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對北정책 논쟁과 한국의 대응
북한의 연말 ‘核신고 지연’ 후 6자회담이 교착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 대북정책 방향과 노선을 놓고 내부 격론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논쟁은 부시행정부 내부를 넘어, 미 의회와 워싱턴 동아시아 문제 전문가들 사이로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제이 레프코위치 북한 인권특사 간의 논쟁이다. 수일 전 레프코위츠 특사는 북한을 강력 비판하면서, “4년 간 6자회담 5개국이 북핵 포기를 위해 애써왔으나, 북한은 아직 핵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2009년 美대선 끝날 때까지도 북핵은 해체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레프코위츠 특사는 또 “개성공단 임금은 사실상 北정권에 대한 자금 지원”이라고 지적하였다. 현 부시행정부 고위관리 중 한반도 정세를 비교적 정확히 꿰뚫고 있는 인사 중의 하나라 할 수 있겠다.
한편 라이스 장관은 레프코위츠 특사의 발언을 신랄하게 비난하면서, “그는 부시행정부의 북한정책을 잘 알지 못하며, 자신이야말로 부시행정부의 북한정책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주장하였다.
부시행정부 내 책임 있는 고위관리들 간 대북정책을 놓고 공개 비난과 설전이 일어나고,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와 관련해 미 국무부 고위관리가 입장을 번복하는 등 극도의 혼선을 빚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부시행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에 불만을 제기하고 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시간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견해는 (i)기본적으로 북한은 핵포기 의지가 결여되어 있으며 (ii)6자회담은 ‘실패한 정책 틀’이고, 따라서 (iii)새로운 ‘대북 핵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통령 딕 체니, 존 볼턴 전 유엔 대사, 그리고 특히 레프코위츠 인권 특사가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 비판에 앞장서고 있다. 또 전문가들 중에는 AEI(美기업연구소) 니컬러스 에버스타트가 확실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대북화해(和解) 주창자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그 선봉장은 라이스 국무장관과 6자회담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이다. 이들은 (i)아직도 북한이 핵포기를 위해 합의한 ‘의무’를 이행할 의지가 있다고 믿고 있으며, 신뢰를 버리지 않고 있다. 그리고 (ii)6자회담이 현 시점에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특히 라이스는 ‘권력정치(power politics)’ 중심의 국제정치관(觀)으로 북한 및 동북아 문제에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미국은 영원한 증오를 품지 않기 때문에 영원한 적도 없다”며 “우리는 북한과 더 나은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으며, 6자회담을 통해 이를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베트남 철군을 강행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견해와 일맥상통하는 이른 바 ‘현실주의적(realpolitik)’ 접근으로, 인권ㆍ자유확산을 기조로 삼는 전통적인 ‘도덕률(morality)’ 강조의 美외교정책 노선과 배치되는 것이다. 물론 지난 역사 속에서 자유ㆍ인권 외교가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 현실주의 노선이 美 외교정책에 간헐적으로 등장하곤 했었다.
외교정책에 있어 원칙과 중심을 상실한 이러한 노선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美 국내 여론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현실주의’라는 이름 아래 북한을 매우 ‘비현실적’이고 주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므로, 북한의 기만전술에 넘어갈 공산이 크다.
문제는 부시대통령 자신도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부시는 취임 초기부터 전 세계적으로 ‘폭정’을 비난하고 자유 확산과 인권을 강조해왔으므로, 일시적으로 판단이 흐려있어도 누군가 확고한 대안을 제시한다면, 그의 마음을 되돌리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부시행정부는 지금 한국의 12ㆍ19 대선 결과 이명박 신정부가 출범하게 된 것을 크게 기뻐하고 환영하고 있다. 이제 한국이 동북아 정세 전개에 있어 새로운 ‘동인(動因)’으로 부상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미국이 지금처럼 정책 혼란과 내부 격론, 그리고 외교정책상의 정체성(正體性) 상실 위기에 놓인 것도 기실 그 원인을 따져보면 한국의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탓이다.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추적인 ‘키(key)’역할을 할 수 있는 한국이 어깃장을 놓는 바람에 미국도 방향을 잃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대북정책을 원위치시켜 한미공조를 통해 ①북한 문제의 해결과 ②한반도의 자유민주 통일 대업의 토대를 쌓기 위해서는 이명박 신정부가 부시행정부 설득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한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부시대통령을 설득하고, 미 의회 설득에 나서며, 동시다발적으로 전문가 설득에 나서야 한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대북정책에 있어 구체적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아직 정부 출범 이전이므로 조심스럽긴 하나, 적어도 내부적으로 이 방향으로의 로드맵(road map)이 수립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韓日 공조가 미국 설득에 큰 몫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은 지금 납치자 문제 때문에 여론이 악화되어 있고 미국의 유화정책에 불만이 많다. 그러므로 韓日 공조를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을 바꾸도록 설득하는데 성공한다면, 이는 韓美日 3각 안보협력체제의 복원도 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韓美ㆍ韓美日 공조를 토대로 할 때, 對中ㆍ對러 쌍무 외교도 수월해질 수 있을 것이다.(konas)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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