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상선의 안보위협
지난 10월 30일 북한상선 대흥단호(6,400톤)가 아프리카 동단 소말리아 근해에서 기관총·소총·RPG로켓발사기로 무장한 해적(7명)에게 납치됐다. 인근에서 작전 중이던 미국구축함(제임스 E 윌리엄스 호)가 구조 차 현장으로 급파되었다. 미국군함은 가까이 접근해서 해적들에게 무기를 버리라고 지시하고 거부하면 작전을 펼칠 태세였다. 해적들이 당황해하는 사이 북한선원들은 숨겨뒀던 무기를 꺼내 해적 2명을 사살하고 5명을 생포하면서 배를 재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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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선장은 미국의 도움을 받아 납치사태가 끝난 후 감사하다는 뜻과 함께 붙잡힌 해적 5명을 고무보트에 태워 바다에 내버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美 구축함함장은 아무리 해적이 흉악한 짓을 했다고 해도 바다에 유기(遺棄)하는 것은 국제법에 어긋난다며 반대했다. 동력이 없는 고무보트에 태워 바다에 버리는 것은 인도주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美 해군은 대흥단호가 정박하게 되는 항구에서 해적 5명을 국제법에 따라 처리할 것을 요구했고, 국제해사국(IMB)과 북한선박이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에도 이를 알렸다. 대흥단호는 일단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인 채 사건현장을 벗어났다. 이 사건으로 베일에 감춰져있던 북한상선의 실체가 일부나마 세상에 알려졌다.
북한상선은 2005년 8월부터 남북해운합의서 발효에 따라 한국의 동·서·남해와 제주해협을 자유롭게 통과하고 있다. 제주해협에만 년간 114회를 통과하고 있다. 2007년 5월부터는 부산항에 정기적으로 기항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2007남북정상선언'의 합의문에 따라 앞으로 북한선박이 서해북방한계선(NLL)을 가로질러 북한의 해주항에 입항하는 것도 허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해적사건을 통해서 과연 북한상선이 한국의 영해와 NLL을 이렇게 통과해도 우리 안보에 문제가 없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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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북한상선은 앞서 기술한 대로 무장선박(武裝船舶)으로서 한국의 안보를 위해할 소지가 많다. 북한에는 민간기업이 없기 때문에 모든 상선이 정부소속이다. 북한상선이 소규모 무장을 하고 있다는 소문은 과거부터 있어왔다. 그런데 이번에 이것이 확인된 것이다. 중무장한 해적을 제압할 정도라면 보유한 무장도 권총·엽총의 수준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정보당국자·탈북자의 말을 인용한 언론보도(10월 31일자)를 종합해보면 북한해운성 소속 선원들은 상당수가 현역해군이거나 10년 이상 군복무 경험이 있는 정부요원이고, 화기(火器)로 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무장한 정부선박이 한국 영해를 무해통항(無害通航)한다는 것은 논리에 전혀 맞지 않다.
그리고 북한은 1960년대부터 4대 군사노선을 추진하여 전시에 모든 선박(상선·어선 등)을 군사목적으로 운용한다. 그래서 평시에 많은 현역과 예비역의 유지가 필수적이다. 북한군 현역은 117만 명이고 예비군은 770만 명이다. 한국의 67만 명과 304만 명과는 대조적이다. 북한상선·어선에는 평시에 핵심 간부군인들이 승선하여 운영하다가 전시에는 예비군을 추가로 보충하는 개념이라고 한다.
북한이 전쟁에서 상선을 사용한 사례가 있다. 한국해군은 6·25전쟁 첫날인 1950년 6월 25일 야간에 북한의 위장상선을 부산 앞바다에서 격침했다. 이 상선에는 부산지역에 상륙할 600여명의 인민군 특수부대가 타고 있었다. 이 상선은 개전 하루 전에 북한항구를 출항했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한반도적화통일을 위해 전·후방 동시전장화 전술을 채택하고 있다. 북한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다수의 소형잠수정(유고급, 60톤)을 위장상선의 내부에 숨겨서 평시에도 한국후방해역에 은밀히 침투시킬 수 있다.
이번 해적 격퇴 사건을 통해서 북한선원들의 잔악성도 알게 되었다. 이들은 미국함정의 감시가 없었다면 해적들을 바다에 유기했을 것이다. 보통 사람이 생각할 수도 없는 잔인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둘째, 북한은 테러·납치·마약운반·영해침범 등 국제적 범죄행위에 상선을 이용하고 있다.
