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군 59년에 영욕 교차 했던 국군을 되돌아 본다
1946년 1월 15일 1개 대대 병력으로 ‘남조선국방경비대’가 창설된지 59년이 되었다. 정부는 10월 1일을 ‘국군의 날’로 정해 군의 생일을 자축해 왔다. 1년 후엔 대한민국 국군이 환갑상을 떡 벌어지게 받을 차례다.
논어(論語)에는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이란 대목이 나온다. 나이 60에 이르면 만사에 원숙해져 이해한다는 뜻이다. 우리 국군도 이제 “신생국 군대”라는 딱지를 떼고 원숙해져 대한민국 자유체제 수호 뿐 아니라 전 세계 각지로 출병해 평화유지를 위해 큰 몫을 하고 있다. 국군은 가슴에 자랑스러운 태극기를 붙이고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동티모르 등지에서 평화유지군으로 존경받고 있다. 참으로 자랑스럽기 그지 없다.
10월이 오면, 국군의 생일을 뿌듯한 마음으로 축하하면서도, 왠지 파란만장했던 군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59년 국군 발자취가 영욕으로 엮어졌기 때문이다.
북한의 6∙25 남침으로 인한 국군의 참혹한 희생과 자유민주체제 수호, 일부 군의 군사 쿠데타, 군의 근대회 및 산업화 기여, 민주화 과정에서의 일부 억울한 매도, 반군사(反軍事) 문화 확산 등의 소용돌이를 거쳐야 했다.
국군은 건군 4년 만에 어이 없이 북한의 기습남침을 받아 참변을 당해야 했다. 북한 공산군의 소련제 탱크∙전투기∙대포 앞에 국군은 그런 무기 하나 없이 소총으로 맞서며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 장렬히 산화했다.
국군이 조국의 자유민주체제를 지키기 위해 그 때 처절히 싸우다 죽어간 모습은 모윤숙의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를 통해 서정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여기에 몇 대목만 소개하고자 한다.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 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 /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 조국의 위험을 박기 위해 밤낮으로 / 앞으로 앞으로 진격! 진격! / 원수를 밀어가며 싸웠노라. 저 원수의 하늘까지 / 나는 자랑스런 내 어머니 조국을 위해 싸웠고 / 내 조국을 위해 또한 영광스리 숨지었노리 / 조국이여! 동포여! 내 사랑하는 소녀여! / 나는 그대들의 행복을 위해 간다. / 물러감은 비겁하다. 항복보다 노예보다 비겁하다. / 둘러싼 군사가 다아 물러가도 대한민국 국군아 / 너만은 이땅에서 싸워야 이긴다. 이땅에서 죽어야 산다. / 한번 버린 조국은 다시 오지 않으리라.’
모윤숙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가 시감을 통해 표출한대로 국군의 더운 피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지켜졌고, 지금 세계 12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부 군의 5∙16 군사 쿠데타로 민주헌정의 중단을 자초하고 말았다. 자유민주 발전의 오점이었다. 하지만 5∙16쿠데타는 그 후 경제발전을 가져와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는 경제기반을 구축하는데 기여했다.
또한 국군은 1950~60년대의 정치 경제 사회적 혼란 속에 미군을 통해 현대적 행정기법과 관리체계를 도입하는데 선구적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한국 근대화와 산업화에 기여한 것이다.
그러나 국군은 1980년대 이후 민주화 과정에서 일부 억울하게 매도되기도 했다. 민주화의 물결 속에 편승한 반군사 문화에 부딪쳐 이유없이 소외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군은 59년의 영욕을 관통하며 국가의 듬직한 버팀목으로 한 가운데 서게 되었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세계 유수의 막강한 국군으로 성장했다.
작년 한국군의 군사비 지출액은 219억 달러로 세계 11윌에 올랐다. 군 당국과 국방과학연구소는 사정거리 500~1500k에 달하는 크루즈 미사일 4종류를 개발 중이거나 이미 개발을 마치고 실전에 배치 중인 것으로 작년 10월 알려졌다. 북한 전 지역을 사정권으로 좁혀들어 갔다.
뿐만 아니라 지난 7월 25일엔 한국 최초로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의 진수식을 가졌다. ‘꿈의 함정’으로 불리는 이지스함은 국군이 연안해군에서 대양 해군으로 뻗어가는데 필수적이다. 국군의 이지스함 보유는 미국 일본 스페인 노르웨이에 이어 다섯 번째로서 자부심을 갖게 한다.
물론 근년 들어 대북유화책에 따른 대북경계심 이완, 미국과의 전시작전통제권 문제,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논란, 주적 개념의 혼돈 등으로 어수선한 것 또한 사실이다. 심지어 통일부 장관은 2005년 3월 “한국의 주적은 누구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는 미국측의 질의에, 주적이 누구인지 답변할 수 없다고 거부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국방부 장관은 분명히 주적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성우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은 군사적으로 미국과 우리의 공동의 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4년 전 조영길 국방부 장관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주적은 북한이다”고 명백히 했다. 저 같은 국방부 장관들의 소신에 찬 “주적”개념은 환갑을 맞게된 국군의 믿음직한 모습을 표출한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순(耳順)의 경지에 이른 국군을 보며 믿음을 갖게 되면서도 한편으론 신세대 병사들의 철없는 대북관에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이 지난 6월 조사한 결과가 그들의 안보관에 대한 우려를 자아냈다. 20대 응답자의 53.2%가 6∙25 남침이 몇 년도에 일어났는지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6∙25 남침을 북침으로 곡해하는 젊은이도 있다고 들린지 오래다.
국가정보원이 민간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결과도 불안감을 금치 못하게 한다. 2006년 1월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현역 병사 10명중 6명이 앞으로 남북간에 전쟁이 날 가능성은 없다고 믿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저 같은 20대 병사들의 위험스런 안보관 해체는 군 생활을 통해 크게 개선된다는 조사보고서도 있었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국군은 건군 59년에 새삼 유의할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북한의 핵폭탄 위협도 위협이려니와 그에 못지 않게 병사들의 안보관 해체 또한 중대 위협이 아닐수 없다 .그에 대한 면밀한 대책이 요구된다. 이순을 맞게 된 원숙한 국군이 새로 직면한 도전이고 극복해야 할 크나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국군은 모윤숙의 시처럼 오직 조국을 위해 산화할 수 있는 정신으로 무장되어야 한다. 여기에 다시 그 대목을 되풀이 한다.
‘둘러싼 군사가 다아 물러가도 대한민국 국군아! / 너만은 이 땅에서 싸워야 이긴다. / 이 땅에서 죽어야 산다. / 한번 버린 조국은 다시 오지 않으리라.’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아무리 대북유화책이 산하를 메운다 해도, 원숙한 국군은 조국의 자유민주체제를 지켜주리라 확신해 마지 않는다. ‘둘러싼 군사가 (그리고 둘러싼 국민들이) 다아 물러가도 대한민국 국군아! / 너만은 이 땅에서 싸워야 이긴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konas)
정용석(단국대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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