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美육군협회(AUSA) 세계대회 참관기
넓은 공지에 설치된 100여개의 텐트 속엔 각 지회(支會)들이 솜씨를 뽐낸다. 푸짐한 먹거리며, 멋진 밴드의 음악이 울릴 때마다 어깨를 들먹이고 엄지를 추켜 세운다. 너희들 음악이 최고라는 것이다. 어깨를 부딪치는 사람들 속엔 어디서 본 듯한 얼굴들도 보인다. 한국에서 온 연합 사령관, 알래스카 사령관, NATO 사령관 등 많은 현역지휘관들도 그 속에 엉켜서 서로를 격려한다.
10월 6일 Ten miler대회로 막을 올린 2007 미 육군협회(AUSA : Association of United States Army) 연례 세계 대회는 3만여명이 참가해 10월 10일까지 워싱턴 D.C의 컨벤션 센터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으며 세계 각국의 군 최고 지휘부가 초청되었다. ‘미 육군 - 나라의 힘’이라는 대회의 주제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미국이 처한 현실과 그 속에서 자리하고 있고 육군현실을 진단하고 발전 방향이 심도있게 논의 되었다. 바로 그 자리에 금년 초에 탄생한 한국 육군발전협회의 멤버들(사무총장, 지상군 연구소장, 감사, 자문위원)도 초청되어 그들의 활동, 일거수일투족을 모니터하고 돌아왔다. 참으로 느낀 바도 많고 배운 것도 많은 값진 시간이었다.
세계 제2차 대전이 끝나갈 무렵 더구나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일본으로부터 무조건 항복을 받아낸 미국 조야에선 ‘그래 원폭 한방이면 끝나는데 무슨 지상군이 필요하단 말이냐’며 무려 100여개 사단을 줄이고 10개 사단만 유지하는 군 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미 육군의 사기저하는 불을 보듯이 자명했을 것이며 육군의 존립기반이 흔들리는 위기 앞에서도 진정으로 육군을 돕는 조직은 그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때 이미 설립되어 활성화 되어있던 공군협회(1945년 설립)를 벤치마킹, 1950년 7월 ‘미육군협회(AUSA)를 창설하여 올해까지 57년여의 역사를 갖게 된다. 협회는 범국민 조직으로 현재는 10여만의 진성 회원과 지방조직인 지회만도 120여개에 이르며, 수십 년간 기금 조성 등의 운영이 어려웠던 적도 있었으나 10여년 전부터 비약적인 발전을 하여 현재는 육군의 현역·예비역 가족을 망라하여 지원하는 예산만도 300억원에 이르는 막강한 조직으로 거듭났다. 여기에는 걸프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1991년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Sullivan 예비역 대장이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AUSA의 발전을 크게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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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늘 AUSA는 육군의 대변자, 육군의 지원자라고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는데 육군을 어떻게 돕는단 말인가? 30년 이상 장기 근속한 장병들에게 그동안 수고했다고 만찬을 베풀고 세계일주 여행 포상을 하는 것에서부터 전쟁에서 어려움 당한 가족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도 굵게 주름이 새겨진 Sullivan 회장을 비롯한 육군협회의 몫이다.
총회 기간 중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너는 아느냐(Did you know?)’ 리플릿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새겨져 있다. 다소 길지만 전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너는 아느냐? ·AUSA가 육군의 정부와 의회에 대한 대변인이란 것을 ·AUSA가 육군의 매년 예산을 최소 28% 확보하기 위해 투쟁한다는 것을 ·AUSA가 장병과 그 가족을 위해 연간 170만불을 들여 서비스 한다는 것을 ㆍ군과 예비역들의 의료보험 혜택 증가와 보조금 지급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것을 ㆍ가족들을 위한 계획에 64,000부의 간행물과 기타 다른 자원을 제작 지원한다는 것을 ㆍ현역과 예비역 보직의 상근화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ㆍ연례 회의를 통하여 전 계급 직종의 전시회와 세미나, 심포지엄을 개최한다는 것을 ㆍ부사관의 자질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용 한다는 것을.”
이 리플릿의 내용이 바로 미 육군협회의 목표이며 아울러 행간의 자구숫자는 다르지만 우리 한국의 육군발전 협회가 지향해야 할 목표이기도 하다. 그리고 대회기간 중 세미나, 심포지엄을 통해 육군의 지휘관과 획득 책임자들이 자신 있게 ‘앞으로의 전쟁양상이 이러할 진데 앞으로 이렇게 싸우려 합니다. (How to Fight)’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것이 보기 좋았다.
