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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정책 대수술의 방향

Written by. 제성호   입력 : 2008-01-09 오전 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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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글머리에
 지난 12월 19일 17대 대선의 결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새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현재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정권인수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정부가 추진할 각 분야의 정책을 가다듬고 있다. 그간 한나라당과 이명박 당선자가 제시한 공약을 볼 때 차기 정부는 전반적으로‘실용’을 기치로 내세우면서도 문제가 있는 여러 부문에서는 ‘변화’와‘개혁’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가 판단하기에 새 정부의 변화 방향은 ‘비정상의 정상화’ 및 이를 통한 21세기‘신발전체제’의 수립이 아닐까 한다. 

 좌파 정권 10년 동안 보혁갈등의 대표적인 주제가 됐던 것은 다름 아닌  대북정책이었다. 대북정책에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포퓰리즘이나 퍼주기 등과 같은‘비정상적’요소들이 적지 않았다. 따라서 새 정부가 대북정책 구도와 밑그림을 짤 때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대수술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본고에서는 햇볕정책의 공(功)과 과(過)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향후 새 정부가 대북정책을 수립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과 ‘변화’를 해야 할 부문을 간략하게 적시하기로 한다.

Ⅱ. 햇볕정책의 오류

 햇볕정책은 햇볕(협력과 지원)을 통해 북한의 옷을 벗긴다(체제변화)는 정책을 말한다. 이를 위해 대화·교류·협력을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대체로 방향은 옳은 것이었으나, 여기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원칙’과‘조건’이 있다.

 그것은 자유민주통일노선(헌법 제4조)의 기본원리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을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지원과 협력은 어디까지나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기에 지원과 협력은‘원칙’에 입각해‘질서 있게’행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북한에 얕보이고 역이용될 수 있다.

 그런데 햇볕정책은 너무나 일찍‘원칙’을 포기했다. 교류 성과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남북관계에 신축적 상호주의를 적용한다고 하기도 했고,‘상호 만족을 얻는 공정한 해결’을 언급했으나, 이를 관철시키지 못하였다.

 남북교류에 있어 선공후득(先供後得)과 다다익선이라는 관점을 견지하다보니 국가정체성을 훼손, 혼란케 하는 무질서한 교류를 초래하기도 했다. 예컨대, 2005년 8월 남북통일축구대회 때 "태극기를 흔드는 것은 분열주의"라는 해괴한 논리가 등장했고, 남북 불교도 공동발원문에 2007년도 북한 신년공동사설이 제시한 3대 대남과업(민족중시, 평화수호, 단합실현) 구호가 나타나기도 했다.

 차관 형식이란,‘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의 일방적인 대북 쌀 지원이 무려 10년 가까이 계속됨으로써 퍼주기 논란을 초래했다. 또 비전향장기수 63명의 무조건적 송환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국군포로?납북자는 1명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햇볕정책과 그의 후속판인 평화번영정책은 교류협력의 외형적 증가와‘사이비(?) 화해’ 분위기 조성에도 불구하고 북핵 실험을 막지는 못하였다.  특히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긴밀한 한·미·일 공조체제가 절실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미 자주론, 동북아 균형자론, 동북아 경제중심론(초기에는 동북아 중심국가론), 자주국방론 등 설익은 포퓰리즘적 논리를 제시함으로써 한·미동맹을 비롯한 국제공조체제의 이완을 자초하였다.

 요컨대, 희망적 사고와 낭만적 대북 접근을 시도하다 보니,‘북한에 얕보이기’내지‘주고도 뺨맞기’ 비난 등 우리 사회 내에서 남남갈등·보혁갈등이 끊이질 않았다. 이는 다시 대북정책의 추진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구나 무원칙한 교류우선주의는 우리의 안보역량을 훼손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밖에도 햇볕정책 등은 또한 북한의 완고한 대남 협상자세나 인권 개선 등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햇볕정책은 많은 모순과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를 대결에서 화해의 기류로 물줄기를 옮긴 것은 평가할 부분이다. 다만, 현실의 냉엄한 남북관계를 이솝우화의 햇볕과 외투의 관계로 단순화하는 오류를 범했음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Ⅲ. 대북정책의 재정립 방향

