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FTA 국회 비준 동의 서둘러야
아담 스미스 이래로 이념에 따라 각양각색의 목소리를 내는 경제학자들이 합의하는 것 중의 하나가 자유무역은 교역 당사국에 공히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자유무역이 이루어진 시기는 별로 없었다. 밀튼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의 조사에 따르면 1846년 영국의 곡물법 폐지 이후 1세기 정도의 자유무역, 1867년 일본의 메이지 유신 이후 30년 정도의 자유무역, 그리고 홍콩의 자유무역 등의 아주 예외적인 시기가 있었을 뿐이다. 미국은 19세기 동안 내내 관세를 부과했고, 1930년의 ‘스무트 호울리 관세법’으로 관세 수준을 한층 더 강화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 관세법이 대공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프리드먼, 선택의 자유 제2장, 통제라는 이름의 폭군). 사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자유무역으로 국부(國富)의 초석을 다졌고, 부존자원이 별로 없는 홍콩은 자유무역으로 번성하였다.
FTA는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다
무역은 국가 간 교환이다. 교환의 이익은 나(상대방)에게는 낮은 가치를 주지만, 상대방(나)에게는 높은 가치를 주는 물건을 서로 바꿈으로써 각자가 느끼는 가치를 증대시키는 행위다. 한국에서 생산되어 미국에 수출되는 휴대폰은 한국에 있으나 미국에 있으나 그 물리적 특성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보다 미국에서 더 높은 가치를 받으므로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간다. 이와 같이 무역의 이익은 양국 사람들이 상품에 부여하는 가치가 증가하는 것으로서, 이를 다름 아닌 국부 증가라고 부른다. 이로부터 상대국이 보호무역을 하더라도 자국이 자유무역을 하면 자국은 이익을 얻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상대국이 보호무역을 한다고 해서 자국도 보호무역을 하면 자국도 손해를 본다.
교역 당사국이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무역의 실현이 어려운 이유는 이해의 충돌 때문이다. 농산물의 자유무역으로 소비자들이 이익을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산물 시장 개방이 어려운 것은 이로 인해 손해를 볼 것을 우려하는 농민들의 저항 때문이다. 비단 농업뿐만 아니라 비교열위에 처한 산업 종사자들이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한ㆍ미 FTA 협상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익집단들의 저항 때문이었다. 여기에 선거에서 표를 얻어 당선되는 것이 목적인 정치인의 이해가 더해져, ‘보호’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보호무역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해에 얽힌 궤변’이 ‘보호’라는 그럴듯한 이름 아래 대중적 정당성을 얻는 것이다.
그러나 무역장벽으로 특정 산업을 보호하는 것은 소비자의 희생을 대가로 한 것이며, 나라 전체의 부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자유무역을 부정하고 이른바 자기완전결적 생산 구조를 실현하려 했던 나라들이 가난하게 된 중요한 이유다. 한편 비교열위 산업 종사자들도 개방 이후 ‘피해’를 볼 것이라는 패배적 생각에만 사로잡힐 일은 아니다. 개방 후 새로운 환경에 대응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일 수도 있고, 다른 산업으로 이동하여 더 나은 삶을 유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유무역으로 비교열위 산업 종사자들이 ‘피해’를 본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 보호무역 하에서 그들이 차지했던 것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그것은 본래 소비자들의 몫이었다.
정치 논리에 휘둘리고 있는 FTA 비준
FTA는 협상 참여국이 많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는 다자간 협상이 어려울 경우, 비교적 협상이 용이한 양국 간에 자유무역을 추진하는 방법이다. 7년여에 걸친 우루과이 라운드나 협상이 중단된 도하 라운드와 같은 다자간 협상보다는 쌍무적인 FTA 협상이 많아지는 현상은 바로 이런 점을 반영한다.
한ㆍ미 FTA가 완전한 의미에서 자유무역 협정이 아니라는 사실은 다 아는 바다. 진정한 자유무역을 위해서는 예외 없이 모든 관세, 수입할당제 등이 즉시 폐지되어야 하지만, 타결된 한ㆍ미 FTA에는 무역에서 제외된 부문도 있고 시간을 두고 점차 철폐되는 무역 장벽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ㆍ미 FTA는 작년 6월에 한국과 미국 정부가 서명하고 한국 정부는 작년 9월에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하였다. 국회에서 관련 상임위원회인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심의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의 비준ㆍ공포하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으나, 아직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심의에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물론 비준동의안 처리에 시한은 없다.
한편 미국도 유사한 절차를 밟아 공포된다. 행정부가 FTA 이행 법률안을 의회에 제출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원 세입위원회 심의는 45일 이내에, 하원 본회의 표결은 60일 이내에, 상원 재무위원회 심의는 75일 이내에, 상원 본회의 표결은 90일 이내에 각각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는 아직 의회에 비준동의안도 보내지 못한 채, 표계산을 하며 눈치를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어렵게 타결한 FTA가 비준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우역곡절은 있겠지만 결국 한ㆍ미 FTA는 타결될 것이다. 물론 상황이 딱히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양국의 정치 상황이 FTA 조기 비준에 협조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FTA에 따른 선거구민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부 의원들이 비준 동의에 적극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총선 이후로 미루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비준 동의안이 다가올 2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4월 총선까지 국회가 열리지 않으므로 17대 국회의 비준 동의는 난망하다. 새로 구성될 18대 국회가 처리할 수도 있지만, 그 때는 미국의 정치 일정이 협조적이지 않다.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마당에 미국 의회가 부시 행정부 임기 내에 비준 동의에 얼마나 적극적일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지층의 표를 의식한 제스처일수도 있지만, 유력한 대통령 후보 중에는 FTA에 부정적인 후보도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조기 비준 동의 전망이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니다.
국회 비준 동의 서둘러서 처리해야
이런 형편에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국회의 비준동의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대통령의 비준ㆍ공포로 미국 의회의 조속한 비준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미국 의회를 압박하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도 한국에 대한 신뢰의 문제와 경제 대국으로서의 나라 얼굴(national face)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논리적 측면에서나 경제 규모 측면에서 양국에 이익이 되는 협정을 포기할 이유가 없으며, 향후 다른 나라와의 FTA 체결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미국 의회가 비준 동의를 거부하리라고 보아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는 8월과 9월 전에 미국 의회의 비준 동의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심의 기간 90일을 감안하여 4월초에는 이행 법률안이 의회에 제출되도록 한국이 2월 국회에서 반드시 먼저 처리해야 한다.
국회의원 개인 차원에서야 다음 총선에서 선거구민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한ㆍ미 FTA 비준의 당위성을 선거구민에게 잘 설명하고 설득함은 물론, 한국의 장래를 위해 비준 동의를 서두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른 나라와의 원활한 FTA 체결협상을 위해서도 국회의 신속한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 어렵게 타결한 FTA의 발효를 지연시키거나 무산시킨다면, 이는 한국의 국부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과업에 심대한 누를 끼치는 일이 될 것이다. 여당 의원들의 경우에는 특히 그러하다. 좋든 싫든 여당 의원들은 기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한 배를 타고 정치 노선을 같이해 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이루어 낸 최고의 업적을 사장(死藏)시켜서는 안 된다. 국회의 신속한 비준 동의는 한ㆍ미 FTA 타결을 최고의 치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홀가분하게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다.(Konas)
출처 : http://www.cfe.org/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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