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WMD 포기선언 왜 나왔나
Written by. (런던=연합뉴스)
입력 : 2003-12-20 오후 11:36:41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전격적인 대량살상무기(WMD) 포기선언은 선제공격을 통해서라도 WMD의 확산을 저지하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가 거둔 `중대 성과'로 평가된다.
서방 언론들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체포와 카다피의 WMD 포기선언은 국제법을 위반하고 명분없는 전쟁을 벌였다는 비난에 직면했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에게 최대의 성탄선물이 됐다고 분석했다.
리비아의 자발적인 WMD 포기선언이 갖는 의미는 일단 두 가지로 요약된다.
그 첫째는 북한과 이란 등 이른바 `악의 축' 국가들에 대해 `협력하면 보상이,저항하면 위험이 따른다'는 미국의 의사가 다시 한번 명백히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리비아는 국가들의 공동체에 재진입하는 과정을 시작했다"면서 "미국과 훨씬 개선된 관계를 획득할 수 있게 될 것"이
라고 밝혔고, 블레어 총리 역시 "국제사회 재진입 자격이 주어졌다"고 말해 보상이 뒤따를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다음은 전쟁 없이 외교적 수단을 통해서도 테러와의 전쟁이 가능하며 때로는 더 큰 성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부시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블레어 총리는 "순수한 군사적 수단 이상의 방법으로 위협에 대항하고 이를 평화적으로 패퇴시킬 수 있음이 입증됐다
"며 외교적 접근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두 정상의 이 같은 발언은 이란과 북한 등 기타 WMD 의혹 국가들에 대해서도 `자발적인 협력'을 요구하는 외교적 압력이 한층 가중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카다피가 이례적으로 `자유 의지'에 따라 WMD 포기를 선언한 이유는 우선 사담 후세인의 사례를 통해 WMD 개발을 시도하거나 개발할 의사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정
권의 존립자체가 위험해 질 수도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블레어 총리에 따르면 리비아가 WMD 포기 의사를 내 비친 것은 이라크 전쟁이 막 시작된 지난 3월로, 카다피가 이를 통해 부시 행정부의 무자비함을 간파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카다피는 이 시점에 로커비 상공의 팬암기 폭파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치는 등 본격적인 유화 제스처를 서방에 보내기 시작했다. 이 무렵
이미 후세인과 같은 길을 걷지 않기 위해서는 WMD를 포기해야 함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장기간 계속된 경제봉쇄로 피폐해진 리비아 경제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현실적 인식도 원인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팬압기 폭파사건 해결을 위해 27억달러(약 3조2천억원)란 천문학적인 보상금을 지급했지만 유엔의 제재만 해제됐을 뿐 미국의 경제봉쇄가 풀릴 가능성은 요원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 기업의 리비아 상품의 거래를 금지하면서 리비아에 연간 2천만달러 이상을 지급하는 외국기업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함으로써 리비아의 대외 교역을 사
실상 불가능한 상태로 묶어 놓고 있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상위 10대 산유국 가운데 7위에 랭크돼 있는 리비아로서는 WMD 포기라는 큰 대가를 지급하고서라도 초강대국 미국이 지배하는 세계 질서
를 인정하고 국제사회에 재진입하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이 없었을 수도 있다.
한편 영국의 BBC 방송은 독불장군 카다피가 이 같이 전격적인 방향전환을 결심한 데에는 서방의 외면을 받던 시절 리비아를 방문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
화국 대통령의 충심어린 충고가 큰 역할을 했다고 전해 현실적인 이유 이외에 인간적인 접촉도 중요한 요인이 됐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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