우선, 대북정책의 목표를 재정립해야 한다. DJ-노무현 정부는 화해·협력 우선주의에 따라 남북교류에 치중하고 성과에 급급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러다 보니 남북교류협력이 대북정책의 목표가 되다시피 했고, 성과에 급급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교류협력은 대북정책의 목표가 아니며, 어디까지나 수단에 불과하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대북·일정책의 목표는 단기적으로는 분단의 평화적 관리, 중기적으로는 민족공동체 형성, 장기적으로는 남북통일(체제통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통일정책 목표를 실천함에 있어 우리 정부가 정책기조와 방향으로 삼아야 할 것은 바로 북한의 개혁·개방 및 국가정상화라고 하겠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남북간 민족공동체 형성과 남북통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음, 분단의 평화적 관리와 관련하여 현단계에서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노무현 정부도 북핵문제 해결을 강조했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5년 내내 강력한 북핵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처음부터 ‘대화 해결, 압력·봉쇄 반대’ 입장을 내비쳐 우리의 대북 카드를 다 노출시키는 전략적 실수를 범한 것은 물론, 그때그때 핵 위기를 미봉하기에 급급했다.

새 정부는 긴밀한 국제공조에 입각해 북핵문제 해결에 최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반도에 핵이 없는 비핵평화체제가 이룩될 때 진정한 평화가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북핵을 용인하는 평화는 ‘사이비 평화’에 불과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 특히 북한 핵 프로그램 및 핵물질 등의 전면 신고 및 폐기를 위해선 무엇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한미동맹 복원’이 시급하다. 지난 12월 20일 저녁에 가진 국제전화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미 관계 우선적 중시를 강조하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한미동맹 강화로 화답했다. 이를 위해 양측은 금년 1월 대표단을 파견, 북핵 문제 해결과 한미동맹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하였는 바, 이에 따라 빠른 시일 안에 동맹관계가 강화되는 분위기를 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대북정책에 인권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북한에 대해 얼굴을 붉히는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런 반면 유엔의 대북 인권 결의안에 ‘투표 불참-기권-찬성-기권’ 등 갈지(之)자 대북 인권정책으로 국제사회에서 불신과 따돌림을 초래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이명박 당선자는 “비판을 삼가고 북한의 비위를 일방적으로 맞추던 것”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 등 따질 것은 분명히 따지겠다는 것이다.

 무릇 인권은‘거론’할 때‘개선’내지‘진전’이 있는 법이다. 수령체제의 특성상 북한이 스스로 인권을 개선하긴 어렵다. 따라서 대북정책에 인권 개념을 도입(혹은 평화와 인권을 두 개의 축으로 하는 대북정책)한 것은 균형잡힌 남북관계 형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는 따뜻함과 저자세 일변도로는 북한의 개방과 변화를 이끄는 데 한계가 있다는 역사적 경험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당선자는 북한의 개방과 인권 개선 필요성 지적 등은‘애정 어린 비판’임을 강조하는 한편, 이것이 북한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결을 부추기는 대신 ‘민족 자애적’인 절제된 인권정책과 대북 개방정책을 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교류협력은 북한의 개방과 개혁을 유도하는 방향에서 일관되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 차원의 교류협력은 상호주의(단, 대북 인도적 지원은 일정 규모의 범위 내에서 조건을 걸지 않고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업 차원의 교류협력은 정경분리와 시장 논리, 그리고 민간 차원의 인도적 협력은 (무조건의) 인도주의 구현 차원에서 각각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요컨대,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보편적 가치 등‘원칙’에 충실하게 추진하되, 가능한 한‘유연성’을 발휘하는 실용주의적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새 정부의 대북정책 구상을 강력하게 실천하기 위해서는  초당적 협력과 국민적 합의를 얻는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야당과 반대파를 설득해 나가면서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대북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또한 한미동맹 복원 과정에서 국민적 자긍심과 당당함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 가지 첨언할 것은 대북정책의 효율성과 체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대북정책 추진체계를 과감하게 정비하는 방안도 아울러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Konas)

 제성호(중앙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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