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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60년 : ④새로운 평가를 향하여

Written by. 김태식   입력 : 2008-01-10 오전 8: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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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라이트 '축제' 준비..진보좌파 논박 거셀듯

 70년대 한국지식인 사회를 풍미한 '식민지반봉건사회론' 주창자로서 반체제 성향이 노골적이었던 안병직(71)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9월 한나라당 부설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이사장에 영입됐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모택동 이론에 기반을 둔 식민지반봉건사회론을 버리고 '전향'한 그의 고백에 따르면 쉽사리 몰락할 것으로 예상한 전두환 정권이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서울대 경제학과 이영훈(56) 교수는 안 교수와의 대담집 '대한민국, 역사의 기로에 서다'에서 민족경제론을 내세우며 대한민국을 미국의 신식민지라고 주장한 고(故) 박현채 교수와의 흥미로운 일화를 소개했다. 한신대 교수 재직시절인 1988년 지리산 등반을 마치고 서울로 들어와 88올림픽도로를 달리는 중에 "저 도시의 불빛을 보십시오. 저것이 어떻게 (한국이) 신식민지입니까"라고 따졌다가 호되게 혼났다는 것이다.

 이들의 대한민국에 대한 생각은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지난 11월 결성을 알린 '건국 60년 기념사업 준비위원회'의 그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들은 발족 기자회견에서 내년에 대대적인 건국 기념사업을 펼칠 것이라면서 "해묵은 통일지상주의, 민족지상주의를 내세우며 우리 대한민국을 폄훼하려는 사람들이 말하듯 치욕의 역사가 결코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이어 "오히려 그것은 가난과 무지와 절망을 지속적 발전과 희망으로 대치하고 독재와 불의를 정의와 민주주의로 극복해 나가는 불굴의 의지와 노력의 자랑스런 역사"라고 강조하면서 북한정권을 향해서는 "역사의 잘못된 길로 몰리면서 아직도 최악의 인권유린 국가로 낙인 찍힌 체제"로 규정했다.

 김대중 국민의정부와 노무현 참여정부 체제에서 '재야'에 머물던 뉴라이트 계열의 건국 60주년 재조명 사업은 이명박 정부나 안 교수가 여의도연구소 이사장으로 입성한 한나라당의 적극적인 지원, 혹은 호응을 얻어 각 분야에서 봇물 터지듯 전개될 전망이다.

 나아가 2008년은 정부수립 뿐만 아니라 군대, 경찰 등의 국가 중추 기관들 또한 환갑을 맞는 해인 까닭에 각 기관별로도 대대적인 기념사업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건군 60년 기념사업단'을 이미 발족한 국방부는 상당히 빠른 행보를 보이는 편이다.

 광복 50주년 사업이 그러했듯이 '건국 60주년 위원회'와 같은 임시 정부기구의 출범도 예상할 수 있지만 이명박 정부가 아직 공식 출범하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뉴라이트 계열의 '건국 60년 기념사업 준비위원회'가 표방한 기념사업 방향을 통해 건국이 어떻게 기억되고 자리매김될 것인지를 가늠해볼 수 밖에 없다.

 우선 이들은 전체 슬로건으로 '함께 만들고 가꾼 나라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내세웠다. 이를 위한 실천방안을 ▲학술ㆍ출판 ▲문화ㆍ예술 ▲글로벌코리아ㆍ민간외교 ▲교육ㆍ캠페인 등 4개 분야로 나누었다.

 학술ㆍ출판 부문에서는 국내외 저명한 학자나 각계 전문가를 초청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국내외 각종 사료(비밀문서 포함)를 기초로 한 '건국 60년의 재인식'이란 단행본과 기념 화보집, 사료집을 발간한다는 계획이다. 문화ㆍ예술 부문에서는 경축음악회나 문화예술(연극)제, 한국현대사 사진(미술)전 등을 열고, 1948년생 '건국둥이'나 한국전 및 월남전 참전군인을 초청한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또 교육.캠페인 부문에서는 중고교 100개 학교를 대상으로 대한민국 건국의 정당성을 알리는 강연에 나서고 전국 60개 대학에 정규 강좌를 개설하는 한편 건국기념공원 조성, 상징물 설치 등의 캠페인을 벌여 전 국민의 축제로 승화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런 움직임에서 주목할 대목은 북한 정권에 대한 '인권 압박'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당장 '건국 60년 기념사업준비위원회'만 해도 '북한인권ㆍ평화를 위한 자전거 대행진' 행사를 예고해 놓고 있다. 북한인권 문제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대북정책 기조로 삼은 '햇볕정책'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예민한 사안이다. 따라서 이를 두고 같은 우파 내에서도 이명박 정부와 민간 뉴라이트 계열이 입장을 달리하며 충돌할 수도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뉴라이트 계열에서 북한인권 문제는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사실 북한인권 문제는 햇볕정책을 표방한 김대중-노무현 정부나 그에 동조한 진보좌파를 가장 곤혹스럽게 만든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왜 북한인권에 침묵하느냐'는 항변에 논리적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그들이 처한 곤혹스러움이 엿보인다.

 진보좌파가 할 수 있던 대응이라고는 '적반하장론'이나 '제국주의적 인권론' 정도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 인권을 탄압하던 사람들이 북한인권 문제를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뉴라이트 계열을 되받아치거나, 인권은 미국의 세계 패권화 전략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박이 그것이다.

 그런만큼 뉴라이트 계열은 이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공산이 크다. 이를 통해 진보좌파와 차별화할 것이며, 이는 결국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건국이 왜 정당했는지를 선전하는 주요한 근거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 중인 뉴라이트 계열에서는 지난 10년을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잃어버린 10년'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따라서 그들이 표방하는 건국 기념사업의 기본 방향 또한 이 기간에 "통일지상주의, 민족지상주의를 내세우며 대한민국을 폄훼하려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데 집중될 것인 만큼, 그 반작용으로 뉴라이트계의 건국관과 그 결과물로 나올 기념사업에 대한 비판과 논박 또한 그만큼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식 기자(연합뉴스)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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