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인정,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르면 2009년부터 종교적 또는 양심적인 사유로 입영을 기피하는 사람들에게 대체복무가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최근 정부 고위관계자는 내년까지 병역법과 사회복지 관련 법령 등을 개정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 같은 제도가 정착되면, 해마다 750명 정도의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대부분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전과자의 낙인에서 벗어나 사회복무의 틀 안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병역을 요구하는 ‘국가’와 이를 거부하는 ‘종교’간의 오랜 갈등이 해소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대체복무제도 실시 발표는 소수자의 보호와 배려, 헌법재판소와 국제기관의 입법 권고 수용 등 법적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그럼에도 개운치 않은 구석이 있다. 정권 말기의 대선 국면에서 불쑥 튀어 나왔기 때문이다. 대선 표심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세칭 ‘여호와의 증인 법’이라 할 만한 이 제도가 채택될 경우 종교간 및 계층간의 갈등이 나타날 조짐이 없지 않다. 특정 종교 신자들에게 반 자동적으로 현역복무를 면하는 특혜가 인정될 경우, 병역 기피 목적의 개종을 야기할 수 있는 까닭이다. 또 힘 있고 돈 있는 이들이 편법을 동원해 현역 복무를 피하는 통로로 이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일반 국민정서는 여전히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 인정에 부정적이다. 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병역을 기피하려는 풍조가 만연해 있는 우리 사회로선 이런 제도 도입에 마땅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들에 대해 대체복무를 부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전과자를 양산하는 현 제도는 어떤 방법으로든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점을 최소화하면서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방안(방향성)을 모색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反戰의 양심을 객관적으로 판정할 수 있는 기구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관성 없고 무원칙한 적용은 제도의 실패를 가져올 게 분명하다. 따라서 엄격한 요건 설정과 함께 심층면접조사를 통한 정확한 판정 제도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둘째,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권’의 하나로 인정하지 않음을 조건으로 해야 한다. 만일 일정 부류의 사람들에게만 병역의 거부 ‘권리', 곧 현역복무와 대체복무의 선택권을 줄 경우, 나머지 대부분의 젊은이들에겐 현역복무의 ‘의무’만 부과하는 불공평한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이는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반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셋째, 현역복무 중에 새로이 반전의 양심을 갖게 된 사람에 대해서는 대체복무를 인정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그런 사람의 양심이 과연 진정성이 있을지 의심스럽다. 만일 사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도 대체복무를 인정할 경우 군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한편, 징병제 자체를 뒤흔들 소지가 있다. 어제까지 같이 복무하던 동료가 양심을 내세워 대체복무로 옮겨간다면, 과연 누가 생명을 무릅쓰고 전선을 지키려 하겠는가. 이와 관련, 군복무 유경험자에 대해서까지 대체복무를 인정하는 나라는 독일, 스위스 덴마크 등 8개 국가에 지나지 않는다.
이 밖에 대체복무 기간, 복무분야, 허용 인원 결정에 있어 현역복무와의 형평성 시비를 야기하거나 병사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법적·현실적 타당성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복무 방법과 대상자 관리 등도 엄정하고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철저한 준비와 국민적 지지가 없으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도는 실패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시한을 정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다시 한번 공론화와 여론 수렴의 과정을 거쳐 적절한 시기를 택하는 게 바람직하다.(konas)
제성호(중앙대 법대 교수)
출처:프리존 http://www.freez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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