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미국 흠집내기' 지나치다
공영방송 KBS가 지난 13일 오후 '미디어 포커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정부가 국내 언론인들을 자국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체계적인 관리를 해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방영했다. 취재자료로 활용한 이 보고서는 '미디어 포커스' 제작팀이 최근 미국에서 대량으로 비밀 해제된 미국 메릴랜드 소재 미국 국립문서 보관소에서 입수한 것.
이날의 '미디어 포커스'는 이 보고서가 USIS(미국 공보처)가 1950∼70년대 한국 언론인의 동향을 파악하고 자국 이미지 제고를 위해 한국 언론인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왔음을 폭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달리 말해 미국이 자국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펼쳤던 각종 한국 정책들과 친미언론인 양성을 위해 꾸몄던 각종 교환 연수 프로그램의 실태 폭로가 주된 목적이다.
굳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을 들라면 (1) 미국측이 당시 매년 한국의 대(對)언론 활동계획을 세워 임해왔고, (2) 미국 공보처와 주한 미국대사관이 국내 언론인과 접촉하면서 성향 파악 등을 해 오고 있었으며, (3) 언론인 연수에 참가한 언론인의 그 이후의 기사 성향을 사후에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었음은 물론, (4) 미국 국무부가 주최하는 연수에서 편집국장 등 향후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언론인을 하나의 선발 기준으로 삼기도 했다는 사실 공개일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외교적 관행과 일련의 노력들이 지탄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각국의 해외주재공관은 치외법권적 지위와 권한을 누리면서 자국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일한다는 점에 예외가 없다. 이러한 활동 가운데 핵심이 정보수집이며, 이념적 조율(調律) 또는 동조화(同調化) 노력일 것이다.
해방 이후 우리는 줄곧 남북 대치의 특수상황에서 '이념적 갈등'이라는 등짐을 안고 이 살아왔다. 그 시절 미국의 이같은 노력은 미국의 이익이기에 앞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시대적 요청이기도 했다. 미국의 이같은 노력이 없었던들 우리는 지금쯤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아닌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 신음하고 있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 나라의 합법적인 외교문화활동을 마치 비밀 공개라도 하는 양 '미디어 포커스'라는 프로그램에 등장시킨 것은 '미국 흠집내기'와 다름없다. 그것은 오히려 우리가 초일류국가로 발돋음 하기 위해 배우고 익혀야 할 선진외교수법 모델인 것이다. 국영방송 KBS가 취할 도리가 아닌 것이다.
'미디어포커스'는 과연 어떤 프로그램인가. 정연주 KBS사장 체제 하에서 나온 '야심 찬' 개편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이다. 정연주 사장이 취임 직후 50년 장수 프로그램인 인기교양프로 '역사스페셜'을 폐지하고 민주화운동 인물들 위주로 한국 현대사를 조명하는 '인물현대사'와 함께 신설한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다.
'미디어 포커스'는 김대중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로 조선·동아·중앙 등 메이저 언론과 정부의 긴장이 고조된 시점에 신설된 MBC의 [미디어비평]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정치성 편향의 프로그램'이다. 그런 이유로 이제까지 보수우익을 대변해온 <조선·중앙·동아> 때리기가 주류를 이루어온 반면 <한겨레>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내용이 더 많았다. 이로 인해 이 프로그램은‘논리의 비약'이나 '심판자적 판단 과잉의 오류'를 안고 있다는 비판을 줄기차게 받아왔다.
KBS는 DJ 정권 시절 편향방송 시비에 휘말린 MBC와 달리, 그간 균형 잡힌 보도와 프로그램으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정연주 사장 체제 이후 뉴스가 아닌 교양제작국에서 만든 일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등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념적 편향성 시비가 일고 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이른바 '땡전뉴스'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수 없이 돌팔매질을 당했던 것이 다름 아닌 KBS이다. 이를 반성하고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경주한데 힘입어 어느 정도 공영방송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의 일이다. 그런데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다시 일부 프로그램에서 아젠다(agenda) 설정에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
사장 개인의 정치색이 공영방송 KBS의 성격과 프로그램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 시청료로 운영되는 KBS는 국민의 여망을 외면하고서 극좌 또는 극우 어느 한 편에 치우치는 편향적인 방송을 해서는 안 된다.
국가 기간방송으로서 KBS는 좌·우를 한데 아우르고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하는 책무가 있는데도 최근 들어 이런 균형감각을 잃은 프로그램이 양산되고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KBS는 거듭 태어나는 자세로 이런 정치색 짙은 프로그램 편성에서 벗어나야 국민의 신망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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