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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폐기' 이제 시작이다

핵 신고서 제출과 냉각탑 폭파는 북의 당면 위기 모면위한 '살라미 전술'의 일부

Written by. konas   입력 : 2008-06-27 오전 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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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마침내 핵 신고서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했다. 당초 약속했던 일정보다 6개월 이상 늦은 시점이다. 핵 신고서 제출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6자회담도 곧 재개되면서 비핵화 2단계(불능화와 신고)를 마무리 짓고, 북핵 폐기를 위한 3단계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다. 북한은 2단계 완료를 뜻하는 가시적 조치로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 절차를 통해 해체할 예정이며, 이 모습은 다른 5개 회담 참가국 언론을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된다. 미국도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과 동시에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대상 제외 절차에 돌입하면서 북핵 문제는 그야말로 급물살을 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핵 신고서 제출과 냉각탑 폭파 해체는 북핵 폐기라는 대장정의 시발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2003년 8월 시작된 6자회담이 공전에 공전을 거듭하면서도 오늘의 성과를 가져오기까지의 과정은 높이 평가받아야 하지만, 김일성 주석의 유훈을 앞세워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한다면서도 북한이 그동안 펼쳐온 지연전술은 6자회담 당사국들의 인내심을 한계에 이르게 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과 그에 따른 후속 절차는 진작 마무리됐어야 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신고 내용에 대한 정확한 검증과 북핵의 완벽한 폐기다. 미국 정부는 신고서 제출 및 10.3 합의와 2.13 합의에 따른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대상 배제 방침을 의회에 통보했다. 그러나 의회 통보 이후 해제효과의 발효까지 45일 동안 북핵에 대한 정밀검증에 나설 미국과 6자회담 참가국들이 과연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어내느냐가 향후 관건이 이다. 6자회담 과정에서 북한이 지금까지 보여 온 행태를 볼 때 솔직히 낙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북한이 이번에 제출한 신고서에는 영변 5MW 원자로를 비롯한 핵관련 시설의 목록과 핵시설 가동이후 생산한 플루토늄의 양과 사용처, 우라늄 재고량 등 3가지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관심 사안은 당장 핵탄두 제조에 쓰이는 플루토늄 추출량이다. 북한이 무기급 플루토늄의 양을 처음으로 공개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 것이지만 과연 검증결과와 일치하는지 여부가 핵심사항이다. 신고서에는 36∼37㎏ 정도로 명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국의 정보당국이 냉각탑에서 나오는 수증기의 양을 토대로 그동안 추정해 온 생산량이나 일반적인 관측보다는 훨씬 적은 것이어서 검증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통상 핵무기 1개를 제조할 때 6㎏ 정도의 플루토늄이 사용되는 점을 볼 때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핵무기 개수에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제출한 핵 신고서와 검증 내용이 다를 때는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고, 신고내용과 검증이 불일치할 경우 많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신고서엔 또 그동안 제조한 것으로 알려진 핵무기의 개수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도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UEP나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은 올해 초 북미간 싱가포르 합의를 통해 북한의 `간접시인' 방식으로 처리됐다고는 하지만 검증 과정에서의 만족도에 따라 앞으로도 충분히 불씨가 될 소지가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곧 재개될 6자회담의 최대 쟁점은 북미 간에 물밑 접촉 등을 통해 이미 합의를 이뤄낸 것으로 알려진 북핵 검증의 틀을 얼마만큼 정확하고 신뢰성 있게 만드느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당사자로서 북한이 과연 군부대까지 사찰을 허용할 정도로 진정성 있는 자세로 핵 검증에 응할 것이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본다. 북한이 또 트집을 잡거나 생떼를 쓰면서 검증을 어물쩍 넘어가려고 한다면 당장은 미국 정부가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추진 중인 테러지원국 해제도 어렵거니와 미국의 강경파를 다시 자극하면서 이전보다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검증기간이 중요하며,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대가가 따를 것"이라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언급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은 이제 출발점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은 "북한의 신고서 제출은 10.3 합의에 따른 가장 핵심적 조치로써 완전한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한 중요한 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도 의회에 테러지원국 해제 방침을 통보하면서 "미국은 북한 체제에 어떤 환상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북한의 핵신고는 핵폐기의 절차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향후 45일간 신고내용에 대한 면밀한 검증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시점에서 북한이 `검증-해체-폐기'의 단계마다 막대한 실익을 챙기며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살라미 전술'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구나 정권 교체기에 접어든 미국의 정국을 최대한 활용해 핵 폐기를 다룰 3단계 비핵화 문제는 차기 미국 정부와 협상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폐기까지의 과정이 멀고 지난하다는 것을 벌써부터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검증에 대한 자발적이고도 적극적인 협조가 선행돼야 하며, 특히 미리 빼돌린 것으로 의심되는 핵물질이나 핵무기의 실상을 정확히 공개하고 폐기해야만 북한이 얻으려는 이익과 일치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돌아오는 방법은 그것 뿐이며, 그것이 바로 살 길이기 때문이다.<연합시론>

konas.net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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