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시 해야 될 것과 해서는 안 될 의제
정부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8월 28일부터 30일 까지 평양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합의서에는 “6․15 남북공동선언과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바탕으로”라는 국민정서에는 맞지 않는 구절은 있는데 국민적 현안인 핵문제를 의제화 한다는 언급은 없다.
그동안 대한민국재향군인회(이하 향군)를 비롯한 보수단체들은 북 핵문제는 모든 현안들에 우선하여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천명하였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한반도의 평화구도는 남북의 재래식 군사력 균형에 의해서 유지되어 왔으나 북한의 핵실험으로 군사력 균형이 완전히 와해되어 한반도 안보위기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평양전쟁 시 ‘옥쇄(玉碎)는 해도 항복은 없다’던 일본이 원자탄 2발에 ‘무조건 항복’했던 사실은 가공할 핵폭탄 위력을 실증적으로 보여 주었다.
지금의 안보상황은 북측이 핵폭탄이라는 엄청난 흉기를 남측의 목에 들이대고 협박하는 형국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은 폭력·협박 범죄자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상대방 폭력의 당위성을 인정하고 스스로 인질이 되는 모양으로 국가 통수권자가 해서는 안 될 행위다. 따라서 향군은 북 핵문제를 해결하고 난 다음 상호 당당한 위치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은 활시위를 떠났다. 안타까운 것은 금번 합의가 핵무기의 엄중성은 간과하고 무엇에 쫓기듯 회담 성사에만 급급한 것처럼 보인다. 이로 인해 가장 중요한 회담의 목적과 의제는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나 마치 항로(航路)는 결정하지 않은 채 우선 출항(出港)부터 하고 보자는 무모함 같다. 차제에 남북정상회담이 기정사실화 된 현실에서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 하나씩 조언하고자 한다.
첫째, 북 핵문제 해결을 가장 중요한 의제로 하고 사생결단(死生決斷)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 해법은 북 핵과 관련된 모든 UN 결의를 존중하고, 6자회담의 틀 내에서 단계적 북 핵의 완전한 폐기인 2·13 베이징합의를 충실히 이행한다는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이때 대북 지원도 인도적 지원을 제외하고는 앞서가지 말고 반드시 2·13 합의 틀 내에서 해야 한다.
6자회담 합의에 따른 단계적 보상이라는 틀을 깨면 한국은 국제적 고립을 면할 수 없고 북은 실리를 챙기면서 핵 문제를 꽃놀이패로 이용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 핵문제는 더욱 미궁에 빠져 헤어나기 힘들게 될 것이다.
둘째,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정상회담의 협상의제화 해서는 안 된다. NLL은 남북기본합의서의 ‘부속합의서’ 제3장 10조에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계속 합의한다”는 것과 “해상 불가침구역은 해상불가침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 까지 관할 하여온 구역으로 한다”는 조항이 시사하듯 고도의 전문성과 경륜이 요구되는 분야로 남북정상이 몇 시간 만나 해결 할 수 있는 의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장관급 회담에서 논의하고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할 중대 사안이다. NLL을 사수하기 위해 목숨 바친 호국영령들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 준비기획단 단장인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10일 국회에서 “북방한계선(NLL)은 기본적으로 영토의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하면서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환경과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했다.
남북 정상의 만남과 대북 퍼주기가 곧 평화라고 자찬하는 세력들은 평화를 앞세워 핵문제는 배제하고 NLL은 의제화 할 개연성이 높다. 이것은 최악의 정상회담 시나리오다. 정부는 국민을 분노케 하고 국군을 모욕하는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 이는 자칫 국민저항을 불러 오고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konas)
김 규(재향군인회 호국안보국장· 예비역 공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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