1983년 버마 아웅산테러(전두환 대통령 시해목적)의 북한테러범(현역장교) 수송과 지원에 북한상선이 사용되었다. 영화감독부부(신상옥·최은희)를 홍콩에서 납치하여 북한으로 수송하는데도 북한상선이 동원되었다. 최근에는 마약·위조달러·위조담배는 물론 탄도미사일·무기의 밀수출도 상선을 이용한다. 이 모든 것이 국제적인 범죄행위임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북한은 또 2001년 6월 2일부터 10여 일간 북한상선 10여척을 우리 영해에 의도적으로 집중 투입했다. 한국의 영해를 유린하기 위해서다. 퇴각를 요구하는 우리함정에게 “이 항로는 김정일 장군이 개척한 항로다”라고 떠벌리면서 무단항해를 계속했다. 국제법과 한국 영해법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다. 그동안 남북한이 휴전상태로 있는 상황에서 북한상선이 한국의 영해(12마일)를 통과한 적이 없었다. 반면에 한국상선은 북한의 영해는 물론이고 그들이 일방적으로 정한 군사수역(60마일)도 우회한다. 군사수역은 국제법적으로 악법으로 평가되지만 우리 상선은 북한의 법을 준수하고 있는 것이다.
대흥단호도 2001년 6월 4일부터 6월 5일까지 서해남부 가거도의 우리 영해를 무단으로 침범하고 제주해협을 통과하여 남해로 이동했다. 약 10시간 동안 한국의 영해를 철저하게 유린했다. 그리고 북한상선 청진2호(13,000톤)는 기간 중에 남북기본합의서(1992년)를 위반하는 행동으로 서해 NLL을 가로질러 해주항으로 입항하면서 한국해군 초계함(1,200톤)을 의도적으로 충돌하여 피해까지 입혔다. 당시 한국은 북한상선이 비무장 선박일 것이란 점을 고려하여 무력사용을 자제했다고 한다.
이상에서 살펴본바와 같이 북한상선은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의 순수한 민간선박이 아니다. 무장한 정부선박으로 준 군사선박이다. 북한상선은 분명 한국의 안보에 위해요소다. 그래서 2005년 정부에서 남북해운합의서 추진 시 관련부서에서 그토록 반대했던 것이다.
지금 이런 북한상선이 한국의 전 해안을 누비면서 항해하고 있다. 후방해역의 연안에는 원자력발전소, 중화학공단 등이 밀집해 있다. 만약 북한이 상선에 다연장로켓발사 컨테이너를 탑재하여 원자력발전소라도 공격하는 날에는 방사능오염으로 대재앙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함정이 모든 북한상선을 일일이 근접해서 감시할 수도 없다. 특히 야간에는 근접해도 내부동태를 관찰할 수가 없다.
제주해협을 통과하는 북한상선의 일부는 우리 해군·해경의 정당한 통신망호출에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2006년에만 통신검색에 응하지 않고 우리 영해를 통과한 북한선박이 22척이나 된다. 남북해운합의서 제3조 1항에「운항선박은 상대측 경비함정과 통신초소의 호출시 응답하여야 한다」고 돼 있고, 부속합의서 제2조 8항에는「통신에 응하지 않은 선박에 대하여 해당선박을 정지시켜 승선·검색하여 위반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들 선박의 대부분은 북북항로(북한항구에서 출항하여 제주해협을 통과하여 북한으로 바로 가는 항로)로 항해하는 선박들이다. 상선내부에 소형잠수정·전투함·무기류를 적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남북합의서를 이행하지 않고 항해하는 북한상선을 정선시켜서 내부를 조사했다는 보도를 접하지 못했다.
그리고 북한상선이 전시군수물자 최대 양륙항만인 부산항에서 현재 정탐행위·간첩행위를 자유롭게 하고 있다. 테러행위도 우려된다. 만약 북한상선이 사고를 핑계로 외항 방파제에 충돌하는 등, 자침(自沈)하여 항만 출입구를 막을 경우 부산항은 상당기간 사용이 불가능하다.
국가안보를 위해 평시부터 북한상선의 위해소지는 반드시 차단되어야 한다. 그래서 차기 정부는 남북해운합의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북한이 현재 이를 준수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폐기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완전히 폐기하고 한반도 적화야욕을 포기한 이후에 재합의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국방부는 제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11.27~29, 평양)에서 북한선박의 NLL직통 해주직항로 허용을 합의해서는 절대 안 된다. 만약 합의한다면 2005년 북한선박의 한국영해·제주해협 통과허용에 이어 또 다른 이적행위(利敵行爲)로 기록될 것이다.(konas)
김성만(전 해군작전사령관, 예비역 해군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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