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갑작스럽게 가장을 잃은 정씨 가족들의 생활은 엉망이 됐고 그 탓에 정씨는 손자들의 재롱을 보는 재미에 빠져있어야 할 환갑의 나이를 넘긴 지금도 충주의 한 회사에서 청소를 하는 등 어렵게 평생을 살아왔다.

   정씨는 물론 가족들도 전사한 아버지에 대한 국가유공자 신청절차도 제대로 몰라 그동안 연금혜택도 받지 못한 채 생활해 왔다.

   최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연금혜택을 받는 사실을 들은 정씨는 지난 2월 설에 고향을 찾아 그동안 가슴 속에 만 묻어두었던 아픈 사연을 평소 친분이 있는 이선기 감곡면장에게 전해게 됐다.

   이 면장과 감곡면 직원들은 정씨의 아버지가 국가유공자로 선정될 수 있는 방법을 국가보훈처 등에 문의한 결과, 국가유공자 선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2월 13일 육군본부에 정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담은 민원을 제출했다.

   그 뒤 한 달여만에 육군본부는 정씨 아버지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하기로 하고 훈장과 증서를 감곡면사무소로 보내왔으며 이 면장이 24일 정씨가 근무하는 충주의 회사를 찾아가 이를 전달했다.

   정씨는 "그동안 생활이 힘들때는 먼저 가신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했지만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친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딸이라는 것을 이번에 다시 확인할 수 있게 돼 감격스럽다"며 "평생 풀지 못했던 실타래를 풀어준 감곡면 직원들에게도 감사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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