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합의문: 평가와 과제
지난 9월 27~30일 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제6차 2단계 6자회담은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제2단계 조치>(북핵 6자회담 합의문)를 지난 10월 3일 발표하였다. 본 합의문의 핵심내용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 ▲관련국간 관계정상화 문제, ▲북한에 대한 경제ㆍ에너지 지원 문제, ▲6자회담관련국 외교장관회담 관련 문제 등 총 4가지 주제들을 담고 있는데 이중에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내용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국간 관계정상화 문제’ 등 두 내용이며 각 내용들에 대한 주요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관한 내용은 (1)북한은 <9·19공동성명>과 <2·13합의>에 따라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을 불능화하기로 합의: 영변의 5MW 실험용 원자로, 재처리시설(방사화학실험실) 및 핵 연료봉 제조시설의 불능화는 2007년 12월 31일 까지 완료; 전문가 그룹이 권고하는 구체적인 조치들은 수석대표들에 의해 채택; 미국은 불능화 활동을 주도하고 불능화를 준비하기 위해 2주내 전문가 그룹을 이끌고 북한 방문; (2) 북한은 <2·13합의>에 따라 모든 자국의 핵프로그램에 대해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2007년 12월 31일까지 하기로 합의; (3) 북한은 핵물질, 기술 또는 노하우를 이전하지 않는다는 공약 재확인 등이다.
관련국간 관계정상화 문제에 관한 내용은 (1) 북한과 미국은 양자관계를 개선하고 전면적 외교관계로 나아간다는 공약을 유지함: 양국간 교류증대 및 상호신뢰 증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 위한 과정개시 및 북한을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에서 종료시키기 위한 과정을 진전시킨다는 공약을 상기하면서 북한의 조치들과 병렬적으로 공약완수; 북한과 일본은 평양선언에 따라 관계정상화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경주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상기의 핵심내용들을 담고 있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합의내용은 그 궁극적인 목표인 ‘북한의 비핵화’라는 차원에서 평가를 하여보면 다음과 같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들을 이야기할 수 있다. 우선 긍정적인 평가들로서는 첫째, 북한의 핵폐기라는 목표를 행해 6자회담이 결렬되지를 않고 계속되면서 보다 구체적인 합의문을 도출하였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합의문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계없이 북한을 포함한 6자가 북핵 폐기라는 주제를 두고 계속 평화적인 방법으로 대화를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둘째, 그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북핵폐기라는 주제와 함께 종전의 적대국들이 그들의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하여 6자회담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계속되는 대화는 보다 생산적인 결실들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은둔의 나라 북한이 계속되는 국제적인 대화를 통해 아주 경미한 정도이지만 조금씩 국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6자회담에서 다른 5자들의 주장들을 경청하지 않을 수 없고 북한자신의 주장들이 국제무대에서 어떤 입점을 점하고 있는가 하는 점들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국제화는 동북아 평화 및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절대 필요한 요소다.
그러나 본 6자회담 합의내용은 북한폐기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한다는 차원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북핵 불능화 및 그 다음 북핵폐기를 향하고 있는 그 로드맵이 너무나 느리고 답답하다. 북핵 폐기라고 하는 경우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핵 생산시설, 핵 개발 프로그램 등을 다시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고, 생산할 수 없고, 개발 프로그램을 재시도할 수 없는 상태로 하여야만 하는 엄청난 폐기사업들이 도사리고 있는데 금년 년말까지 목표로 삼고 있는 불능화 목표는 너무나 보잘것없고 경미한 내용들이다.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아마도 북한의 완벽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10년의 세월도 모자랄지 모른다.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참여국들은 그저 북핵폐기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명분만 유지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두 번째 문제점은 본 합의문 중에는 참가국 중 어느 나라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시간끌기를 하면서 또 다시 교착상태에 빠지게 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제I항 한반도 비핵화 내용으로서 “전문가 그룹이 권고하는 구체 조치들은 모든 참가국들에 수용 가능하고, 과학적이고, 안전하고, 검증가능하며...수석대표들에 의해 채택될 것이다.”라고 되어있다. 본 내용은 모든 참가국들에 수용 가능하지 않으면 채택될 수 없다는 의미다. 참가국 중 어느 한 나라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진척이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아도 진척이 극히 느린 북핵폐기 로드맵 실천은 이러한 조항에 의해 언제 또 다시 정체상태에 빠지게 될 지 모른다.
세 번째 문제점은 북한의 자발적인 정확하고 성의있는 신고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본 합의문에 “북한은 2·13합의에 따라 모든 자국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완전하게 정확한 신고를 2007년 12월 31일까지 하기로 합의하였다.”로 명기하고 있다. 본 내용은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핵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할 것을 기대하는 그 자체가 큰 착각이요, 다음으로 핵 프로그램을 제외한 북한 보유 핵무기 및 핵생산 시설들은 언제 어떻게 신고하느냐 하는 문제다. 결국 연말이 되면 북한과 다른 5개국들은 북한이 신고한 내용에 대한 정확함과 완전함을 두고 논쟁과 갈등이 있게 될 것이다. 그러한 논쟁과 갈등의 결과는 회담결렬 혹은 정치적 타협으로 귀결되면서 실제 북핵폐기와 관계없는 부실한 북핵폐기 로드맵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네 번째 문제점은 북한과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언제든지 6자회담을 공중분해시킬 수 있는 내용을 ‘관련국간 관계 정상화’ 내용 중에 담고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북한의 북핵 불능화에 대한 노력과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 및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 명단에서 북한삭제에 대해 ‘병렬적으로 완수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이 북한에게 요구하고 있는 사항과 북한이 미국에게 요구하고 있는 사항은 원인이 될 수도 있고 결과가 될 수도 있는 사항이다. 결국 “우리는 충실이 이행하고 있지만 상대방이 이행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이행하지 않겠다”하는 식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마지막으로, 6자회담의 궁극적인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이지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아니다. '북한의 비핵화‘라는 개념과 ‘한반도 비핵화’라는 개념은 분명 많은 차이점이 있다. 북한의 비핵화 개념을 한반도 비핵화 개념으로 몰고 갈 경우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북한-미국 간 핵 군축 문제로 연계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금번 6자회담의 합의문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런 점은 분명히 구분하여야만 한다.
결론적으로 금번 합의문은 크리스토퍼 힐이 주장하는 것처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전기(important juncture)"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지상지고의 국가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는 그들의 ‘군사제일주의’를 포기하여야만 가능하다. 그것 없이는 본 합의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전기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konas)
송대성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unkang@sejong.org)
출처: 세종연구소 '세종논평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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