그래서 방산 관계자들이 구름같이 모여 메모하기 바쁘다. 세계에서 가장 큰 AUSA 전시회는 워싱턴 D.C 컨벤션 센터 3개동 지하를 통틀어서 만들어진 전시공간에 우리가 아는 모든 방산 업체의 장비가 전시되어 있고 마케팅 열기가 대단히 높다. 우리나라의 ‘풍산’과 낯익은 CEO도 눈에 띄나 그 종류가 제한되어 있다. 주최측에서 우리나라 전시회사의 면적을 자꾸 줄여 간다는데 방산 관계자를 진심으로 도와 국익을 위해 정말 육군협회가 할 일이 많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미 육군 참모총장의 연설 중에서도, 또한 육군장관과 그리고 우리에게 친숙한 Bell 연합 사령관의 이야기에서도 육군협회가 예산을 늘려 잡아서라도 전쟁으로 차츰 황폐해져가는 군 가정을 돕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늘어가는 부상자 가족, 유가족, 고아 등에 대해 배려해야 한다는 것에 금년도 미 육군협회 총회의 또 다른 주제를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육군에 대한 재인식이 자리하고 있음도 보았다. 미 육군총장 케이시 장군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전쟁이 발발한지 6년여가 지난 지금”이라고 이야기 하여, 또 무슨 전쟁이 있었나 하고 깜짝 놀랐는데 그들은 9·11 테러를 바로 전쟁으로 간주하고 지금 육군은 전쟁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정밀타격전으로 이라크를 함락시키는 데는 3주가 걸렸고, 후세인을 잡는 데는 29일이 소요됐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10년이 될지 또는 30년이 걸릴지 모르는 전쟁을 치루고 있다. 그래 공군기가 정밀도로 폭격으로 무력화 시켰다고 치자,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는가. 결국 육군에게 넘겨져서 희생을 치루고 있지 않느냐, 지상 전력에 대한 경솔한 평가 때문에 호되게 대가를 치루고 있지 않느냐?”며 열변을 토했다.
이와 같은 논의를 지켜보면서 우리나라의 ‘국방 2020’의 논의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국방 2020 심포지엄에 가보면 육군을 무조건 더 줄여야 한다고 소위 사계의 석학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줄이려 하느냐고 되물으면 묵묵부답이다. 미 육군협회 총회에 다녀와서 정말 올바로 군사력을 건설해 나가기 위해 육군협회의 씽크 탱크를 보강하고 대변자 역할을 잘 해야 겠구나 하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것만 해도 큰 수확을 얻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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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굳건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우리 후배 육군 간부들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바로 육군발전협회가 창설되었고 '강한 친구' 대한민국 육군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는 것을. 육군협회 소식지 창간호에 육군지 편집장이 기고한 축하의 글 ‘기분 좋은 소식’에 “칭찬뿐 아니라 ‘네 이놈!’이라고 훈계하는 ‘꼰대(?) 할아버지’의 사랑이 그리운 세태에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이 그냥 ‘육군이었다’는 과거 완료형의 애정하나로 조건없는 사랑을 주고자 뜻을 모은 선배들로 하여 육군은 행복하다”고 했던가.
미 육군협회 총회를 보며 느낀 것 중 가장 큰 것은 미 육군이 육군협회라는 큰 틀에서 모든 갈등을 용해하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왜 그들이라고 갈등이 없었겠는가? 현역과 예비역, 월남전,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참전 내용에서부터의 갈등을 비롯하여 숫한 갈등 속에서도 그것이 용광로 속에서 녹아내려 쇳물이 나오 듯 육군협회를 통해 용해되어 도도히 미래를 향해, 그리고 동지애로 뭉쳐 헤엄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6·25 참전용사들에 대한 홀대, 현역과 예비역들의 갈등, 하나회로 대변되는 사조직 문제 등 모든 것이 그대로 잔존되어 있는 것이 정말 마음 아프다. 우리도 육군협회 내에서 용해되어 한 모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렇게 되리라 확신한다. 육군의 중요성은 재언이 필요없다. 한국전쟁을 쓴 미국 작가 T.R Fehrenbach는 이렇게 말했다. “하늘을 끝없이 날아가 폭격을 하고 나면 땅에 있는 것들이 솟구치고 가루가 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며 우리의 목숨이 붙어 있는 것들도 빗자루로 쓸어내듯 스러지고 만다. 우리가 그것들을 지키고 그리고 우리들이 살아가는 그 소중한 것을 지켜내려 한다면 우리는 지상 작전으로 해결해야 한다. 로마군단이 했던 것처럼. 그러려면 우리의 젊은 친구들이 진흙탕 속에 발이 빠질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다. 육군이야말로 평화의 최종 수호자 아닌가? (konas)
김명세(육군발전협회 사무총장, 예비역 육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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