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임기 내 한미 FTA 국회 비준해야
협정의 비준 지연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비준이 지연될 경우, 기대경제효과 상실은 물론이고 국제신인도도 약화될 수밖에 없으며,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선진통상국가 구축도 지연될 것이다.
지난 4년간 우리나라는 칠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아세안과의 4개의 FTA 협정을 이행시켰고, 미국과의 협상도 타결하였다. 또한 내년 초에는 EU, 인도, 캐나다, 멕시코와의 협상도 타결될 전망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보다 FTA 실적이 양호한 국가를 찾기 어렵다. 몇 년 전 FTA 후진국으로 출발하였으나, 이제는 FTA 선도국가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금년보다는 내년이 우리나라 FTA 정책 실적 및 경제실익을 결정짓는 더 중요한 한해가 될 것으로 보여, FTA 정책에 대한 정부, 정치권 및 국민의 높은 관심이 필요하다.
FTA 추진 배경은 한국경제에 많은 이익을 주기 때문
많은 국민들은 집권초기 좌파적 성향을 보였던 노무현 정부가 어려운 정치적 환경 속에서 미국과의 FTA를 추진한 배경에 대해 궁금해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회견 등에서 이러한 질문이 자주 나오곤 했는데, 대통령은 한미 FTA는 우리 경제를 일으키고,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지를 갖고 추진했음을 밝힌 바 있다.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어려운 고비마다 대통령이 결심을 하였고, 그 결과 협상이 타결될 수 있었다. 노 대통령도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의 요구 사항 중에는 우리가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 경제에 큰 이익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단체들의 주장을 들어 보면, 미국측 요구 사항이 반영된 부분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는 경향이 있다. 반대진영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관세철폐에 따르는 경제이익은 과소평가하면서 피해부문에 대해서는 과장하는 문제점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시장개방 확대를 1조원 내외로 추정하면서, 의약특허권 연장, 저작권 연장, 약제비 적정화 방안 무력화, 무역조정비용 등으로 인한 손실을 11조원으로 추산하여 전체적으로 한미 FTA로 인해 10조원대의 손실을 볼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들 연구에서는 한미 FTA에 포함된 경제제도 개선, 서비스 및 투자 자유화, 규제완화 등의 긍정적인 부분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일부 단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만을 과대계산하고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는 부분은 의도적으로 누락시키고 있다.
복잡한 경제이론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한미 FTA는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일반적으로 FTA 경제이익은 상대국의 경제규모가 크고 경제제도가 선진화되어 있으면 더 커지게 되고, 협정의 포괄범위가 넓을수록 경제효과도 커지게 된다. 미국은 세계 총생산(GDP)의 20% 내외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규모가 크며, 향후에도 세계1위 경제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또한 미국과 체결한 FTA의 포괄범위는 다른 FTA보다 넓다. 이 점에서 보면, 미국과의 FTA는 높은 경제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기본요건을 구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FTA 비준 여건은 조성됐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강력하게 요청한 사항 중 우리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받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고, 일정 수준의 부담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면, 미국측 요청을 원칙적으로 수용하되 전제조건이나 예외조건을 추가하여 타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 요구했던 간접수용에 대해 국내의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동산정책과 조세정책을 간접수용의 대상에서 제외시킴으로써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우리 경제에는 실질적인 부담이 없도록 하였다.
