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특권층, 빼돌린 물품 시장에 팔아"
수령독재 강화하는 '인도적 대북지원' 실상
8월 노무현·김정일 평양회담이 확정되면서 정부는 물론 NGO에 의한 소위 인도적 對北지원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인도적 對北지원은 대부분 북한의 군부(軍部)와 특권층으로 흘러간다는 점에서 물의를 빚어왔다. 결과적으로 김정일 정권의 폭압을 지속시키고, 북한인권 탄압을 계속케 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부의 지원물자, 군부에 우선배분
실제 ‘선군정치’라는 ‘군사제일주의’ 노선 아래서 북한 내 모든 물자는 군대가 우선 사용하며, 인도적 지원물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북한전문가인 이영화 日本간사이대 교수는 “북한 지원 물자의 50~70%가 군부대로 먼저 흘러간다”고 지적하는데, 이는 탈북민들의 주장과 대체로 일치한다.
예컨대 남포항에 외부에서 지원된 식량이 도착하면, 군대마다 식량담당이 ‘전진공급’이라 하여 먼저 가져온다. 다른 기관은 수송능력(輸送能力)이 없어, 군대보다 앞선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비료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국 등에서 지원된 비료의 1차 공급대상은 軍부대 농장, 2차 공급대상은 김일성·김정일 현지 지도 단위농장이며 기타 농장에서는 비료를 받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日TV, 한국 쌀 軍창고 비축장면 방영
일본 후지 TV는 지난해 9월 11일 북한 내부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탈북민이 내부에 잠입해 촬영한 이 동영상은 같은 해 5월말 함경남도 단천시의 모습이었다. 여기는 한국이 지원한 쌀이 트럭에 실려 軍부대로 옮겨진 후, 軍창고에 비축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단천역 인근 한 장소에는 ‘先軍정치 바람에 인민들이 굶어죽는다! 군대들에게만 주지 말고 인민들부터 쌀을 달라!’는 벽보가 붙어 있는 장면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3일 작성된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군수(軍需)동원 총국장에게 하신 말씀’이라는 북한 내부 자료는 ‘한국에서 쌀이 오면 군량미로 보충하라’는 김정일의 지시가 나온다. 당시 언론에 보도됐던 자료 중 일부를 인용해 본다.
“말씀 자료= 김 위원장은 군수동원 총국장을 접견, “보고된 자료를 보니 당에서 세운 (전쟁 예비 식량) 목표의 83%를 확보하였다고 하는데…”라며 “지금은 다른 나라에서 식량을 지원해 줄 전망이 없지만 결국 남조선에서 식량이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부족 되는 식량은 쌀이 들어오면 더 보충하도록 합시다”라고 말했다.”
김정일에 충성하는 핵심 계층에 배분
인도적 지원물자는 군대 이외에도 평양에 거주하는 당·군·내각 등 ‘핵심계층’으로 불리는 특권계급에 독점적으로 돌아간다. 김정일에 충성하는 이들에게 배급돼서, 북한정권을 지탱하는 원천이 되는 것이다.
주로 평양에 거주하는 특권계급은 지원물자를 독식한 뒤, 일반주민에게 비싸게 되파는 ‘돈벌이’에 나선다. 북한식 부패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장마당에서 한국 쌀은 ‘대한민국’ 마크가 찍힌 포대째 팔리기도 하고, 포대 없이 쌀만 팔리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북한 시장에서 팔리는 쌀의 80% 이상은 한국과 유엔 등에서 들여온 쌀이라고 지적한다.
홍민 동국대 북한학과 강사는 ‘북한의 시장교환 질서와 비도덕적 가족주의화’라는 제하의 논문에서 “북한주민들의 장터경제가 간부들의 정치자본을 활용하는 공간으로 부상하면서 주민들에게 약탈적으로 기생하는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다”며 “특권층의 기생방식은 ‘마피아 부족주의’와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어린이용 분유까지 특권계급 독식
특권계급에 빼돌려지는 것은 식량 뿐 아니다. 의류, 신발, 식료품 등 일상 물건도 마찬가지다. 한국 NGO들이 굶어죽는 북한 어린이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지원한 어린이용 우유가루 등도 再포장돼 평양에 외화상점에서 팔리고 있다는 목격담도 전해진다.
탈북민 김영순 씨(가명·2003년 입국)의 증언이다.
“남한에서 보낸 내의류가 1999년과 2000년에 평양으로 들어온 적이 있었다. 여성용 내의, 팬티, 브래지어, 양말과 남성용 옷, 양말 등이 들어 있었다. ‘조선인민군 협주단’ 남성 합창단원들에게는 1인당 양말 20켤레씩 공급했다. 이 옷들은 평양시 가정별로 ‘국정가격’으로 공급했다. 평양주민들은 다시 2~3배 가격으로 높여 이를 지방에 팔아 이익을 챙겼다.”
의약품도 軍부대로 간 후 빼돌려져
의약품 역시 軍부대 병원에 우선 지급되고, 간부들은 암시장에 내다판다. 그나마 남겨진 의약품은 각 지역 병원으로 보내지는 과정에서 간부들이 가로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국제사회가 북한에 아무리 많은 의약품을 지원해도, 일반 병원에는 약이 없다. 북한주민들은 병원에서 알선한 개인집에서 시장가격으로 사먹어야 한다.
평양시에 위치한 모 병원 원장으로 40년 이상 근무한 탈북민 김순임 씨(가명·2006년 입국)는 “국제사회에서 지원하는 의약품들은 북한군에 흘러들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의약품들마저도 하부 말단 병원들까지 전달되기 전에 대부분 빼돌려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증언했다.
탈북자 40%, 對北지원 사실 몰라
당연한 결론이지만, 핵심계층을 제외한 북한주민 절대다수에 해당하는 소위 적대·동요 계층에게는 인도적 對北지원이 돌아가지 않는다. 세계식량기구(WFP)는 2005년 북한 내 최대 600만 명까지가 지원대상이라고 밝혀왔지만, 수많은 탈북민 중 WFP의 쌀을 지원받았다고 증언하는 사람은 찾을 수 없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장윤옥 연구원이 2006년 12월 7일 발간한 ‘탈북자 위기, 인권과 국제사회의 대응’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 간 국제사회가 對北지원을 했음에도 탈북민 가운데 약 40%는 국제사회의 對北지원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4년 8월부터 2005년 9월까지 선양 등 중국과 북한 국경의 9개 지역에서 탈북민 1,34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이다.
김성욱 /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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