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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문책 우려해 모르쇠 일관

Written by. sskom@joongang.co.kr   입력 : 2003-08-28 오전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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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만 읽고 나 몰라라

'북한식 회견'에 어리벙벙

"지금부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대학생체육협회 대표단의 성명이 있겠습니다. "

북한 임연택 기자단장은 지난 24, 26일 대구 유니버시아드 미디어센터에서 전극만 총단장의 기자회견에 앞서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이후 전총단장은 준비한 성명서를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 두세 쪽의 성명서를 다 읽고 난 뒤에는 오른손을 들고 "감사합니다"만 외치고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질문을 준비했던 기자들이 전총단장을 따라가면서 질문공세를 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심지어 다소 거친 말투로 "경기에 참가할 거요, 말 거요"라고 따져 물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걸어나갔다.

북한식 기자회견에 낯선 국내외 기자들의 불만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성명만 읽으려면 성명서만 나눠주면 되지 왜 기자들을 불렀느냐" "예의가 없다" 등 항의의 목소리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전총단장은 성명서를 읽기 전에 미디어센터 3층 통신실에 들러 평양의 고위층과 충분한 사전조율을 했다. 글자 하나하나까지 까다롭게 '검증'을 받았다. 따라서 성명 내용에 없는 말은 한 마디도 할 수 없다. 북한 대표단에서 전총단장은 '조정자'가 아니라 '대표자'의 역할만 맡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전총단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한 마디라도 하게 되면 당장 그를 감시하는 북한 안내원들로부터 "왜 성명에 없는 내용을 말했느냐"며 '경고'를 받게 된다. 평양에 돌아가서도 TV로 지켜본 고위층에 '문책'을 받는다. 심한 경우에는 직위가 해제될 수도 있다.

일본 TV아사히 우에야마 지고 기자는 "북한의 체제를 염두에 두면 이해할 수 있지만 유니버시아드 등 국제행사에 왔으면 국제기준에 맞춰 몇 개의 질문은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고수석 기자 <ssk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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