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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민주 中國 손들어준 부시…국익은 모든 것을 사면

Written by. 김대중(조선일보 이사기자)   입력 : 2003-12-22 오후 3: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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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은 특히 9·11 이후 가는 곳마다 자유(自由)와 민주주의를 역설한다.



그는 지난 11월 ‘미국 민주기금’ 창설 20주년 기념식에서 그의 임기 중 대표적이라 할 만한 연설을 했다. “자유의 신장은 우리시대의 요청이다. (중략) 자유와 민주에 대한 미국의 책임과 공약은 억압의 전초기지인 쿠바, 미얀마, 북한, 짐바브웨 같은 나라에서 시험받고 있다.



이런 나라들은 언제까지 자유를 억류할 수 없다. (중략) 우리의 책임과 언질은 중국에서도 시험받고 있다. 중국은 지금 자유의 한 조각을 조금 맛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인민은 결국 순수하고 전면적인 자유를 요구할 것이다.” 부시는 또 “안정(stability)은 자유와 민주를 판 대가로 살 수 없다”고 했다.



자유·민주를 내건 부시의 이 같은 대외정책의 ‘최고가치’는 대만문제에 관한 한, 지난주 완전히 그 의미를 상실했다. 지난 9일 백악관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만난 부시는 대만 정부에 대만 독립을 묻는 국민투표를 철회할 것을 요청하면서 ‘2개 중국’움직임에 쐐기를 박았다.



대만의 독립을 주민의 의사에 따라 민주적으로 결정하려는 과정을 무시함으로써, 그것도 부시 스스로 ‘반(半)민주’로 규정한 중국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정책에서 유지해온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탈(脫)타이완·친(親)베이징’ 노선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부시행정부로서는 중국 신지도층의 적극적 협조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대만의 존재와 ‘민주 원칙’의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미국 언론들의 지적이다.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베이징 정부의 역할과 기능이 절대적이며 또 1200억달러에 달하는 무역역조, 위안화(貨)의 조정문제, 미국의 원활한 이라크 전후처리와 관련한 중국의 우호적 분위기 조성 등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부시가 취임 초 대만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오늘의 상황을 ‘배신’이라고까지 극언하고 있다. 그래서 국익과 배신은 결국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된다. 강한 나라든 약한 나라든 모든 나라는 국가이익의 명제 앞에 인권, 자유, 이념, 이상, 민주, 독립 등의 명분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강한 나라일수록, 신념을 앞세우는 나라일수록 자신의 현실적 이익에 더욱 집착하고 그것을 강한 힘에 실어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국익에 철저할 수밖에 없는 국제적 현실을 냉철히 소화해야 한다. 우리가 누구를 위해서, 동맹을 위해서, 자유와 민주를 위해서 무엇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 판단의 기준은 우리에게 득(得)이 될 것이냐 해(害)가 될 것이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라크 파병도 여러 복잡한 논리와 의리와 명분보다는 실익과 손해의 차원에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지도자의 처신이다. 이번의 경우 부시는 말로는 원칙과 원리와 명분을 얘기하면서 실제행동은 현실적 여건과 타협은 변화와 적응(?)을 보였다. 그러나 우리 대통령의 경우 말로는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는 것 같으면서 실제행동은 원리원칙으로 되돌아가는 것 같은 양태를 보여왔다. 말과 행동이 같지 않은 것은 지도자의 주요한 결격사유이지만, 그것을 사면해 주는 것은 바로 국익(國益)이다. 우리는 지금 험난한 이기(利己)의 세계에 살고 있다.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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