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國防의 ‘꼿꼿한 허리’에 거는 大韓民國의 기대
진회(秦檜)의 길, 악비(岳飛)의 길
내일(11월27일)부터 평양에서 <남북국방장관회담>이 열린다. 남쪽에서는 이날부터 오는 12월19일을 투표일로 하는 제17대 대통령선거 선거전이 공식적으로 막을 올린다. 사실은 정상적인 나라라면 대통령선거 기간 중에, 그것도 여론조사 상의 모든 지표로 본다면 이번 대선이 그 동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강행해 온 대북유화정책를 비판하는 정당의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절대시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무총리회담>에 이어 <국방장관회담>을 열어 석 달 후에 출범할 다음 정부를 구속하기 위한 합의를 만들어 내려고 기를 쓴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권은 <남북국방장관회담> 개최를 강행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은 그 동안 남북간에 전쟁을 막아 온 중요한 해상경계선인 서해의 ‘북방한계선’(NLL)의 지위에 무슨 변화가 생길 것인지 불안한 마음으로 긴장 속에 지켜보고 있다. 내일 평양으로 가는 김장수 국방장관은 그 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NLL 양보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 왔다. 많은 국민들은 지난 10월 평양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했던 김 장관의 ‘꼿꼿한 허리’를 기억하고 이번 <국방장관회담>에서도 NLL 문제에 관한 협상 석상에서 그의 ‘꼿꼿한 허리’가 구부려지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왜냐하면, 국민들은 김 장관이 모시고 있는 상관(上官)에 대해 씻을 수 없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를 지휘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국정홍보 매체인 K-TV와의 대담에서 그가 대통령 당선 후 ‘주한미군사령부’를 방문했던 것이 “‘비정상적인 걸음’이었다”고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사람이고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金正日)을 가리켜 “내가 북쪽에서 만난 많지 않은 사람 가운데 가장 유연하게 느껴진 사람이었다”고 술회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가 하면, 그의 전임자로 그의 후임자에게 ‘햇볕정책’이라는 이름의 대북유화정책을 전수(傳授)한 장본인인 김대중(金大中) 씨는 지금 공공연하게 김정일(金正日)의 북한과 한 통속이 되어서 “이번 대선에선 <한나라당>이 승리하면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유권자들을 협박하고 있는 중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김 장관이 이번 회담에서 과연 NLL 문제에 관하여 그가 지난 10월에 했던 것처럼 ‘꼿꼿한 허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의 여부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불안감을 떨쳐 내지 못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국방장관회담>에는 NLL 문제 말고도 걸려 있는 사안들이 적지 않다. 10월에 있었던 노무현ㆍ김정일 사이의 평양회담에서 있었던 합의사항들의 이행방안으로 얼마 전 서울에서 열렸던 <남북총리회담>에서 이루어진 대부분의 합의사항들이 실천ㆍ이행되려면, 어째서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지가 분명치 않은, 소위 ‘군사보장 조치’라는 것이 먼저 해결되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문제는 이 ‘군사보장 조치’라는 것이 <남북국방장관회담>의 몫이라는 데 있다.
바꾸어 말하면,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 소위 ‘군사보장 조치’라는 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총리회담>에서 합의되었다는 사항들의 실천ㆍ이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북쪽의 입장이고 남쪽의 노무현 정권은 이 같은 북쪽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그런데, 북한은 이 같은 ‘군사보장 조치’ 타결의 절대적 전제조건으로 NLL 문제를 북쪽의 구미(口味)에 맞는 내용으로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NLL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소위 ‘군사보장 조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군사보장 조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총리회담> 합의사항이 실천될 수 없으니 NLL 문제가 <남북총리회담> 합의사항 실천을 가로막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압력을 김장수 장관의 ‘꼿꼿한 허리’가 과연 감내(堪耐)할 수 있을 것이냐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결국, 어렵기는 하지만, 이 문제를 둘러싼 ‘선택’은 김장수 장관의 몫이다. 이와 관련하여 계속 필자의 뇌리(腦裏)를 떠나지 않는 고사(故事)가 금(金)에 쫓겨서 양자강(楊子江) 남쪽으로 밀려난 송(宋)에서 매국(賣國) 역적이었던 간신(奸臣) 진회(秦檜)와 목숨을 버리면서 그에게 굴하지 않았던 만고(萬古)의 충신(忠臣) 악비(岳飛)의 이야기다. 김장수 장관이 진회의 길을 갈 것이냐, 악비의 길을 택할 것이냐는 두 갈래 길에서의 어려운 ‘선택’은 전적으로 김장수 장관의 몫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사고(思考)로 나라 걱정을 하면서도 비겁하게도 감히 앞으로 나설 용기를 내지 못하는 많은 국민들은 김장수 장관이, 특히 이번 <국방장관회담>에서는 진회의 길을 걷지 말고 악비의 길을 갈 것을 보이지 않는 두 손을 모아서 염원하고 있다. 이들 비겁한 국민들에게도 지금 그들에게 열려진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오는 12월19일 밖으로부터 차단된 기표소 속에서 남이 안 보는 가운데 세상을 바꾸어 비정상적인 나라를 정상적인 나라로 되돌려 놓는 역사적 ‘선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황금의 기회’를 마지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김장수 장관이 용기를 가질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끝]
이동복/ 전 명지대 교수 http://www.dblee2000.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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