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회담의 성과와 과제
과거를 넘어서는 '한일 비전그룹'의 창설 필요
이번 정상회담은 한일관계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고 과거사 갈등에서 실용적인 한일관계로 변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한 점에서 그 의의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첫째 한일간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바람직한 한일 관계에 대한 새 기준을 제시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동안의 한일정상회담에서는 독도영유권이나 교과서 왜곡 문제와 같은 과거사 문제에 발목을 잡힘으로써 그 당시 현안에 대한 논의가 매몰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정상회담의 방식은 과거사 문제를 간과하였기 보다는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로 셔틀외교를 복원하였다는 데 그 의의를 둘 수 있다.
둘째 경제 분야의 협력을 강화시킴으로써 대일 무역적자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미온적이었던 일본 정부가 양국의 경제협력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고, 경제협력 체제를 형성시켰다는 점이 한일관계에서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 한일협력이 한일양국의 현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국제사회의 협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협의 차원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도 평가해 줄 수 있다. 환경, 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통한 국제사회로의 협력 확대는 앞으로 한일협력의 방향을 제시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한일관계를 성숙한 동반자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남아있다. 특히 문제되는 것은 과거사문제와 함께 국제질서(특히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일의 국익 충돌 현상이다. 한일관계의 역사에서 본다면 냉전기 한일관계에 주요한 갈등은 역사 과거사 문제와 대일 적자를 둘러싼 한국의 경제 협력 요구였다.
탈냉전이후 역사 과거사 문제와 경제협력은 갈등의 과정 속에서 이를 관리하는 제도적인 장치 등이 마련되었다. 그렇지만 북핵문제 해결을 포함한 국제질서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한일관계에서 새로운 갈등으로 비화되었고, 국내적인 상황에 따라 갈등이 증폭되는 현상조차 나타났다.
예를 들어 아베정권시기에는 북핵문제 해결을 두고 한일간에 정책의 조율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상반된 정책을 추진하기도 하였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를 둘러싼 평화적인 해결에는 합의를 보았다고 하지만, 납치문제 등과 같이 아직 이견이 존재하는 부분도 많다. 앞으로 북핵 폐기 과정에서 지원 시기, 납치문제의 해결 등을 둘러싸고 한일간의 인식 차이는 상호 불신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한일관계가 제로섬적인 상호 불신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공존과 발전이라는 공동의 가치 중심으로 한일관계가 재편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한일협력이 자신의 국가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것은 한일양국이 미래 비전을 함께 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되며, 이를 위해서 과거를 넘어서는 한일 비전그룹의 창설이 필요하다. 한일비전그룹은 한일양국의 학자와 실무자들이 모여 한일의 공동비전을 만들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액션플랜까지 구상하여야 할 것이다.
한일 비전그룹의 목적은 한일 양국의 공동번영과 동반자적 평화질서의 창출에 있다. 그것은 단순히 양국관계 및 지역질서에 한정되지 않고 국제사회에서의 존재감의 강화와 소프트 파워 향상을 위한 적극적 연계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한일간에 전략적 대화가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양국 정부간 공식적 거론·협의가 어려운 사항 등이 있을 경우, 한일의원연맹, 한일협력위원회, 한일친선협회를 통하여 교섭하고, 정부간 협력을 막후 지원하는 기능을 수행하였지만 현재는 이러한 기능이 약화된 상태이다.
따라서 현재 정치권의 변화와 동향을 반영할 수 있는 전략적인 대화의 채널이 필요하다. 특히 북핵문제에서는 우선적으로 한일 양국간 ‘안보전략대화’가 적어도 ‘2+2’ 장관급 레벨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기능적 분과위원회를 형성하여 민관이 함께 지혜를 짜고 전략적 인식을 조정해 가는 노력을 기울여 가야 할 것이다.
셋째 셔틀외교의 방식과 내용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번 정상회담처럼 셔틀외교에서 종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하나의 쟁점을 해결하는 방식의 실용적인 외교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하여 한일정상간 ‘셔틀외교’는 명실상부한 형태의 협력의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 한일 정상간은 셔틀외교를 할 때마다 선언이나 과거사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한일정상회담은 현안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의 장이 되어야 하며, 점차 국제질서를 만들어 가는 전략적 대화의 장으로서도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konas)
진창수 (세종연구소 부소장) / http://www.sej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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