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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C체제 이대로는 안 된다

Written by. 중앙일보   입력 : 2003-11-29 오전 9: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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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파병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갈수록 혼란스럽다. 고건 국무총리는 주한 외국인들에게 지역담당 성격의 파병안을 설명했다가 하루 만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자의 요구를 받고 뒤집어버렸다. 대통령의 함구령에도 NSC 실무자는 정확한 규모를 발설한 일도 있었다. 그러니까 이 정부의 안보 문제 결정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가 궁금하고 또 그런 행태에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어떻게 총리가 NSC 관계자의 요구에 바로 말을 바꿀 수 있는가. 총리가 실무자의 한마디에 뒤로 물러서는 태도를 보여서야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헌법적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것인가. 총리가 사안의 진행 과정을 몰라 실수로 잘못 발언한 것이었다면 더 큰 문제다.

국가 중대사인 파병 문제에 총리가 아무 것도 모르고 외국인을 상대로 헛소리를 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총리는 대통령의 지시로 NSC 의장직을 대행할 수 있게 돼 있다. 안보 문제는 언제 어떤 위급한 상황에 처할지도 모르는데 의당 NSC 논의내용은 총리에게 보고돼야 할 것이 아닌가.

이런 일이 비단 高총리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조영길 국방부 장관은 한미연합사와 유엔사가 한강 이남으로 이전하면 안보차질이 우려된다고 했다가 며칠 뒤 대변인을 통해 정반대로 뒤집어버렸다. NSC의 주요 구성원인 외교.국방부 장관이 모두 이라크 파병에 긍정적인데도 정부 입장은 춤을 추고 있다. 그때마다 NSC 사무처 요원의 영향력이 거론된다.

NSC에는 대통령.국무총리와 통일.외교부 장관, 국정원장, 그리고 대통령의 지정에 따라 국방부 장관도 위원으로 참여한다. 그런데 당연히 위원들의 협의로 의견을 집약해야 할 안보 문제가 '회의 사무 처리'를 맡도록 역할이 규정된 사무처 관계자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니 말이 안 된다.

장관들이 대통령과 코드가 맞지 않다면 바꾸든지, 회의를 열어 입장을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 총리와 장관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코드가 맞는 참모 몇 사람이 안보정책을 결정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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