우리 정부의 협상 담당자들은 국내 반FTA 단체 및 정치권과의 대내적인 업무가 미국과의 실제 협상보다 몇 배 힘들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더구나 지난해 공중파 TV방송이 멕시코의 경제문제의 원인을 미국과의 FTA로 연계시키는 ‘상식 밖의’ 내용이 방송된 이후 한미 FTA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도 급격하게 약화되었다. 또한 반대진영에서는 수시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폭탄선언적’ 내용이 언론을 타게 되었다. 정부 협상담당자들은 이들 보도에 대한 반박자료 준비에 업무시간의 대부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협상이 국익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타결된 이후 한미 FTA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개선되고 있다. 일부 정당에서는 한미 FTA 반대논리를 이번 대선에서 표를 끌어 모으는 이슈로 활용한다는 선거 전략을 수립했으나, 한미 FTA는 대선에서 전혀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국민들의 60% 내외가 한미 FTA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이제 우리 정치권, 국회도 한미 FTA 비준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미 양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한미 FTA 협정 비준이 여건이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한미 FTA를 지지하고 있고, 대선 과정에서 목격했듯이 국민들에게는 한미 FTA를 정치 쟁점화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또한 피해산업에 대한 대책도 상당부분 준비되어 있다. 협상에서 가장 민감한 분야인 농업의 경우, 피해가 1조원 내외로 추정되고 있는데, 정부는 기존 119조원 예산에다가 한미 FTA를 계기로 34조원의 추가 지원책을 확정하였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오는 19일 대선에서 선출될 차기 대통령이 노 대통령과 협의를 통해 노무현 정부 임기 내에서 한미 FTA 국회비준을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이 상당부분 조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보다 먼저 비준하는 것이 더 이익이다.
일부에서는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먼저 협정을 비준할 이유가 있는가 하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보다는 우리나라의 비준 여건이 나은 편이므로 우리나라가 서둘러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 등 미 대선주자들이 한미 FTA를 미국에 불공정한 협정으로 간주하고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만약 우리 국회가 비준하게 되면 재협상 요구는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이점도 있다.
우리나라보다 미국쪽 사정이 어려운 것은 협정의 내용과 더불어, 미국에서는 의회가 통상정책권한을 쥐고 있어 FTA 비준에 대한 유력 정치인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미국 통상정책에 대한 규정에 따라 미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한미 FTA 협정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협정 서명 90일내에 작성하여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해야 하며, 지난 9월말 동 보고서가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었다. 동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를 통해 미국 역시 상당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미 정치권은 한미 FTA 내용 중 개성공단, 자동차, 쇠고기 등을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분야로 보고,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 분야는 우리나라도 더 이상 양보하기 어려운 것들로, 더 이상 협정 변경 요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회가 먼저 비준하고, 미 의회를 압박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미 의회는 기업들의 로비에 약한 편인데, 현재는 미국의 피해업종이 주로 의회에 로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먼저 비준하고, 무역협회,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미 상공회의소 등 미국의 경제단체와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이 의회를 상대로 비준을 로비하게 되면 미 의회 내 상황이 상당 수준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통상정책분야에 저명한 Jeffrey Schott 박사(패트슨 국제경제연구소)는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현 미 의회 임기 중에 한미 FTA 비준을 통과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한미 FTA를 포함한 4개의 FTA 비준을 처리해야 하는 부담 외에도 이들 협정보다 우선해서 처리해야 할 무역조정지원법 연장 등 통상현안도 쌓여 있다. 의회 의원의 입장에서 보면, FTA 비준보다는 무역조정지원법 연장이 더 시급할 것이다. 다행히 페루와의 협정에 대한 비준 동의안은 지난 12월초 상원을 통과하였다.
국회 비준 신속히 처리해야
협정의 비준 지연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비준이 지연될 경우, 기대경제효과 상실은 물론이고 국제신인도도 약화될 수밖에 없으며,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선진통상국가 구축도 지연될 것이다. 더구나 내년 초에도 국회 비준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4월 총선에서 한미 FTA에 대한 소모적 논쟁이 가열될 것이고, 상임위 구성 등으로 내년 말 비준도 어려울 수 있다. 한미 FTA를 추진했던 노 대통령이 임기 내에 비준까지 완료하고, 19일 선출될 신정부는 EU, 중국 등을 포함한 다른 거대경제권과의 FTA 추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익을 극대화하는 길이 될 것이다.(Konas)
출처 : http://www.cfe.org/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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