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보정세와 우리의 과제
지난해 9월 말 베이징에서 열린 제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남북한과 미국·중국·러시아·일본 6개국 대표들은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제2단계 조치에 합의했다. 연말까지 북한은 모든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핵프로그램을 신고하며,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 위한 과정을 개시하고, 북한에 대한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종료시키기 위한 과정을 진전시켜 나가기로 약속한 것이다.
2·13합의에 따라 중유 100만 톤 상당의 경제·에너지·인도적 지원이 북한에 제공되도록 6자회담 참가국들이 협력기로 했다. 문제는 이 같은 10·3합의에서의 약속들이 병렬적으로 동시에 이행되지 못함으로써 모든 또는 대부분의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불만족해하는 불안정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종료하기 위한 과정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중유 45만 톤과 중유 50만 톤 상당 경제지원으로 변형된 경제·에너지·인도적 지원 약속 중 북한에 현재까지 제공된 것은 중유 15만 톤과 중유 수만 톤에 해당하는 철강재 5010톤뿐이다. 미국과 다른 국가들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자 북한은 핵시설 불능화의 속도를 조절하고 핵프로그램 신고를 지연시켰다. 이에 다른 국가들은 북한이 과연 성실하게 핵프로그램을 신고할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미북 간 직접 대화 또는 6자회담 참가국 대표들의 회동을 통해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가 마련되면 북핵 문제와 관련해 다시 협력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유의할 것은 북한 핵시설 불능화 이후에는 북한 핵무기·핵물질 폐기와 미북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더 큰 난제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임기는 올해 말로 종료되고 특히 11월에는 미 대선이 실시된다. 그러므로 10월 말까지 6자회담 참가국들 간에 대타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북핵 문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올해 안에 북한 핵의 폐기까지 실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북핵 문제 해결의 구체적인 로드맵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김정일 총비서가 핵무기 포기의 결단을 내리도록 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올해 남북한·미국·중국의 4자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남한 정부는 또한 한미공조와 남북협력을 병행 추진함으로써 북한이 안보불안에서 벗어나 핵을 포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Konas)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 연구실장)
출처 : http://kookbang.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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