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유무상통 원칙 준수와 비핵화.경협 병행 필요
새 정부는 참여정부와 차별화하면서 대외전략 기조로 실용외교를 내세웠다. 지당한 설정이다. 단 몇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한다. 먼저 실용외교는 우리에게 새로운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자 당위이다. 세계 11위 경제대국이 되었지만 주변 모든 국가들이 군사적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강하므로 우리는 실용외교 이외의 선택은 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또한 참여정부의 대외전략 기조 역시 '균형적' 실용외교였다. 내키지 않지만 국익을 위하여 이라크에 파병하였고, 정권 지지층의 원망을 들으면서까지 한미FTA를 추진하였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한미동맹을 중시해 미군 감축과 후방 이전 및 이전 비용 분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인정 등 미국이 원하는 대부분의 요청을 들어주면서도 신중하지 않거나 지나치게 솔직한 언행으로 오해를 샀고, 그 결과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을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책의 효율성이 높지 않았다.
따라서 새 정부가 언행만 신중하고 현명하게 해나간다면 미국과의 신뢰 회복은 어렵지 않게 달성될 것으로 여겨진다. 오히려 동맹 강화가 적정선을 넘지 않을까 우려된다. 먼저 미국 및 일본과의 무역량 합보다 더 큰 무역을 하고 있고, 북핵문제 해결 및 북한 관리, 평화통일에 미국 못지않게 중요한 중국과의 관계가 경시될 수 있다.
우리의 GDP를 추월하였고 세계 3위 외환보유국인 러시아도 민감사안에서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에게는 자원외교뿐 아니라 북핵문제, 북한 급변사태시 협력, 동북아 다자안보협력, 유라시아 진출 등을 위해 우호·협력관계 증진이 필요하다.
문제의 소지는 대북정책에 있다. 실용외교의 요체에서 문제가 드러난다. 첫째, 실용외교란 이념보다 경제적 실익을 중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비핵화에 소극적이거나 인권 개선에 소홀할 경우 남북 경협을 않겠다면 실용이 아니다.
개성공단은 우리 중소기업들의 활로이고, 북한의 자원이 속속 중국에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압박을 위해 남북경협을 활용하는 것은 실용이라 보기 어렵다.
둘째, 실용외교란 정책의 평가기준을 상대가 아닌 우리의 국익에 두고 판단하는 것이다. 북한에게 하나를 주더라도 우리가 둘을 얻는다면 행하고, 북한에게 하나를 손해보게 하더라도 우리에게 둘의 손해가 발생한다면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유무상통의 원칙에 의거한 개성공단 사업과 경공업ㆍ지하자원 교환 사업의 원활한 추진이 필요하다.
한편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제에 입각하고 있어 낭패할 수 있다. 먼저 '비핵ㆍ개방 3000'구상은 북한 지도부가 주민의 소득 개선을 위해 정권 유지의 다목적 핵심 수단인 핵을 포기하고, 동구에서 보듯 체제 붕괴를 가져올 수 있는 개혁에 선뜻 나설 것이라 상정하는데, 현실성이 낮다.
남북관계가 정체되고 남북경협에 차질이 생기면 북한에 치명적인 경제적 손실이므로 북한이 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정책은 절대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도 낭만주의적이다.
더구나 북한이 비핵화에 소극적일 경우 한미공조를 강화하여 대북 압박을 가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실용외교에서 한참 격리되는 것이다.
북한의 과거 행태를 볼 때, 이 경우 오히려 남북 간 긴장을 높여 경제 위기의 책임을 남한정부에 돌리면서 주민을 동원하는 한편 독재체제를 강화할 것이다. 경제 규모나 대외의존도를 고려할 때, 우리의 피해는 북한보다 훨씬 클 것이다.
따라서 북한 정권이 아무리 못되고 밉더라도 북한의 정책을 관망만 하기보다는 북한 주민의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하고 이산가족 만남을 이어가며 국군포로ㆍ피랍자를 모셔올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경제 안정을 지키고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을 통제·관리하기 위하여 북한 비핵화와 남북 경협을 동시 병행 추진하는 것이 실용외교다.(konas)
홍현익(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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