 거의 없다. 소박한 마음으로 국민이 바라는 바가 있다면 제1차 정상회담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전원 데려오고, 대규모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기 바란다. 이것만 성사시켜도 노무현 대통령의 큰 업적이 될 것이다. 다만 합의문은 육하(六何)원칙에 따라 세부적으로 명시해야 북한의 이행을 강제할 수 있다.
끝으로 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하는 수행원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북한 선군정치와 강성대국의 상징인 핵무기·탄도탄 조립공장, 핵무기·화학무기 저장고, 탄도탄 발사대를 견학하기 바란다. 그곳은 6·15공동선언 합의에 따라 모두 우리국민의 혈세로 건설된 곳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작년 7월 부산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선군정치 은덕을 운운하며 우리를 협박한 것이나 남북이 만날 때 마다 우리를 깔보며 호전성을 나타낼 수 있는 배짱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기 바란다. 이것만이라도 체득하고 온다면 회담의 큰 성과가 될 것이다. (konas)
김성만 (전 해군작전사령관, 예비역 해군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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